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결정문 이유 기재 생략에 의한 인권침해
요지
주문 1 : 대법원장에게, 국민의 알권리와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 보장을 위해, 개명허가 신청사건을 기각하는 경우, 간략하게라도 기각의 이유를 결정문에 기재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표명합니다.
해석례 전문
Ⅰ. 진정사건 조사결과 및 판단 1. 진정요지 진정인은 2019. 12. 24. OOOOOO OOOO으로부터 진정인의 개명신청을 기각한다는 결정문을 받았는바, 그 내용은 “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주문 과 같이 결정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을 뿐, 불허 결정의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것은 진정인이 항고를 제기하고 싶어도 그 이유를 적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 진정인의 알권리 및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2. 당사자 주장 가. 진정인 진정요지와 같다. 나. 피진정인 현행 법률에 의할 때 개명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에서의 이유 기재 생략 은 법관의 판단사항이다. 결정에 대한 이유 기재 생략은 국민의 기본권뿐만 아니라 재판의 독립성 및 신속성·경제성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비 송사건절차법」 제20조 제1항에서 재판으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당한 자는 이에 대하여 항고할 수 있고, 같은 법 제23조에 의해 「민사소송법」상 항고 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개명의 허부에 대한 항고는 통상항고로서 그 불복기간의 정함이 없고 불복의 실익이 있는 한 언제든지 이를 제기할 수 있어 재판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3.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4. 인정사실 및 판단 진정인은 개명허가 신청 건에 대하여 피진정인이 기각 결정을 하면서 그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것은 진정인의 알권리 및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 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침해 구제기관으로서의 법원의 권한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법원의 재판"을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서 제외하고 있는바(제30조 제1항 단서), 이때의 "재판"은 판결뿐만 아니라 명령·결정도 포함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진정원인은 「비송사건절차법」 제17 조에 따른 "결정"에 관한 사항이므로,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각하한다. 5.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주 문 2항과 같이 결정한다. Ⅱ. 의견표명 1. 검토의 필요성 이 사건 진정은 위와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조사대상에 해 당한다고 볼 수 없어 각하하는 것이 타당하나, 성명이란 한 사람의 인격과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징표로서 항상적으로 기능한다는 점, 피진정기관의 답변처럼 개명의 허부에 대한 항고는 통상항고로서 그 불복 기간의 정함이 없고 불복의 실익이 있는 한 언제든지 이를 제기할 수 있다 고는 하나, 정확한 불허 이유를 모를 경우 항고로 다투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개명불허 결정 시 이유를 기재하지 않는 것은 청구인의 알권리 및 재판받을 권리, 나아가 개명을 통해 인격을 신장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 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관 련 규정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의견표명을 검토하고자 한다. 2. 판단 가. 결정문 이유 불기재의 근거 법원이 개명신청에 대한 결정을 하면서 이유를 생략할 수 있는 근거는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과 비송사건절차법 그리고 민사소송법의 관련 규정이다.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99조에 따르면, 개명하고자 하 는 사람은 주소지(재외국민의 경우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 가를 받아 그 허가서의 등본을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신고를 하여야 하는바, 개명허가 절차는 「비송사건절차법」을 준용(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1항 제1호)해 결정으로써 할 수 있고(비송사건절차법 제17조 제1항), 결정 형식의 재판은 「민사소송법」상(제244조 제1항 단서) 이 유를 생략할 수 있다. 나. 개명에 대한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의 입장 과거 특정 개인이 오래 동안 사용하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 다. 법원이 쉽게 개명허가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법원의 완고한 입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헌법재판소(헌재) 및 대법원의 판례를 통 해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성명이 갖는 의미를 "개인의 정체성과 개별성을 나 타내는 인격의 상징이며,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하고 발현하는 기초"로 보고 있다. 따라서 헌재는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름 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의 하나로 보고 있다(헌법재판소 2005. 12. 22. 선고 2003헌 가5등 참고). 나아가 헌재는 개명권을 인격권을 넘어 자기결정권의 하나로 보았다. 즉, 개명권은 자신의 이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 사 회에서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려 질 지를 결정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 러내는 징표를 결정하는 것으로서 개인의 인격발현의 기본조건에 관한 결 정이고 사생활의 형성 자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하나라는 것이다(헌재 2003. 10. 30. 2002헌마518 등 참고).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바, 성명 권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어서 자기결 정권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본인의 주관적인 의사가 중시 되어야 하는 것이고(대법원 2005. 11. 16. 선고 2005스26 결정),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 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개명을 허가할 만 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결 정한 바 있다(대법원 2009. 10. 16. 선고 2009스90, 대법원 2009. 8. 13. 선고 2009스65).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하면, 개명신청은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이나 자기결정권의 행사이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 따라서 이를 불허하는 경우, 법원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그 이유를 설명 할 책임이 있다. 개명신청을 하나의 권리로 인정하면서 그것을 받아주지 않 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것은, 헌재와 대법원이 보여준 입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 위원회의 판단 우리 위원회는 성명을 인격권의 발현으로 보고 개명을 원칙적으로 허 용해야 한다는 헌재와 대법원의 입장을 지지한다. 개명은 폭 넓게 인정되어 야 하며, 만일 개명허가 신청을 기각하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물론 개명허가 신청 건수가 연간 십 수만 건에 이르므로(2020년 기준으 로 132,842건), 재판의 신속성 내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결정문 작성업 무를 경감시킬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개명허가 신청이 불허된 경우까 지 아무런 이유를 기재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개명권을 법원의 자의적 판 단 하에 놓이게 하여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것은 헌재와 대법원이 개명권을 헌법상 기본권(인격권, 자기결정권 등)과 연결 지운 것과 배치되는 것이며, 신청인의 재판받을 청구권을 사실상 심각 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개명신청이 기각되었는지를 모르고 불 복절차에 나서는 것은 신청인이 제대로 자기주장을 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 법원의 개명허가 신청에 대한 기각율은 2019년 기준 약 3.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는바, 기각의 경우에 한하여 결정문에 이유를 간략하게 기재한다고 하여 법원의 업무 부담을 심각하게 가중시킨다고 보 기 어렵다. 또한, 개명신청에 대한 결정에서 이유를 기재하지 않는 것은 소 액사건심판법 상의 판결서 이유 불기재와 비교해 봐도 적절치 않다. 소액사 건심판법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판결서에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근 거를 마련하고 있지만(제11조), 그런 경우에도 법정에서 판결을 선고할 때 적어도 "주문이 정당함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유의 요지를 구술 로 설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제11조의 2)하여, 최소한의 당사자의 알권리 와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개명을 통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와 재 판청구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명허가신청을 기각하는 경우 간략하게라도 그 이유를 결정문에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3.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주문 1항 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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