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2019구합79091
판례 전문
【주문】1. 피고가 2019. 6. 4. 원고들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청구취지】주문과 같다.【이유】1. 처분의 경위 가. 망 ○○○(생년월일생략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7. 11. 6.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운항직(조종사)으로 입사하였다. 나. 망인은 2017. 11. 27.부터 기본훈련 교육을 받았고, 2018. 2. 12.부터 기본훈련중 JTS훈련(계기비행훈련) 과정이 개시되었다. 망인은 2018. 3. 13. JTS훈련 심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2018. 3. 15. 재심사에서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에 2018. 3. 26. 개최된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에서는 망인의 훈련중단을 의결하였고, 망인은 2018. 3. 27. 이 사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여 같은 날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 다. 망인은 2018. 3. 27. 유서를 작성하였고, 2018. 3. 29.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워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라.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9. 6. 4. ‘업무 스트레스의 귀책사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망인에게 있는 점, 중간에 심사에서 탈락하였으나 재훈련 기회가 주어진 점으로 볼 때 망인에게만 가혹한 처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심사과정에서 교관의 괴롭힘 내지 압박감에 대한 명백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으며, 인턴 조종사로서의 훈련과정과 심사가 장차 비행기 기장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며 엄격한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격한 훈련과정은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 조종사로의 진출이 어렵다는 점을 수용하지 못하고 개인의 신병을 비관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적인 성격과 판단이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고 사료된다.’라는 서울업무상질병위원회 심의결과 등을 종합하여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8, 11, 14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회사 입사 후 혹독한 훈련과정과 심사 탈락, 훈련중단 결정, 퇴사종용 등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을 거치며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이 유발되었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입사 경위 가) 망인은 2010. 1.부터 2013. 1.까지 ○○○○해상보험 주식회사에 근무하다가, 조종사가 되기 위해 국내 비행교육원 및 미국 소재 비행학교에서 약 3년간 교육및 훈련을 받았다. 나) 망인은 2017. 3.경 귀국하여 2017. 8.경 이 사건 회사의 면장운항인턴(조종사) 채용공고에 지원하였고, 2017. 9.초경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다만 입사를 위해서는 제트한정증명(제트기 운항에 필요한 자격)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망인은 2017. 10.경 미국으로 출국하여 제트한정증명을 취득한 후 다시 귀국하였다. 다) 망인은 2017. 11. 6. 이 사건 회사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근로계약기간은 2017. 11. 6.부터 2019. 5. 6.까지 18개월이었고, ‘각종 훈련 시 기량부족으로 미추천이나 미통과 또는 심사 불합격하여 훈련 지속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 계약해지사유로 명시되어 있었다. 2) 망인의 입사 후 훈련 과정 및 심사 경과 가) 망인은 입사 후 2017. 11. 27.부터 운항 기본훈련을 받았다. 운항 기본훈련은 전체 약 12개월로 예정되어 있었고, 지상학, CRM(Crew Resource Management), JTS훈련(계기비행훈련)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 사건 회사의 전체 운항 기본훈련 과정을 통과하면 부기장으로 임명되고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나) 망인은 지상학, CRM 과정을 마친 후 2018. 2. 12.부터 JTS훈련을 받았다. JTS훈련은 실제 조종석 유사모형(시뮬레이터)을 이용하여 교관의 지도와 상황 제시에 맞게 계기비행을 하는 훈련이다. JTS훈련은 망인과 같은 면장운항인턴의 경우 총 15회차로 진행되고, 매 훈련마다 훈련생 2명이 1개조가 되어 약 4시간 동안 훈련을 실시하며, 훈련 전후에 교관의 오리엔테이션과 강평이 이루어진다. 다) 망인은 2018. 3. 2. 10회차 JTS훈련 후 최저고도 미준수, 위치 및 상황판단 미흡 등을 이유로 1회의 추가훈련을 받았는데, 같은 차수 동기생 7명 중 망인을 포함한 3명이 추가훈련을 받았다. 망인은 나머지 4회차 훈련을 받은 후 2018. 3. 13. 마지막 15회차에 진행된 JTS 심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망인은 2018. 3. 14.1회 재훈련을 받은 후 2018. 3. 15. JTS 재심사를 진행하였으나, 재심사에서도 불합격판정을 받아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에 상정되었다. 라) 망인은 14회의 JTS훈련 중 5회 미만 3점(5점 만점 기준)을 받았고, 나머지는 1~2점을 받아 성적이 저조한 편이었다. 망인은 고도유지와 관련하여 5회 정도 지적을받았고, 추가훈련 시에도 고도유지가 되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으며, JTS 심사 및 재심사에서도 고도 준수 미흡, 최저고도 이하 강하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 불합격하였다. 마) 이 사건 회사의 JTS훈련과 관련하여, 2016년에는 전체 98명 중 45명이 추가훈련을, 9명이 재심사를 받았고, 2017년에는 전체 104명 중 28명이 추가훈련을, 5명이 재심사를 받았으며, 2018년에는 67명 중 16명이 추가훈련을, 9명이 재심사를 받았다. 2016년 이후 재심사에서 탈락한 경우는 망인이 유일하였다. 바) 망인은 2018. 3. 26. 개최된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훈련준비 시간 부족 등을 주장하였다. 14명의 심의위원으로 구성된 위 자격심의위원회는 같은 날 망인에 대하여 최종 훈련중지를 의결하였다. 망인은 2018. 3. 27. 이 사건 회사에 퇴직사유를 ‘훈련중단’으로 기재한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3) 망인의 사망 경위 가) 망인은 2018. 3. 27. 아래와 같은 내용의 유서를 작성하였다. 남기는 글 먼저 나의 선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껏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을 극복하기엔 이제 더 이상 의지와 희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쉬고 싶습니다. 많이 지쳤어요. 사랑하는 가족들. 우리 엄마. 기대에 못 미쳐 미안해. 친구들아! 힘내렴. ○○(동생)아. 엄마 잘 부탁한다. 나) 망인은 2018. 3. 29. 전북 순창군에 위치한 도로 갓길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번개탄을 피워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4) 망인의 사망 전 상태 가) 망인은 2017. 4. 19. 운항승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항공신체검사를 통과하였고, 평소 별다른 건강상 문제가 없었다. 이 사건 회사는 망인의 성격이 차분하고 내성적인 편이며, 사회 적응과 관련하여 별다른 문제점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확인하였다. 망인의 2008년 이후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서 확인되는 정신건강의학과 수진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망인의 친구인 ○○○은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 ○ 2018. 3. 19. 망인을 만났는데, 당시에 망인은 이미 훈련심사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너무 힘들고 우울한 모습이 역력해서 제가 만나자고 망인의 집 근처로 찾아갔다. 망인은 당시에 이미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를 꺼려하고 있어서 어렵게 만나게 되었다. 평소에는 친구 등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던 모습과 딴판이었다. 망인은 밥맛도 없다고 하면서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고 이전보다 더 어둡고 우울해보였으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망인은 평소에는 입에도 물지 않던 담배를 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연속으로 3개피를 피우고 훈련 탈락 등의 얘기를 했다. 망인의 모습이 너무 심각해 보여 대화를 시도했으나 망인은 ‘이젠 끝이고 회사의 처분을 기다리는 수밖에’라는 답변뿐이었다. ○ 그 이후 망인은 ‘너무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 만사가 귀찮고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다’라는 얘기를 자주했고, ‘이제 내 손을 떠났고 뭘 해도 안 된다.’라며 자포자기하고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었다. 집에서 혼자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더 우울하고 불안한 모습이 심해졌다. 망인은 자택 대기 당시부터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을 감지한 듯 ‘여기서 쫓겨나면 같은 업계에 소문나서 재취업도 불가능하다. 나이도 많은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고. 부모님에게 신세진 것도 많은데 너무 미안하다.’라는 얘기를 자주했다. 훈련 없이 집에만 있는데도 늘 피곤하다는 말만 하고 쉬고 싶다고 하거나 뭔가 불안한 기색이 느껴졌다. ○ 망인의 자격심의위원회 전날 전화를 해서 어떻게 준비를 했냐고 물었으나 별 대화도 없이 무기력한 반응만 돌아왔다. 사직서 제출 당일에도 걱정이 되어 망인에게 전화해서 결과를 물어보니, 망인은 ‘X됐다. 사직서 제출했다.’라고 답변하고 그냥 끊었다. 당시 망인에게 뭔가 큰 일이 생기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강하게 들었고, 걱정이 되어 저녁에 다시 전화를 하고 문자도 보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설마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날 고향으로 내려가다 자살을 한 것이었다. 다) 망인의 친구인 ○○○은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 ○ 망인은 2018. 3. 16. 훈련과정에서 탈락하였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많이 힘들어했다. ‘자기에게만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거 같다. 자기가 본보기식으로 보여지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억울해했고, 자포자기의 심정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힘들게 들어온 회사인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죽고 싶다. 죽을 준비는 다 했다.’라는 얘기까지 했다. 당시 저는 설마 하면서 그런 생각하지도 말라고 달랬다. ○ 망인은 심사 탈락 후 회사의 통보가 있을 때까지 인사위원회 출석을 기다리면서 불안감에 많이 힘들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였다. 전화를 하면 불안한 모습이 느껴졌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늘 피곤하다고 했다. 기운내고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망인은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 이제 뭘 해도 안 될 거 같다.’라는 얘기를 자주했다. ○ 망인은 2018. 3. 27. 인사위원회에 출석하고 그날 통화도 했는데, 상당히 굴욕감과 모멸감을 많이 느꼈다는 표현을 했다. 자신은 저 밑에 혼자 초라하게 테이블도 없이 의자에 앉아있고 상무부터 시작한 인사담당 임원들은 연단 위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듯한 인상을 받고, 말투나 분위기들이 많이 자기를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날 상당히 심적으로 고통을 받은 것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 망인은 평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친구들 사이에도 신뢰가 두터운 친구였는데, 훈련과정을 들어간 이후에는 시간도 없고 뭔가 위축되어 만나기를 꺼려하는 모습이었고 심사탈락 이후에는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았다. [인정근거] 갑 제5 내지 16, 20호증, 을 제1, 3 내지 7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두5262 판결 등 참조).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대법원 2019. 5. 10. 선고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7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조종사 훈련과정, 심사 불합격 판정 및 이에 따른 훈련중단과 퇴사 등 일련의 사건에서 비롯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① 망인은 약 1년간의 운항 기본훈련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조종사로 임용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회사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기본훈련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심사와 평가는 망인의 불안정한 지위와 맞물려 업무상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받은 JTS훈련은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실제 계기비행 상황을 대비하는 훈련으로, 정상적인 비행능력 및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훈련의 강도 및 난이도가 높고 까다로운 편이었다. 이에 JTS훈련 과정에서는 매년 망인 외에도 적지 않은 수의 훈련생들이 추가훈련과 재심사를 거친 점, 망인과 같은 면장운항인턴들은 함께 입사한 군 조종사 경력자들에 비하여 더 많은 훈련을 이수하여야 했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러한 훈련과정 자체의 어려움도 망인에게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은 2018. 3. 13. 최초 심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후, 다음 날 재훈련을 거쳐 2018. 3. 15. 재심사에서 다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비록 1회의 재훈련 기회가 주어졌다고는 하나, 2차례의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기까지 불과 2~3일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은 충분한 재교육이나 재심사 대비가 이루어지기에는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고 보이고, 망인도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에서 훈련준비 시간이 부족하였다고 소명한 바 있다. 또한 2016년 이후 재심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례는 망인이 유일하였는데, 가족들과 친구들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불합격 판정 이후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가 개최되기까지 약 10일 간 대기상태에서 집에 머무르며 극심한 무력감과 불안감, 우울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는 개최 당일 곧바로 망인에 대한 최종 훈련중지결정을 하였고, 망인은 그 다음날 훈련중단을 사유로 하는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망인은 조종사 교육을 받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을 투자한 결과 어렵게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였음에도, 훈련 과정에서 중도 탈락하였음을 이유로 비자발적으로 사직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훈련 불합격으로 퇴직 시 동종 업계에서 조종사로 재취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이고, 비록 조종면장을 활용한 학술 전문교관 등 유사 직종에 종사하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당초 망인에게 예정되어 있었던 항공기 조종사로서의 근무와는 크게 다른 진로이다. 따라서 망인은 훈련중지 결정과 사직원 제출 과정에서 심한 좌절감과 굴욕감을 느끼며 우울증세가 악화되었고, 사직원 제출 당일 작성한 유서에서도 그와 같은 상태를 엿볼 수 있다. ④ 진료기록 감정의도 아래와 같이 망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겪은 훈련과정과심사?재심사 탈락, 사직 등 일련의 사건에 따른 업무상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반응성 우울장애가 유발?악화되었고, 이로 인한 우울 삽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또한 피고 광주지역본부 자문의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역시 망인의 사망에 업무 관련 외의 다른 요인이 발견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한 바 있다. ○ 망인의 입사 이후 진행된 훈련과정과 심사/재심사 탈락 이후 나타난 그 이전과 다른 심각한 신체적, 행동심리적/정신적 변화는 주요 우울장애로 보이고 이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로 우울장애가 유발된 반응성 우울장애로 판단된다. ○ 망인의 자살은 개인적인 요인보다 업무상의 정신?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에 의한 사고로 판단된다. 망인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과거 병력이나 정신질환의 가족력 등 특이사항은 없었으며, 이 사건 회사 입사 이전에는 평소 우울증과 같은 증세가 없었다. ○ 망인의 자살은 우울 삽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로 보이며, 계약기간 만료 이전 재심사 탈락과 대기발령 및 이에 따른 사직(퇴사) 등 일련의 과정에서 망인의 우울감, 심적 부담이 가중되어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⑤ 비록 망인이 이수한 훈련이 조종사로서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거나 이 사건 회사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망인에 대한 심사와 불합격 판정, 훈련중지 결정 등을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과정에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망인에게는 업무상 스트레스 외에 우울이나 자살을 유발할 만한 아무런 다른 요인도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피고가 들고 있는 바와 같이 망인에게 업무상스트레스의 귀책사유가 있다거나 개인적인 취약성으로 인하여 업무상 스트레스를 수용하지 못하였다는 측면은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판사1 판사 판사2 판사 판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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