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
요지
국가인권위원회는 간접고용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1. 위험의 외주화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가. 산업구조의 변화 및 각 산업별 특수성, 작업장·작업환경·도구·기계·설비·작업공정과 같은 물질적 작업요소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작업의 범위를 확대하기 바람 나. 생명·안전과 직접 관련되는 업무를 구체화하고, 직접고용원칙에 따라 외주화가 제한되는 생명·안전업무의 기준을 마련하기 바람 다. 원·하청 통합관리제도 적용범위 확대 등을 통해 외주화 유발요인을 최소화하고,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지도·감독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람 2. 노동관계법 회피 목적으로 발생하는 위장도급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가.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원청의 실질적 지휘·명령 시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사항을 파견과 도급 구분 기준에 반영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현행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상위법령으로 규정하기 바람 나. 합리적 이유 없는 사건처리 지연, 행정부작위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신속한 근로감독 및 수사가 가능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바람 3.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의 사용자 정의규정을 개정하거나,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명시하는 등 관련규정을 개정하기 바람 나.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하청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관련 조항을 개정하는 등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책임 확대방안을 마련하기 바람
해석례 전문
Ⅰ. 권고 배경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를 이유로 비정규직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사내하청.파견 등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필요한 노동력을 3 제공받는 간접고용 형태가 전 산업.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직접 고용.정규직의 일자리는 축소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위험업무의 외주화, 노동기본권의 실질적 제약 및 노동조건 악화 등 다양한 노동문제가 양산 되고 노동시장 양극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서 "사내하도급노동자에 대한 법제도적 보호방안 마련"을 주요과제로 포함했다. 또한 2018년 12월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2019. 1. 15.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라 한다)이 29년 만에 전부 개정되는 등 일부 제도개선이 있었으나,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지속 발생하는 등 추가적인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는 2018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19. 1. 16.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실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간접고용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노동인권 보장을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에 따라 개선방안을 검토했다. Ⅱ. 판단 및 참고기준 「헌법」 제10조, 제32조, 제33조, 제119조,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이하 "ILO"라 한다) 제155호 「산업안전보건협약」(1981),「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이라 한다) 제2조, 제6조, 제7조, 제8조, 제12조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4 아울러 ILO 제94호 협약 「공계약에 있어 근로조항에 관한 협약」(1949), 「도급노동의 보호에 관한 결의안」(1998),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자에 관한 전문가회의의 공동성명」(2000),「고용관계에 관한 권고」(2006),「결사의 자유위원회 제350차 보고서」 및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2008),「결사의 자유위원회 제363차 보고서」 및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2012),「결사의 자유위원회 제374차 보고서」 및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2015),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 보고서 및 「ILO 100주년 선언문」(2019), 사회권규약위원회 일반논평 제14호, 제18호 및 제4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2017. 10. 9.), 유럽연합이사회 「산업안전 보건지침」(1989), 「파견근로에 관한 지침」(2008), 국가인권위원회 「사내하도급 노동자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2009. 9. 3.),「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2012. 11. 12.),「사내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 위험 예방 및 사업장의 산업재해 미보고 관행 개선을 위한 권고」 (2015. 11. 12.) 등을 참고했다. Ⅲ. 판단 1. 제도개선 필요성 노동법은 역사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노동착취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성.발전되어 왔다. 이에 따라 노동자는 사용자의 지시 하에 노무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며, 두 당사자간 성립된 근로계약을 바탕으로 노동법상 책임과 규제를 적용하고 노동자를 법적으로 보호해왔다. 한국의 경우에도 근로계약에 따라 정년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종신고용이 일반적이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기업 내 비핵심 5 업무로 간주되었던 청소.경비.시설관리 등에서 시작된 외주화가 건설업,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유통서비스업 등 전 산업분야로 확산되어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98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이라 한다)이 제정되고, 장기간 노사정 논의 끝에 제정된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대책이 일부 마련되었으나, 기술발전 및 정보화 등으로 인한 사회변화의 속도가 점차 더 빨라지고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의 변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각종 노동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고용형태의 다양화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1997년 ILO 총회에서 도급노동(contract work)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0년에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자에 관한 전문가회의의 공동 성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노동의 성격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노동자 보호 및 고용관계를 규정한 법이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각국의 노사정이 투명한 방식으로 적절한 검토과정을 거쳐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으로 법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후 10여 년간 논의를 거쳐 2006년 ILO 총회는 「고용관계에 관한 권고」를 채택하여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따라 보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법 적용범위 밖에 놓여 있어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증대하고,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회피할 의도를 갖고 외양상 민법.상법 계약을 통해 고용관계를 은폐하는 이른바 "위장된 고용관계"(disguised employment relationship)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절차 및 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6 또한,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해,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조합 설립에 대해 원청의 도급계약해지 등 반노동조합적 차별행위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할 것(Report No.350, 2008), 원청이 노동조합의 권리 행사를 회피하기 위해 사내하청을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를 할 것(Report No.363, 2012),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노조 탈퇴 압력,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한 해고, 단체교섭 회피 등 노동기본권 침해 사안에 대해 도급계약 자체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소속 및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법제도적 조치를 마련할 것(Report No.381, 2017)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 상 보호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간접고용 유형 중 사내하청(하도급)·파견을 중심으로 위험의 외주화, 위장도급, 노동3권 보장 문제를 검토했다. 2. 제도개선 방안 가. 위험의 외주화 개선 방안 1) 외주화로 인한 산업재해 취약성 증가 사업장은 실체적 위험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요인이 혼재되어 있으며, 유해.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노동법상 의무이자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필수적 권리이다. 특히 원청의 지배력이 미치는 장소에서 하청 노동자가 근무하는 경우, 해당 업무에 대한 잠재적 또는 실체적 위험요소는 하청 7 노동자가 감지하나 안전시스템과 설비 통제능력이 원청에게 있을 때 안전사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외주화 대상 업무는 원청 소속 노동자가 기피하는 위험작업이거나 노동여건이 열악할 가능성이 높은데, 고용조정 용이성과 비용절감 목적으로 외주화가 진행된 경우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발전기 운용.정비 작업과 같이, 같은 사업장에서 원청 업무와 혼재되 어 유기적 연결 관계에 있는 사내하청의 경우, 원청의 협력과 정보공유가 매우 중요하나, 원청이 하청에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할 경우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위험 상황이 예상되어도 즉시 대처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하청노동자 부상.사망 등 실제 재해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국의 산재사고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매해 전체 산재사망노동자 중 하청노동자 사망 비율이 약 40%에 이른다. 특히, 건설 및 조선 업종에서의 하청노동자 사망비율은 약 90%로 나타나며, 최근 5년간 5개 발전회사의 산업재해사망자 20명 전원이 사내하청노동자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재.사망사고가 하청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인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 가치인 생명과 안전이 하청노동자에게 보장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의 특징 중 하나는 사망자가 사내하청노동자일 뿐만 아니라 저임금의 사회초년생이란 공통점이 있다. 직접고용 노동자의 업무가 외주화되고 수차례 하도급 단계를 거치면서 비용절감 압력은 높아지고, 이에 따라 하청업체는 숙련공이 아닌 초보적 기술만 익힌 저임금 노동자를 8 고용한다. 이는 산업재해의 저연령화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 관계법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노동자의 생명.안전 위협이란 문제의식 하에 위원회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아래와 같이 검토했다. 2) 도급금지업무 확대 필요성 2019. 1. 15. 전부 개정된 「산안법」은 2020. 1. 16.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산안법」은 변화된 고용구조를 반영해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했으며, 사업주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상한을 높였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의 외주화 문제의 근본적 개선에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개정된 「산안법」에 따르더라도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등 외주화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공감대가 컸던 사건에서 사망노동자가 했던 작업은 여전히 도급(하청)이 가능하다. 개정 「산안법」에 따른 도급 금지 작업 범위는 화학적 요인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범위 또한 개정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행 「산안법」 제28조 및 개정 「산안법」 제58조 모두 도급 금지 작업을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을 제련·주입·가공· 가열하는 작업, 허가대상물질 제조·사용 작업으로 국한하여 규정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은 화학적 요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된 산업구조에서 각 산업별 특수성과 작업요소(작업장, 작업공정, 작업환경, 기계 및 설비) 등에 따라 다양한 유해.위험요인이 존재하나, 개정 9 「산안법」은 여전히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유형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산업재해유형은 떨어짐ㆍ끼임ㆍ부딪힘ㆍ깔림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도급금지작업을 화학적 요인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한국의 산업재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개정 「산안법」 제58조 제2항에 따르면, 도급금지작업에 해당할지라도 "일시적ㆍ간헐적 작업"일 경우에는 사업주 판단만으로도 도급이 가능해짐으로써 도급 남용이 우려되고,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한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파견법」 제5조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해서는 파견이 원칙적으로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일시.간헐적 업무일 경우에는 파견이 허용될 수 있어 불법파견이 양산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는데, 도급금지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우려된다. 또한, 2019. 4. 22. 입법예고 된 「산안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에 따르면, 개정 「산안법」보다 도급승인대상 업무 범위를 협소하게 정하고 있는데, 위험의 외주화 근절이라는 법 개정 취지를 고려할 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3) 생명·안전업무의 구체화 및 직접고용원칙 적용 필요성 노동현장을 비롯한 생활 곳곳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생명존중 및 안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었고, 인명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외주화 문제가 지적되면서, 생명.안전에 관련된 업무일 경우에는 외주화를 제한하고 직접고용전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2017. 7. 20.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10 가이드라인」을 통해 “생명.안전업무의 직접고용원칙”을 제시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연구용역인 「비정규직 사용제한이 필요한 생명.안전업무의 범위 등에 대한 연구」(2017)에 따르면,「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른 필수유지업무,「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견 금지대상업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재난관리.안전관리업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처리 관련 업무가 생명.안전업무로 제시된다. 이와 같은 업무는 속성상 상시적.지속적인 경우가 많고, 업무가 전면 중단될 경우 국민의 생명.건강.신체의 안전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특성이 있으며, 사고 발생 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참고해 생명.안전업무를 구체화하고 이 업무에 대해서는 고용이 안정된 노동자가 담당하도록 하여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직무를 수행하며 안전관리와 산업재해 예방에도 기여하게 할 필요가 있다. 4) 원청의 책임 확대 필요성 「산안법」이 제정된 1981년 당시 한국의 산업구조 및 고용구조는 현재와 매우 달랐다. 제정 당시 산업구조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재편되던 시기였으며, 현재는 서비스업.IT산업.반도체산업 등 주력산업이 급변하고, 고용유연화와 다양화로 인해 노무제공의 양태가 변화하고 있으나,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간접고용 확산으로 인해 노동관계법에 의한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근로계약상 적시된 사용자에게만 노동법상 책임을 부담시키는 "계약책임주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동자 보호란 노동법의 본래 목적을 11 달성하기 위해 능력있는 사용자가 노동법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능력책임주의"로 확대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는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에 따른 도급인의 임금지급 연대책임, 「파견법」에 따른 사용사업주의 책임, 「산안법」에 따른 도급사업주 책임과 같이 현행 법체계 내에서도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책임주의를 보완해 왔으며, 간접고용 확산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능력책임주의 적용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편, 중대재해로 인한 하청노동자 사망에도 불구하고, 경미했던 처벌관행은 노동자 보호 및 법 실효성 제고와 산업재해 예방효과를 감소시켜온 측면이 있다. 개정 「산안법」에 따르면 도급인(원청)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장소가 종래 화재.폭발 등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되었고, 원청의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상한이 상향되는 등 원청의 책임이 일부 강화되었 으나, 이러한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2005. 3. 31. 선고 2003헌바12 결정)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여 원청의 안전조치와 보건조치에 관한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예측이 불가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처벌규정의 하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여전히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입장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산업안전보건 법체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계약을 맺은 사람뿐만 아니라 도급.특수형태. 자영업자.방문자.고객 등 사용자의 사업수행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사람 모두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안전조치 의무와 책임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재해 발생 시 기업규모.매출.사고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양형이 결정된다. 12 영국이 이와 같은 일반의무규정을 도입한 취지는, 기술발전이나 환경변화시 마다 새롭게 안전보건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법 규정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에서는 재해 예방을 위해 사용자가 합리적으로 실행가능한 모든 조치를 한 경우에는 사용자 책임이 면책되나, 이를 사용자가 입증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유죄가 인정되어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이로 인해 영국은 유럽 내 산업재해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로 꼽히고 있다. 이상을 고려할 때 간접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산업재해 예방 및 산업재해율 감소를 위해 원청의 책임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감독과 함께 법 위반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5) 산재보험료 원·하청 통합관리제도 전면 확대 필요성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개별 실적요율제도에 따르면, 원청 사업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의 산재사고는 원청의 산재보험료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아, 대기업인 원청은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재해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업무를 수주한 하청업체는 산재보험료가 가중되거나 산재사고를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8. 1. 1.부터 원청의 산업재해 집계에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를 포함하여 지표를 산출하는 원.하청통합관리제도가 시행되었으며, 2019년 현재 제조업 및 철도.도시철도 업종 중 500명 이상 사업장에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간접고용 비율이 높은 다른 업종에서는 산재보험료 할증을 피하기 위해 13 유해.위험업무 외주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의 속성상 비용절감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특성이 있으므로, 만약 원청의 유해.위험업무 외주화로 인한 비용절감보다 이로 인한 비용증대 및 경영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외주화를 자제하거나 하청업체의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원청의 산업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 동기를 줄이기 위해, 산재보험료 원.하청 통합관리제도 적용범위를 전산업.전업종으로 확대하여 실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 위장도급 개선 방안 「민법」 제664조에 따르면, 도급의 경우 하청노동자에 대한 업무지시 등 노무 지휘권이 하청에게 있으며, 그러한 경우에만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된다. 이에 반해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외형상 도급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한 노무제공관계를 "위장도급"이라 하는데, 원청사업장 내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내하도급의 경우 특수한 노동법적 문제가 발생된다. 즉, 원.하청 노동자가 같은 사업장에서 혼재되어 작업하고 원청이 직.간접적으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업무지시 등 노무지휘권을 행사하거나, 이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 으로 좌우하고 결정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적법한 도급에 해당하지 않으며, 위장도급에서의 노무제공관계는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에게 노무지휘권을 행사하는 "파견"과 유사하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파견금지대상 업무에 해당할 경우,「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에 해당하게 되며, 이와 같은 14 이유로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업무지시.명령 등 사용관계가 인정될 경우 그 사내하청에 대해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 논란이 제기된다. 그러나, 그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노사분규가 지속되는 등 문제 해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 기준이 다소 명확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청과의 관계에서 적법도급인지 또는 형식만 도급인 불법파견인지에 따라 사내하청노동자의 법적 지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확 인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불법파견일 경우 「파견법」 제6조의2가 적용되어 원청(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ILO는 제198호 「고용관계에 관한 권고」(2006)를 통해 “사용자 로서의 법적 책임을 회피할 의도를 갖고 외형상 민법.상법 계약을 통해 고용 관계를 은폐하는 "위장된 고용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2007년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마련한 이후 개정 없이 적용하고 있는데, 이 지침은 사업장 단속을 위한 행정지침 형식의 내부 기준으로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으며, 파견과 도급 구분에 관하여 제시한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불법파견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과 불응 시 과태료 부과, 당사자 간 협의.중재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데,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신속한 권리구제가 15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는 합리적 이유 없는 사건처리 지연, 행정부작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파견법」 위반에 대한 근로감독 및 수사 시 신속성을 담보 하고, 노동현장에서 불법파견 등의 위법적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법파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법 실효성을 확보하고 불법파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다.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 방안 대법원 판례(1992. 12. 22. 선고, 91누6726 판결)를 고려할 때,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에 기초하여, 노동자가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노사교섭을 바탕 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사 간 실질적인 평등을 구현하는 것은, 노동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최고의 공익적 가치이자 그 자체로서 공공의 복리에 합치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런데, 원청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사내하청노동자는 직.간접적으로 원청의 노무지휘권 영향 아래에 있으며, 하청업체는 근로계약상의 형식적 사용자일뿐 원청이 실질적으로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청은 근로계약당사자가 아님을 이유로 사내하청노동자가 가입한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도급계약 해지.특정노동자 교체 요구.하청업체 폐업 등의 방식을 통해 사내하청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이들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 이와 관련하여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2017)에서는, 도급계약 자체가 하청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음이 지적된 바 있으며, 현행 노동관계법이 사내하청노동자를 적절히 16 보호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과의 단체교섭 등을 보장함으로써 사내하청노동자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은 노동3권 보장을 통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별적 근로관계에 비해 집단적 노사관계에서의 사용자 범위는 확장될 수 있다. 대법원도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실업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판례(2004. 2. 27. 선고, 2001두8568 판결)와 원청의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례(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등을 통해, 집단적 노사관계는 근로계약 관계를 반드시 전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노동조합법」 사용자 정의규정을 개정하여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조건 및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라 함은,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에 한정되지 않고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구체적.실질적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미치는 자로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판례 (대구고등법원 2007. 4. 5. 선고, 2006노595 판결)를 고려할 때, 해당 노동관계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가 단체교섭 상대에서 제외 된다면, 단체교섭의 원래 목적인 노동조건 개선 및 노동자 이익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17 아울러, 「노동조합법」은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노동3권 실현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침해 내지 간섭행위, 이른바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과 그 행위를 한 사용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데, 부당노동행위 규제의 목적은 노동3권의 침해방지와 그 구제에 있기 때문에, 대법원은 “노동자의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면 근로계약당사자가 아니라도 구제명령의 대상자인 사용자에 해당”(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 두8881 판결)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도 한국정부에게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일방적 도급계약해지, 특정조합원 해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및 업무방해죄 고소 등)에 대하여 제재할 수 있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했다(Report No.350, 2008; Report No.363, 2012; Report No.374, 2015; Report No.381, 2017). 이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하청노동자가 가입한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해 원청의 부당노동 행위 책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Ⅳ. 결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권고한다. 18
연관 문서
nhr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