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불승인처분취소
2021구단71697
판례 전문
【주문】1. 피고가 2020. 4. 22.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청구취지】주문과 같다.【이유】1. 처분의 경위가. 원고(생년월일 생략 생)는 2018. 3. 8. 주식회사 ○○○○에 입사하여 택시운전사로 근무하던 자로서, 2020. 2. 18. 16:10경 위 사업장 소유 택시를 운전하여 상세주소생략 사거리를 직진하던 중 진행신호가 적색으로 변경되었음에도 그대로 진행하여 신호에 따라 원고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교차로를 직진하는 카니발 차량과 충돌하였다(이하 위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2번 경추 골절, 심정지, 경추의 다발성 골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다. 피고는 2020. 4. 22.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신호위반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신호위반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하는 위반행위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 10.경 기각되었고, 이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1. 5. 26. 기각되었다.[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가. 원고의 주장원고는 2018. 3. 8. 입사한 이후로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면서 상당히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는데,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 졸음이나 지병인 불안전 협심증 발작 등을 원인으로 이미 의식이 없는 신체상태였던 것으로 추측되는바,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고의 또는 중과실의 범죄행위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운전 업무에 내재된 위험성과는 별개로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 이와 전제를 달리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나. 판단1) 관련 법리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는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이거나, 오로지 또는 주로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2두13079 판결, 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55919 판결 등 참조).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는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운전이 필수적으로 되었음을 고려하여 운전자에게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하여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을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이 있는 경우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형사처벌의 특례를 부여하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에 따른 위반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한 특례의예외로 인정함으로써 이를 운전시 지켜야 할 중대한 의무로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관계 규정의 입법 취지는 업무상 재해의 배제사유를 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입법 취지와 다르므로 운전자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되고,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20두41429 판결 취지 참조).다) 피고가 원고에게 권한의 행사를 거부하는 처분을 내린 경우,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는 원고가 권한행사규정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고,이에 대응하여 권한불행사규정 또는 권한상실규정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고가 부담하게 된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 조항인 산재보험법 제37조는 제1항에서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을 상세히 열거하는 한편, 별도로 제2항에서 ‘고의ㆍ자해행위’와 ‘범죄행위’를 업무상 재해 인정의 예외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재해가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은 업무상 재해 인정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이를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2) 이 사건의 경우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10,11, 13, 14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원고의 ‘범죄행위’라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택시기사로서 원고가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교통사고사실확인원, 블랙박스 영상, 불기소이유통지서 등에 따르면, 원고는 교차로의 원고 진행방향 신호가 정지신호로 변경되었음에도 정지하지 않고 교차로를 통과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차량 운전자가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나) 그러나 내비게이션 안내음 등 원고 택시 내부의 소리가 다 녹음이 되고 있는 블랙박스 영상에서 원고가 피해 차량과 충돌하기 직전이나 충돌한 이후 경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는 순간에도 놀라는 소리, 충격을 받는 소리,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 등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점, 원고는 차량 혼잡이 없는 왕복 8차로의 교차로에서 단독으로 신호를 위반하여 가면서도 교차로를 빠르게 통과하기 위해 속도를 더 내지는 않고 있고, 이미 속도가 빨라 강한 충격이 예상됨에도 충돌 직전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옆으로 꺾어 피하는 등의 의식적인 행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교차로를 자기 차선으로 똑바로 진행하지 못하고 왼쪽으로 살짝 휘게 주행을 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불상의 이유로 이미 의식을 잃었거나 운전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신체상태가 아니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상병을 입은 이후에 현재까지도 의식이 없어 이 사건 사고 경위에 대하여 진술한 적이 없고, 피해자는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 염좌 등을 진단받고 원고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만 진술하였을 뿐이며, 달리 이 사건에서 원고가 신호를 위반하게 된 경위 등을 밝힐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고, 원고가 고의로 교통사고 를 일으킬 만한 동기도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신호위반을 의욕하였거나 그 가능성을 인식하였는지, 신호위반 행위에 대한 회피가 가능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신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것에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라)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에 졸음운전을 했다거나 불안전 협심증이 발병하였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고, 과로로 졸음운전을 한 것이라면 도로교통법 제45조에서 정한 ‘과로한 때 운전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중과실 이상의 위법한 주의의무위반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살피건대, 이 사건은 원고가 정지신호에도 교차로를 진행하게 된 이유나 원고가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게 된 것인지 여부 등 사건의 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원고가 자신의 무과실을 뒷받침하는 사정을 밝혀내지 못하였다고 하여 반대로 피고가 원고의 범죄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을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또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 행정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처분사유를 새로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을 뿐,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2두5016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위 ‘과로한 때 운전금지 의무 위반‘ 주장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당초의 사유(신호위반)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처분사유로 추가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설령 원고가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을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택시운전사로서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여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부족,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 등으로 피로가 상당히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바,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므로 이 부분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3. 결론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판사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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