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
요지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 및 법무부장관에게 아동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1.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법률의 입법 취지를 약화시키고, 아동학대 사건에서 친권자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민법」 제915조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고, 2. ‘징계’와 ‘훈육’의 경계 모호성으로 인해 초래되는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915조상의 ‘필요한 징계’를 삭제하는 대신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민법」에 포함시키지 말며, 3. 아동에 대한 체벌금지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 아동학대 금지에 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
해석례 전문
Ⅰ. 의견표명 배경 「민법」제915조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 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에 따라 훈육의 목적에 기인 한 체벌이 아동학대로 인정되지 못하고 심지어 아동학대 가해자의 학대행 위에 대한 법적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2020. 7. 31. 기준, 「민법」제915조의 징계권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4건의 법률안(신현영의원, 전용기의원, 황보승희의원, 양이원영의원 발의) 이 발의되었고, 법무부도 개정법률안(이하 "법무부안"이라 함)을 마련하여 입법예고 하는 등 해당 조항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들 개정법률안은 공통적으로 「민법」제915조 징계권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며, 일부 개정법률안은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필요한 훈육" 관 련 규정을 신설하거나 체벌 금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 7. 23.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민법」일부개정법률 안에 대해 2009. 9. 9. “친권자의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고 미성년자의 의사 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 으며, 지난해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대한민국 제5·6차 심의 과정 에서 징계권 규정에 관하여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최근 친권자에 의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을 고 려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민법」이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외국사례 등에 비추어 아동의 권리와 인권 보호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민법」제915조와 관련된 개선방안에 대해 검토하였다. Ⅱ. 검토 기준 「대한민국헌법」제10조,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제19조 등을 검 토기준으로 하고,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UN 아동권리위원 회 최종견해(CRC/C/KOR/ CO/5~6), UN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8호: 신체적 처벌 및 기타 잔혹하거나 굴욕적인 형태의 처벌로부터 보호받을 아 동의 권리(CRC/C/GC/8) 등을 참고기준으로 하였다. Ⅲ. 검토 의견 1. 징계권(「민법」제915조) 삭제 관련 1958년 「민법」제정 이후, 친권자의 징계권에 관한 규정은 60여 년이 넘 도록 개정 없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정이 사법(私法)의 일반법인 「민법」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민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비록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일 부 가정에서는 자녀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자녀가 보다 잘 되라는 이유로, 자녀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체벌을 행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음에도 보건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4년~2018년) 아동학대 건수는 약 8만 7천여 건으로 매년 그 수가 증가했고,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132명에 달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로 인해 아동 인권을 옹호하는 전문가, 활동가들 은 체벌 금지 법제화와 「민법」제915조 삭제를 주장했으며, 국회의원 발의 안(4건)과 법무부안은 「민법」제915조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기로 한바, 이 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안으로 평가될 수 있다. 첫째, 현실적으로 「민법」상 징계권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자인 친권 자에 의한 학대를 정당화 하는 항변사유로 사용되기도 하며, 판례상 범죄행 위의 위법성 조각, 학대행위의 고의 부정 등 학대에 대한 처벌감경 사유로 도 적시되고 있는바,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 차원에서 징계권 규정 삭제가 필요하다. 둘째, 법체계적 측면에서 「민법」제915조를 삭제할 경우, 현재 친권자의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 한 특례법」등 관계 법령과의 충돌문제를 해결하고 법률간 해석의 혼란 문 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일반적·보편적 성격의 법률인 「민법」제915조 를 삭제할 경우 아동인권 보호를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클 것이고, 향후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법령 정비 및 제도개선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민법」제915조를 삭제할 경우 징계권의 한 종류인 자녀의 감화·교 정기관 위탁에 관한 부분도 함께 삭제되므로 황보승희의원 대표발의안과 같이 일부 문구를 수정하여 해당 부분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실무적으로 「민법」상 징계권에 근거를 두고 친권자가 법원의 허 가를 얻어 교정기관이나 감화기관에 위탁하는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일 것 으로 보인다. 자녀가 범죄행위를 하였거나 일정한 비행행위를 하여 향후 범 죄행위를 할 우려가 있어 친권자가 자녀를 교양·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 정기관, 감화기관에 자녀를 위탁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소년법」에 따라 친권자 통고에 따른 법원 심리를 거쳐 소년원, 소년보호시설 등에 해당 자 녀의 감호를 위탁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적용 사례가 거의 없는 「 민법」상에 자녀의 감화·교정기관 위탁 관련 부분을 별도로 존치시킬 필요성 은 크지 않다고 할 것이다. 2. "필요한 훈육" 문구 신설 관련 전용기의원, 황보승희의원 대표발의안은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면서, 같은 법 제913조에서 친권자의 보호, 교양의 권리의무로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전용기의원 대표발의안은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 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 을 규정하고 있고, 황보승희의원 대표발의 「민법」일부개정법률안은 필요한 훈육을 할 경우에 체벌을 해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개정법률안은 친권자의 "징계권"이 삭제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훈 육"이라는 용어로 대치하여 친권자가 아동의 교육과 인격 성장 등을 위해 하는 사회통념상 허용 가능한 수준의 친권 행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 하고자 하는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긍정적 형태의 훈육은 반드시 법률로 규정해야 그 효 력이 발생하는 권리 이전에 조리상 친권자로서 당연히 행사하거나 부담하 는 권리의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민법」제913조에서 친권자는 자를 보호 하고 교양할 권리가 있음을 이미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 조문으로 "필 요한 훈육"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가능한 수준의 친권 행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한편, 실제 아동학대 사건에서는 징계권이 "훈육"이라는 모습으로 바뀌어 다루어진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여러 판례에서 훈육의 목적을 고려 해 범죄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훈육의 목적에 따라 학대의 요건을 부 정하거나, 훈육의 의도가 학대범죄의 "고의"를 부정하는 사정으로 고려되는 등 아동학대 사건에서 "훈육"이 아동학대 처벌감면 사유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필요한 훈육"이라는 문구를 「민법 」에 포함시킬 경우 징계와 훈육의 경계 모호성으로 인하여 징계권 규정 삭 제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그리고 국제인권규범들에서 아동을 "훈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필요한 훈육" 문 구를 「민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훈육"을 이유로 한 체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인다. 2006년 UN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8호: 신체적 처벌 및 기타 잔혹하거나 굴욕적인 형태의 처벌로부터 보호 받을 아동의 권리(CRC/C/GC/8)에 따르면, 부모의 적절한 감독과 지도의 해석에 있어 굴욕적인 형태의 훈육을 정당화하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되고, 많은 국가의 민법 등에 아동의 훈육 관련 규정이 있음을 주목하면서 가족 등 모든 환경에서 아동에 대한 어떤 정도의 폭력("적당한" 혹은 "알맞은" 응 징이나 교정)을 허용하는 모든 규정의 삭제를 요청하며, 아동에 대한 폭력 이 "훈육"이나 "합리적 교정"으로 불리는 것에 관계없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UN 아동권리위 원회 최종견해(CRC/C/ KOR/CO/5~6)는, 특정 환경에서 여전히 체벌이 합법적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모든 법률 및 관행상의 "간접체벌"과 "훈 육적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처벌을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따라서 최근 발의된 「민법」개정법률안들에서 제915조의 삭제 취지가 사 회통념상 부모로서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자녀에 대한 올바른 교육으로서 의 훈육을 막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발생한 다수의 아동학대 사 건에서 확인되는 심각한 수준의 아동 체벌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불 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필요한 훈육" 문구를 「민법」에 포함시키는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3. 모든 형태의 체벌금지 규정 마련 관련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나, 위반 시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이를 통한 아동학대 방지 등의 달성에 실효성 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다른 법률을 통하더라도 대부분 사후적 처벌규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전적·예방적 측면에서 체벌금지 목적 을 달성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4,039명 중 교육 목적의 체벌에 찬성하는 응답이 39.3%로 집계된 바와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부모가 훈육 차원에서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 는 시각도 상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일반적·보편적 법률인 「민법」에 체벌금지 조항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경우, 친권자 등에게 "법으로 체벌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아동학대 금지에 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통해 아동의 인권 보호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 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민법」에 체벌금지 규정을 둠으로써 향후 가정 내 아동학대 방 지를 위한 제반 법령 정비 및 제도개선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 다. 참고로 독일은 2000년 「양육시 폭력의 금지에 관한 법률(Gesetz zur ?chtung der Gewalt in der Eriziehung)」을 제정하면서 폭력(체벌)이 훈육 의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부모에게 확신시켜주고 그들의 태도나 인 식변화를 꾀하기 위해 현행 「민법전」제1631조 제2항에 “체벌을 비롯해 심 리적 상처 및 그 밖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있는바, 사인간의 권리의무를 규정하는 일반법인 「민법」에 체벌금지 취지의 규정을 신설한다고 하더라도 입법 체계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상의 점을 고려하였을 때, 징계권 폐지와 더불어 친권자는 자녀에게 신 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등의 행 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의 체벌금지 내용을 「민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아동의 양육과 인권보호를 위하여 바람직해 보인다. Ⅳ.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제25조 제1항에 따라 주문과 같 이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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