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 권고
해석례 전문
Ⅰ. 권고의 배경 우리나라는 1997. 12. 30. 사형이 집행된 이후 20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집행 정지상태에 있으며, 현재 사형집행 대기 중인 사람은 모두 61명이다. 1989. 12. 제44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 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이하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 정서」라 한다)는 사형제의 폐지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 향상과 인권의 발전 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적 약속으로, 사형의 집행금지의무, 사형폐지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 전쟁 중 군사적 범죄에 대한 사형 유보 가능 등 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는 현재 85개국 이 가입·비준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우리나라, 미국, 일본, 이스라엘을 제외한 32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는 2005. 4. 6. 국회의장에게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폐지되어야 하며, 대안으로 감형.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일정기간 감 형.가석방 없는 무기형 제도 및 전쟁 시 사형제도의 예외적 유지 등의 방 안이 검토될 수 있고, 이러한 조치의 채택여부는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고려 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2009. 7. 6.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형법」제41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2008헌가23)에 대해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헌법 및 국제인권규약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제 출한 바 있으며, 2017. 12. 21.에는 국회의장 및 국방부장관에게 "전시가 아 닌 평시에는 군형법 상 사형집행의 중단을 선언하고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2017. 11.에 있었던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UPR: Universal Periodic Review) 제3주기 심사에서 20여개 국가가 우리나라에 대해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 등 사형제 폐지 관련 권고를 하 였으며, 이에 대해 정부는 사형제도의 존폐 및 대체 형벌 도입은 국가 형벌 권의 근본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과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과 법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적 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 치, 생명권, 비인도적인 형벌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형폐 지를 위한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을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Ⅱ. 판단 및 참고기준 1. 국내법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7조 제2항, 제110조 제4항) ○「형법」 등 사형이 규정되어 있는 20개 법률 ○「형사소송법」 등 사형집행이 규정되어 있는 4개 법률 2. 국제규범 ○ 「세계인권선언」 ○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 택의정서」 ○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 의 방지에 관한 협약」 ○ 「유엔총회 사형모라토리엄결의안」 (2007~2016) ○ 「1983년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 제6추가의 정서」 ○ 「1990년 사형폐지를 위한 미주인권협약 의정서」 ○ 「2002년 모든 상황에서 사형폐지를 위한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 제13추가의정서」 ○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Ⅲ. 우리나라 사형제 현황 1. 사형관련 법령 및 범죄 사형은 「형법」, 「군형법」, 「국가보안법」,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 률」,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 「문화재보호법」, 「보건범 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의 처 벌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 「원자력안전법」, 「장기 등 이 식에 관한 법률」, 「의무경찰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지뢰 등 특 정재래식무기 사용 및 이전의 규제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 에 관한 법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항공안전법」, 「항 공보안법」, 「화학·생물무기의 금지 및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 수출입규제 등에 관한 법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 20개 법률에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사형관련 범죄 사형의 주요 대상 범죄는 ① 살인죄(「형법」 제250조), 해상강도살 인.치사.강간죄(「형법」 제340조 제3항), 폭발물사용죄(「형법」 제119 조), 현주건조물등방화치사죄(「형법」 제164조 제2항 후문)의 일반형사범, ② 유인죄의 가중처벌(「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1 항 제2호), 상해폭력을 목적으로 한 단체 또는 집단구성의 수괴에 대한 가 중처벌(「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부정식품제조 등의 처벌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 제3호), 문화재사범가중 죄(「문화재보호법」 제83조 제2항)의 정치적 변혁시에 법제정.개정으로 특정범죄에 사형을 추가하는 경우, ③ 내란수괴·중요임무종사죄(「형법」 제87조), 정권탈취목적의 반란수괴·중요임무종사죄(「군형법」 제5조 제1호· 제2호)의 정치범, ④ 외환유치죄(「형법」 제92조), 여적죄(「형법」제93조), 간첩죄(「형법」제98조), 반국가단체구성의 수괴.중요임무종사죄(「국가보 안법」제3조), 반국가단체 관련 잠입ㆍ탈출죄(「국가보안법」 제6조 제2항) 의 공안사범, ⑤ 정권탈취목적 없는 반란수괴·중요임무종사죄(「군형법」 제5조 제1호·제2호), 적전 군무이탈죄(「군형법」 제30조 제1항 제1호, 제2 항), 집단 항명죄(「군형법」 제45조 제1호), 적전 상관특수폭행.협박죄 (「군형법」 제50조 제1호), 총포·탄약·폭발물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군형 법」 제75조 제1호)의 군사범죄 등이다. 3. 사형수 현황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사형집행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의하여 6월 이내에 하여야 하며, 법무부장관이 사형의 집행 을 명한 때에는 5일 이내에 집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2018. 9. 10. 현재 법 무부 관할 사형수는 57명이고, 이들 중 최장 미집행 사형수는 1993. 11. 13. 사형이 확정되었으나 현재 24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전체 평균 17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할 사형수 외에 군 사형수는 4명이다. Ⅳ. 사형제 관련 주요 쟁점 및 판단 1.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생명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타인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하고 훼손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도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게 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이와 동등한 제3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현존하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할 때만 제한이 가능 할 것이다. 그러나 사형의 경우는 범죄가 이미 종료된 이후 상당기간 수사 및 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되어 수감되어 있는 상태의 수형자에 대하여 의 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현존하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어떠한 범죄자는 고도의 악성을 가지고 사회 전체의 위협이 되는 존재로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될 필요가 있 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종신형 등 대체형벌에 의해서도 그 목적 달성이 가능하므로 사형제를 유지하는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 또한 사형제 도는 사형수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뿐만 아니라 법규정에 따라 사형 을 판결해야 하는 법관,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사형집행인, 사형집행에 참 관해야 하는 사형집행참관인, 사형집행확인인 등 직접적으로 사형에 참여해 야 하는 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 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일정한 조건에서 사형제도가 허용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본 조항은 비상계엄하 의 군사재판 중 일부는 단심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110조 제4항 본문 을 제한하는 단서조항으로 단심 군사재판을 제한하려는 것이지 사형제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일반적 근거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인간의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분리될 수 없는 기본권이며, 모든 기 본권의 전제가 되는 권리로서, 국제인권규범에 따르면 사형제는 이러한 생 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 「세계인권선 언」 제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6조는 “ 모든 인간은 고유한 생명권을 가진다. 이 권리는 법률에 의하여 보호된다.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의 인권규범인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제2조 제1항에서는 “모든 사람은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누구도 사형을 선고 받거 나 집행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83년「인간의 권리와 기 본적 자유에 관한 유럽협약에 대한 제6의정서(Protocol No. 6 to th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제1조는 “사형은 폐지되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사형선고를 받지 아니하며, 집행당하지도 아니한다.”하고 규정하고, 제2조는 “국가는 전 시 또는 전쟁의 급박한 위협 시에 발생한 행위에 관하여 법률에 사형조항 을 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평시에는 사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한 동 협약에 대한 2002년 「제13의정서(Protocol No. 13 to th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concerning the Abolition of the Death Penalty in All Circumstances)」는 제1항에서 “모든 사형제는 폐지된다. 누구도 사형을 선 고받거나 집행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하 는 규정을 담고 있다. 1969년 채택된 미주의 인권규범인 「미주인권협약(American Convention on Human Rights)」제4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명 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3항은 “사형을 폐지 한 국가는 이를 다시 도입하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항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은 정치적 범죄 또는 이와 관련된 일반범죄에 대하 여는 부과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1990년 채택된 「사형제 폐지를 위한 미주인권협약 의정서(Protocol to the Americ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to Abolish the Death Penalty)」 제1조는 “본 의정서의 당사국은 자국의 관할에 속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사형을 적용하지 않는 다.”고 규정함으로써 사형제 폐지에 관한 미주지역 인권규범을 마련하였다. 한편, 국제연합(UN) 총회에서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사 형집행유예(Moratorium on the use of the death penalty)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모든 국가에서 사형제를 폐지할 목적으로 사형의 집행을 유예할 것 등을 요청하였다. 이와 관련 국제연합 총회는 2018년 12월 사형집행유예 에 관한 결의안을 다시 채택할 예정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형에 관한 국제인권규범, 유럽 및 미주의 인권규범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사형 선고 가능 범죄 및 사형 집행을 제한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사형제도 자체를 폐지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연합총회도 2년에 한번씩 사형집행유예결의를 통해 유엔회원국에 대한 사형폐지를 독려하고 있다. 2.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형벌 「세계인권선언」 제5조는 “어느 누구도 고문이나, 잔혹하거나, 비인도 적이거나, 모욕적인 취급 또는 형벌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7조는 “어느 누구도 고 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취급 또는 형벌을 받지 아니한 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제2조는 “당사국은 자기 나라 관할하의 영토 내에서 고문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실효적인 입법·행정·사 법 또는 그 밖의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는 사형제 자체가 고문 또는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을 금지하는「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Makwanyane and Mchunu v. The State, (1995) 16 H. R. L. J. 154)을 한 바 있으며, 유럽인권재판 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는 "소어링 사건(Soering Case)"에서 미국 의 사형제 운영에서 평균 6~8년에 이르는 사형집행 대기시간이 비인도적인 처우 에 해당한다고((Soering v. United Kingdom et al., 7 July 1989, Series A, Vol. 161, 11 EHRR 439) 결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2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현행 형벌규정 은 사형이 시행될 당시에 맞추어져 있어 법무부 관할 사형수들은 최장 24년, 평균 17년 이상 사형 대기상태에 있다. 따라서 위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 사례에 비춰본다면 현행 사형제는 국제인권규범이 금하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혹은 굴욕적인 취급 또는 형벌”에 해당될 수 있다. 3. 사형판결에 대한 오판가능성 사형의 오판의 가능성과 관련하여, 사형 아닌 다른 모든 형사절차에도 오판가능성이 존재하고 사법운용의 개선(유전자 감식 등)으로 수사의 과학 화와 사법절차를 개선하면 오판가능성은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부 분적인 오판의 우려로 사형제도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판결에 대한 오판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우며, 일단 오판에 의하여 사형이 집행되었을 경우 나중에 판결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밝혀져도 그 생명은 회복할 수 없으므로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의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형제도의 한계가 있다. 미국 사형정보센터(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의 자료에 따르 면 미국의 경우 1973년부터 2018. 8. 31.까지 162명의 사형수가 재심 등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아 석방되었으며, 2014년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National Academy of Science)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수 중 약 4% 정도가 무고한 사람으로 사형의 오심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조작된 공안사건으로 무고하게 사형 을 당한 희생자들의 재심청구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해왔는데, 2015 년에는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 연루자들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 정하였으며, 2016년에도 1977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재일교포의 재심사건, 이승만 정권시기 처형당한 최능진에 대한 「국방경비 법」 위반 재심사건, 1979년 「국가보안법」상 간첩죄 등으로 사형선고 후 집행된 "삼척 고정간첩단사건" 의 연루자에 대한 재심사건 등 재심으로 무 죄가 선고된 3건의 하급심을 확정했으며, 2017년에는 1975년 "한신대 간첩 조작사건"에 대한 재심청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여 사법부 스 스로 사형제도가 가지는 한계를 여러 차례 확인하였다. 이와 같이 사형은 다른 형벌과 달리 오판에 의한 사형집행의 경우 피해회복이 원천적으로 불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 4. 사형의 범죄억지력 사형은 무기징역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위하력으로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사형이 다른 형벌과 구분되 는 특별한 위하력을 가진다면 사형을 폐지한 국가에서 사형이 선고될 만한 범죄 가 사형제를 폐지하기 전이나 사형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이 발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3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사형집행과 범죄 위하력 효과에 대한 연구의 대부분은 사형을 집행하더라도 살인 사건의 발생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하였으며, 특히 2012년 국립과학기술의약아카데미(The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Medicine) 국가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사형제에 대한 약 30년간의 통계자 료 연구결과 사형이 살인죄 발생률을 감소시키는지, 증가시키는지 아니면 아무 런 영향을 주지 않는지에 대한 결과가 발견되지 않으므로, 사형이 범죄억지력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캐나다에서는 1976년에 사형이 폐지되었는데, 사형폐지 당시에 비해 2016년 발 생한 살인사건의 수는 거의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UN에서도 사형이 과연 범죄억지력을 갖는 것인가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 였다. 1967년 노발 모리스 보고서와 1988년 로저 후드보고는 사형의 범죄발생 억지력을 부정하였으며, 실제로 UN이 1988년과 2002년도에 사형의 범죄예방효 과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사형제도가 살인억제력을 가진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며, 조사결과 통계수치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사회에 급작스럽고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와 같은 사형의 범죄억지력과 관련하여 사형제 존치론자들의 주장과 배 치되는 통계자료는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다. 2002년도에 발간한 범죄백서를 보면, 1997년에 살인사건이 789건이나 발생하자 23명의 사형수를 처형하였으나, 그 다음해인 1998년에는 살인사건 발생건수가 전년도보다 177건이 증가한 966 건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사형은 범죄억지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사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범죄 억지의 수단으 로 보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적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5. 사형에 대한 국민여론과 법감정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국민 법의식 조사"에서는 사형제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형폐지를 반대하는 의견이 65.2%로 나타나고, 2017년 10 월 세계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9.4%로 나타났으며, 같은 해 11월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 사형집행을 찬성하는 의견이 52.8%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형제에 관한 여론조사는 그 시기, 방식, 설문내용 등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대체로 사형제 유지 여론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에서 한때 가장 강력한 사형제를 유지해 오던 프랑스의 경우 여론조사결과 사형존치론이 더 우세한 가운데 1981년 사형이 폐지되었음에 유 의할 필요가 있다. 1981년에 사형을 폐지할 때 국민의 66%가 반대하자, 미테랑 대통령은 “의원들이 올바른 입법을 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의지를 존중하는 것이 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법칙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사형폐지를 주도하였다. 프랑스에서 2006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형제에 대한 지지율이 42%로 하락하 였다. 독일의 경우에 사형폐지이후 사형부활론이 제기되어 여론조사 결과 사형부 활찬성이 53%임에도 불구하고 “사형은 폐지한다.”라고 규정된 「독일기본법」 제102조는 개정되지 않았고, 영국은 1965년 사형이 폐지된 이후 역사적 배경에 서 비롯된 각종 테러범의 증가와 흉악범의 출현으로 「사형부활법안」이 여러 차례 의회에 상정되었으나 그 때마다 부결되었다. 이외 캐나다, 몽골, 필리핀, 세네갈, 토고,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미국의 코네티컷주, 메릴랜드주, 뉴멕시코 주 등의 경우도 다수의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에 의해 사형제를 폐지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외국의 사례를 종합하여 보면 대부분의 사형폐지국들이 다수국민의 법감정 또는 여론에 따라 사형을 폐지한 것이 아니라 사형폐지가 옳은 결정이라 는 지도자들의 결단에 따라 사형제 폐지가 이루어지고 이후 국민여론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은 현재 존재(Sein)하는 현상만이 아니 라 당연히 존재하여야 할 당위(Sollen)의 모습을 담은 규범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의 법감정이나 국민여론만을 이유로 사형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6. 국제적인 사형제 폐지 움직임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2018. 3. 현재 중국, 일본 등 56개국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호주, 캐나다 등 106개국이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하고 있고, 이스라엘 등 7개국은 군형법 등에서 군사적 예외적인 상황에서 만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등 29개국은 살인 등 일반 범죄에 대해 사형 을 유지하나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는 국가는 이미 국제사회 주권국가의 절대 다수를 넘어섰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과 1966년 자유권규약의 채택 이후 사형제 폐지국가의 확산은 사형제폐지를 향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에 있어 두드러지는데 현재 OECD 회원국 36개국 중 우리나라, 미국, 일본, 이스라엘을 제외한 32개국이 사형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에 가입하고 있다. 또한, 국제연합(UN) 총회에서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 으로 사형집행유예(Moratorium on the use of the death penalty)에 관한 결의안 을 채택하고 모든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할 목적으로 사형의 집행을 유예할 것 등을 요청하고 있다. 이 결의안 찬성국가는 2007년 104개국에서 2016년 117개국 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국제연합 총회에서는 2018. 12. 사형집행유예에 관한 결의안을 다시 채택할 예정이다. 한편, 유엔에서 1990년 채택한 「범죄인인도조약모델(Model Treaty on Extradition, UN Doc. A/RES/45/116)」 제3조는 의무적 인도거절사유를 규정하면서 고문이나 잔혹한 처우 혹은 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범죄인인도 요청을 받은 국가는 인도요청을 거절하도록 하였고, 제4조(d)항 은 선택적(혹은 임의적) 인도거절사유로서 사형을 부과하거나 집행하지 않 겠다는 보증이 없을 때 법률상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 범죄인 인도를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2011 년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European Convention on Extradition)」 에 가입하면서 대한민국이 보증을 하는 경우 국내에 송환되는 범죄인에 대 해 국내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이를 집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따라서 범죄 후 유럽으로 도피해 정부의 보증을 통해 국내로 송환된 범인 은 국내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이 협약에 따라 사형집행을 면하게 된다. 7. 소결 사형은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인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하여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형벌로 그 범죄의 잔혹함이나 그로 인해 피해자 가족 등이 당하는 극심한 고통과 상실감 그리고 일반국민들의 정서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범죄에 대해 사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혀 터무 니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 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로서는 사형이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지, 사형제도의 존치가 인권의 보호와 신장을 위해 유용한지 또는 바람직한지 여부를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형제는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형벌 로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점, 사형판결에 대한 오판가능성 및 오판의 경 우 그 피해회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사형의 범죄억지력을 인정 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1997. 12. 30. 사형집행 이후 현재 20년 이상 사 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사형제는 공식적으로 폐지 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Ⅴ.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상 주요 의무 및 판단 1.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의무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제1조 제1항은 “이 선택의정서의 당사국의 관할 내에서는 누구도 사형을 집행당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여 당사국에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총6회에 걸쳐 "사형집행 모라 토리엄 결의안"을 채택하고 사형제 폐지를 목적으로 사형집행유예를 도입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2016. 12. 19. 유엔총회 사형 모라토리엄 결의안에는 117개국이 찬성하고 40개국이 반대하였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31개국이 기권하였고 5개국은 불참하였다. 유엔총회 사형 모라토리엄 결의안은 2018. 12월 다시 상정될 예정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형제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지 않고 현재 2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도 맞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형제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최근에 사형을 폐지 한 몽골의 경우 2012. 3. 3. 사형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자유권규약 제2선 택의정서」에 가입하고 2015. 12. 3. 형법개정을 통해 모든 범죄에 대해 사 형을 폐지하였는데,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법률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2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형사소송법의 사형집행 조항이 사문화되었다는 견해와 강행 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이라는 견해가 있다. 어떠한 견해를 취하든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현행 국내법과 충돌하지 않 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무런 공식적인 조치 없이 장기간 불안정한 집행 유예상태를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2. 사형폐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제1조 제2항은 “각 당사국은 자국의 관 할 내에서 사형폐지를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라고 규정하여 당 사국에 사형폐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를 위해 취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행정부 수반이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 정부수반으로서의 권한(Prerogative)을 활용한 사형집행모라 토리엄선언, 기존 사형수들에 대한 감형조치 등이 있으며, 국회를 통한 사 형폐지를 위한 특별법 개정, 사형을 규정한 모든 개별법 규정, 그리고 생명 권 보장 및 사형제 폐지의 헌법의 명문화 등이 있다.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상의 "사형폐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는 가입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가입 후 부과되는 의무이다. 앞에 서 검토한 바와 같이 사형제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 엄성, 생명에 대한 권리 그리고 비인도적 형벌을 받지 아니할 권리와 부합 하지 않으므로 사형제를 폐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3. 소결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사형제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 생명에 대한 권리 그리고 비인도적 형벌을 받지 아니할 권 리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기구의 권고를 수 용하여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사형집행유예에 대 한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고, 향후 그 동안 정부가 기권하였던 2018년 12월 상정될 유엔총회의 「사형모라토리엄결의안」 표결에 대해 찬성하는 등 사 형을 폐지하기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 다. Ⅵ.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제25조 제1항에 따라 주문과 같 이 권고하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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