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의 채식주의 수용자에 대한 채식주의 식단 미제공
요지
주문 1 : 이 사건 진정은 기각합니다. 주문 2 : 법무부장관에게,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성 및 양심의 자유 나아가 건강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채식주의 식단을 마련하고, 반입 가능한 식품 품목 확대 등을 위한 관련 법령의 개정이나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합니다.
해석례 전문
Ⅰ. 진정에 대한 판단 1. 진정요지 진정인은 피해자의 친구이며, 피해자는 ○○구치소(이하 “피진정기관”이 라 한다)에 수용 중이다. 피해자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아주 어릴 때부터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섭취 및 이용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Vegan)인데, 피진정기관에 2020. 4. 입소한 이후 주식인 현미밥을 제공받지 못해 사과를 먹으며 생활하였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영양실조로 인한 탈모와 체력 저하 로 수용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피진정인에 주식인 현미밥 제공 또는 현미 쌀 구매를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 이러한 피진정인의 조치는 채식주의 자로서의 신념을 지키기 어렵게 하여 피해자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2. 피진정인의 주장 요지 피해자는 2020. 7. 1. 16:00경 피진정기관 여성수용관리 팀장과 상담 시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유당을 분리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우유 및 동물 성 식품을 섭취할 수 없고 야채, 생김, 콩조림 등을 취식하고 있으나 양이 부족하다”라고 하였다. 이에 피진정기관은 피해자의 과일 구매 횟수를 주 2회에서 3회로 늘려주 었고 피해자가 원하는 반찬(연근조림, 묵무침, 우엉조림, 배추김치, 생채소, 땅콩 조림 등)에 대해 별도의 개인 반찬통에 양을 늘려 지급하는 등 피해자 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다. 또한 피진정기관은 피해자가 2020. 6. 17. 경에 안구 통증을 호소하자 외 부병원 안과 진료를 실시하였고 그 후 4차례 외부병원 진료를 더 실시하는 등 피해자의 의료처우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였다. 아 울러 피해자는 수용기간 중 혈액과 흉부 X-선, 활력징후 검사를 받은 결과 정상이었으며, 신체상 특별한 문제 없이 수용생활에 적응하였다. 피해자는 피진정기관이 피해자의 현미쌀 구매 요청을 임의로 거부하였다 고 주장하나, 자비 구매 품목은 피진정기관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6조(자비구매물품의 종류 등) 제3항에 의하여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한 물품의 품목 및 규격 등에 대하여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피해자는 피진정기관에서 현미밥 제공 및 현미쌀 구매를 거부하여 채식 주의자로서의 신념을 지키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수용 기간 중 라면, 흰쌀밥 등을 종종 취식하였던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채식주의 자로서의 양심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하였으며 이러한 정도가 교정시설 구금환경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휠씬 상회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3. 인정사실 및 판단 피해자는 채식○○연대에서 활동하고, 사단법인 ○○○○○센터원장을 지 냈으며 2020. 6. 3. 피진정기관에 수용되었다가 2020. 10. 6.에 보석으로 출 소하였다. 피해자는 2020. 7. 1. 피진정기관 여성수용관리 팀장과 상담 시, 우유 등 을 섭취할 수 없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면 두드러기 반응 및 호흡곤란이 있으며, 수용 전에는 본인 식사 재료를 가지고 다녔고, 수용생활을 하면서 콩조림, 연근조림, 쌈채소(상추, 고추, 다시마, 생김)와 김치를 반찬으로 식 사를 하거나 과일(사과, 토마토)를 구매하여 식사를 대신하였다고 상담한 바 있다. 피해자는 피진정기관에 수용된 기간동안 볶음땅콩, 토마토, 맛김, 컵라면, 밀크커피, 우유 등을 자비로 구매하였으며(총 17회) 피진정기관은 피해자가 주식으로 사과를 섭취할 수 있도록 구매 횟수를 늘려주고 부식으로 콩조림, 파래김자반, 연근조림, 묵무침, 우엉조림, 배추김치, 생채소, 땅콩조림 등을 제공하였다. 피진정기관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 이라 한다) 시행규칙」 제16조 제3항에 의거하여 피해자의 현미쌀은 자비 구 매 물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매를 불허하였다. 이러한 인정사실에서 보듯이, 피해자는 수용 기간 중 한국인의 주식 중 하나인 밥과 국을 제대로 취식하지 못하여 불편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러나 피진정인이 피해자의 현미쌀 구매 요청을 거절한 것은 형집행법 시행 규칙에 의한 것이었던 점, 현재 우리 교정 관련 법규에는 채식주의 수용자 에 대한 특별한 처우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럼에도 피진정인은 피 해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주식인 사과 구매 횟수를 늘려주고 피해자가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중심으로 제공하는 등 고충해소를 위해 노력한 점, 당시 피 해자의 건강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 려하면, 피해자에게 적절한 채식주의 식단을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해자의 건강권이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기 각하기로 하여 주문 1과 같이 결정한다. Ⅱ. 교정시설 채식주의 식단 제공에 대한 의견표명 1. 의견표명의 배경 이 사건 진정은 기각하였으나, 최근 해외에서는 교정시설 채식주의자에 대한 식단제공에 대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률에 따라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일정 부분 수인 의무를 부과하는 교정시설 에서도 채식주의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 나아가 건 강권 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국가인 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아래와 같이 의견표명 을 한다. 2. 판단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19조는 양심의 자유를,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권은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용자에게도 예외는 아닌바, 형집행법 제4조는 특별히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함으로써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0조 제1항은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사람 에 대한 인도적 처우와 인간의 존엄성을 제18조는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 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법과 국제법에 기초하여 볼 때 채식주의 수용자의 처우가 문 제 되는바, 어떤 이유에서든지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식생활의 기본으로 하는 수용자의 경우, 그것을 존중해 주지 않으면 그 삶은 피폐해지고, 건강 까지 잃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은 결국 자신의 소신마저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우 리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배치된다. 물론 채식주의자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서구 사회에 비해 전반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현시점에서 채식주의 수용자 의 인권 문제까지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지만, 인권의식과 국제적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 논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본다. 이 논의를 함에 있어 채식주의 수용자에 대한 국제적 상황이 과거와 크 게 달라져 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유럽인권재판소는 Vartic v. Romania(2013) 사건에서 채식주의 수용자의 양심의 자유(「유럽인권협약」 제9조)를 판단하면서 채식주의자의 식생활은 의식과 관행의 준수를 통한 종 교의 자유의 표현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동 재판소는 교정기관의 필요와 수 용자의 종교적 자유 사이에서 적절하고도 합리적 균형을 추구할 수는 있지 만, 수용자의 종교적 신념에 필수 불가결한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종 교적 자유에 대한 비합리적 제한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나아가 유럽인권재 판소는 Neagu v. Romania(2020) 사건에서 개종을 했으니 거기에 맞는 음 식을 제공해 달라는 수용자의 요청에, 수용자가 개종을 증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은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을 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유럽인권재판소는 판례를 통해 채 식주의자에 대한 채식 식단제공은 수용자의 양심 및 종교의 자유라는 차원 에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거듭 판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채식주의 수용자에 대한 연방 차원의 처우 지침은 보이 지 않으나 각 주(State)별로 최근 들어 상당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2018년 교정시설을 비롯한 주가 운영하는 병원 및 요양시설 등에서 식물성 식단(plant-based meals)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법률 (SB1138)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건강이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영양 가 풍부한 음식에 접근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하면서, 주 교도소 와 같은 공공기관은 종교, 윤리적인 식생활 신념 및 음식물 알레르기를 갖 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한 식사를 제공할 특별한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였고, 캘리포니아주 교정국(Department of Corrections and Rehabilitation)로 하여금 수용자들에게 채식주의자 식단을 제공하는 계획을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위원회는 10년 전 이미 채식주의 수용자를 위한 교정 당국의 정책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2012. 9. 25.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진정인의 채식주의 요구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을 형성하는 자유와 대외적으로 양심을 실현하는 자유의 범위에 속한다”고 하면서 양심 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 당하지 않을 자유, 즉 교도소에서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육식을 먹지 않고 채식을 요구할 권리를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교도소는 진정인의 신념과 개별 특성을 고려하여 진 정인이 건강을 유지한 채 수용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고 피진정기관은 채식을 요구하는 진정인에게 그에 맞는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헌법 제19조에 보장된 진정인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 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 2012. 9. 25. 11진정0699000 결정). 나아가 2021. 11. 30. 국가인권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는 “학교급식에서 채 식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인의 신념에 대한 존중과 환경 보호 등 공익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학교급식에 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계획 수립·시행 등 소관 업무 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채식주의를 택하고 있는 아동이 그에 맞는 음식을 영양학적으로 고려된 식당을 통해 적절한 양만큼 제공 등을 받을 수 있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 2021. 11. 30. 21진정0391000외(병합) 결정). 국방부 또한 2019. 12. 23. 「2020년도 급식방침」에 “채식을 요구하는 장 병, 특정종교 또는 식품 알레르기로 인한 식사제한 장병 등에 대해서는 밥 과 김, 야채, 과일, (연)두부 등 가용품목 중 먹을 수 있는 대체품목을 부대 급식여건을 고려하여 매끼니 제공하며, 채식병사에게는 우유 대신 두유를 지급할 수 있다. 필요시 해당 병사의 부식비는 현금 배정하여 필요한 품목 을 구매하도록 한다”고 규정하였고, 2021년부터 모든 부대에서 희망자에게 채식주의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해외기준과 국내 사례를 통해 살피면, 우리나라의 수용자도 이제는 자신의 신념 또는 신체적 특성에 적합한 음식을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교정기관으로부터 영양학적으로 고려된 채식 식단 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채식선택권의 보장은 개인의 종 교 및 양심의 자유를 넘어 수용자들의 비만, 당뇨병, 심장병 등과 같은 건 강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모든 교정시설에서 채식주의 식단을 일시에 제공하기 어렵다면 분류수용을 통해 일정 교정시설에서 먼저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시도할만한 교정정책이라고 본다. 이에, 법무부장관에게,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성 및 양심의 자유 나아가 건강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채식주의 식단을 마 련하고, 반입 가능한 식품 품목 확대 등을 위한 관련 법령의 개정이나 정책 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3.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 에 따라 의견을 표명하기로 하여 주문 2와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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