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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해석례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2022. 3. 14. 결정

성평등한 정치대표성 확보를 위한 정책권고

요지

1. 국회의장에게, 정치영역의 성별 불균형 개선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의 개정을 권고합니다. 가.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공천할당제를 비례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도 의무화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 나.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의 후보 공천 시 할당제를 적용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 다. 선거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정당의 책무임을 천명하고 각 정당이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 2. 각 정당 대표에게 가.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이행방안 등을 당헌·당규에 명시할 것, 나.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 성별 통계를 구축하여 공개하고, 당직자·당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의회에 관한 내용을 교육할 것과 여성 정치인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합니다.

해석례 전문

Ⅰ. 권고 배경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표해야 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원칙 으로, 사회 구성을 비례적으로 반영하는 정치대표성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평등의 핵심은 국가의 주요 정책과 제도를 입법하 는 의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치적 의사 결정에서 여성의 과소 대표는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지표이다. 그 간 정치영역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의회 내 여성 비율 제고가 주요 과제로 다루어졌고, 이를 위한 전략으로 많은 나라에서 여성 공천할당 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여성 공천할당제, 보조금제도, 여성정치발전비 등 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현재 국회에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9%에 그 치는 등, 여성의 정치대표성은 낮은 수준에서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이 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는 2020년 〈성평등한 정치대표성 확보방안 연구〉를 실시하였고, 이를 토대로 「국가인권위원회법」제19조 제 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여성의 정치대표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검토하였다. Ⅱ. 판단 및 참고 기준 「대한민국헌법」,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및 「여 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이하 "「여성차별철폐협약」"이 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등을 판단 및 참고 기준으 로 하였다. Ⅲ. 판단 1. 정치대표성의 성균형과 성인지 의회 대의민주주의에서 한 집단의 대표가 그 집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특 성을 지니고 있다면 해당 집단의 이익을 잘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치대표성은 입법 활동에서의 역할과 관계가 깊고, 의원의 정치적 태도와 정책결정은 그 자신이 살아온 경력과 이력, 동기와 사상과 행동, 인적 네트워크, 전문성 등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의회 구성은 다양한 집단의 대표자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의 주요 정책결정에 대한 동등한 참여와 성평등한 대표성에 관한 논 의과정에서, 정치학자 달레루프(Dahlerup)는 여성이 30%라는 임계량(critical mass), 즉 결정적 다수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대표성을 가지기 어렵 다는 "결정적 다수이론"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는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유엔 세계여성대회에서 여성의 정치세력화(political empowerment)를 주요 강령으로 포함시키는 핵심 근거가 되었다. 달레루프와 레예나르(Leyenaar)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남성 지배의 변화과정을 분석하면서, 정치영역의 성균형에 대한 논의를 단순한 수적 균 형을 넘어 공식적·비공식적 제도, 담론, 정책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 으로 정리하고, 의회 내 남녀의원 비율을 기준으로 성별 지배의 정도를 총 4단계로 분류하였다. 1단계는 여성의원이 10% 미만인 남성독점(male monopoly), 2단계는 여 성의원이 10~25%인 작은 소수(small minority), 3단계는 여성의원이 25~40%인 큰 소수(large minority), 마지막 4단계는 여성의원이 40~60%인 성균형(gender balance/parity)로 구분하였다. 4단계에서 나타나는 정치대표 성의 성균형이란 의회 및 정부 내각에서 남녀 성비가 40~60% 이내로 구성 되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단계 구분 중 1단계와 2단계, 즉 정치권력을 남성이 독점하거나 여성 이 작은 소수에 머무르는 남성지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수자는 자신이 속한 환경을 변화시키기보다 순응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 집단 내의 소수는 일정 정도의 규모에 이르러야만 제 도·문화, 규범, 가치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여성의원이 25% 미만인 "작은 소수" 단계에서는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표성이 발현되기 어렵다 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국제의회연맹(IPU)은 "더 나은 의회와 더 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 하여 성평등 증진을 우선과제로 선정하고, 2012년 퀘벡에서 개최된 제127차 총회에서 〈성인지 의회를 위한 행동강령(Plan of Action for Gender- sensitive Parliaments)〉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회원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의 의회에 이 행동강령을 실천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였으며, 2030년까지 성인지 관점에서 의회 활동 및 조직 운영에 대한 감사를 실시 할 것을 요청하였다. 국제의회연맹은 의회의 조직 등에 대해 남녀가 동등한 참여 권리를 가진 다는 성평등 원칙에 기초하여, 의회의 구성과 조직, 운영 및 활동에서 성별 이해와 욕구에 반응하는 의회를 "성인지 의회(Gender-sensitive Parliaments)"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①여성의원 수 확대 ②성평등 입법 및 정책 강화 ③모든 의회 활동의 성주류화 ④성인지적 조직 운영 및 문화 개 선 ⑤성평등 실현을 위한 남녀의원의 책임공유 강화 ⑥정당의 성평등 역할 제고 ⑦의회 직원의 성인지 및 성평등 의식 강화 등 7개 행동강령과 세부 과제를 발표하였다. 유엔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도 2013년 “국회와 성평등: 입법부에서의 성주류화(Parliaments and Gender Equality: Gender Mainstreaming in Legislatures)”를 통해 동등한 대표성(gender parity) 획득, 차별에 반대하고 성평등을 촉진하는 입법 실현, 의회조직을 좀 더 평등한 기구로 전환할 것 등 3대 목표를 제시하였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및 경제 발전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으 나 성별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는 세계 156개국 중 102위(2021년 기준)로 최하위권이고, 성별 임금격차도 32.3%(2020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제21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9%로, 국제의회연맹 기준 세계 190개국 중 121위이자 전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 25.6%(2021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은 입법과 예산 정책에서 성평등 관점이 충분 히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로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정치대표성의 성균형을 위한 제도 검토와 개선이 요구된다. 2. 우리나라 선거제도와 정치대표성 현황 가. 선거제도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따로 선출하는 혼합형 다수제이다. 1인 2표제를 통해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중 최다득표 자 1명을 뽑는 단순다수제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 표제가 혼합된 선거제도이다. 이 제도의 특징은 두 개의 선거제도(소선거구 단순다수제/전국 또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 치지 않고 완전히 별개로 시행된다는 점이다. 유사한 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일본, 대만, 태국, 헝가리, 멕시코 등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의석수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등 총 300석으 로, 비례대표 의석은 전체의 약 15.7% 수준이다. 현 선거제도는 혼합형임에도 지역구 대비 비례대표 의석수가 적다. 정 당 득표수에 따른 의석 불균형이 심하고,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이 어렵다는 점 등으로 인해 비례성과 대표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비례대 표 정당 득표율로 총의석수를 정하고, 지역구 당선자 외 나머지를 비례대표 로 충원하는 혼합형 비례제(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제기되었다. 2015. 2.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 의석수(300석)에 대해 지역구와 비 례대표를 2:1로 조정하고,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 비례대표 명 부를 작성하고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 총의석을 할당한 다음, 여기서 지역구 의석수를 뺀 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국회에 제안하였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 주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 을 7석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였다. 그 결과 제20대 국회 에서는 오히려 비례대표 의석수가 54석에서 47석으로 줄어들었다. 2019. 12. 27.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기존 253석 : 47석으로 유지 하고 비례대표 절반에 연동형을 적용하되, 제21대 총선에 한하여 30석의 상 한선을 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정안이 최종 통과되어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었다. 이는 비례대표 47석 중 30 석에 준연동률 50%를 적용한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계산하고, 나머지 17석 은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계산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 는 방식이다. 나. 여성 국회의원 현황 역대 여성 국회의원 당선 추이를 보면 제16대 국회까지는 여성의원 비 율이 6% 미만이다가 제17대 국회에서 13%, 현 제21대 국회에서 19%에 이 르렀다. 구분 총의원수 지역구 비례대표 총의석 여성 비율 의석수 여성 비율 의석수 여성 비율 13대(1988) 299석 6명 2.0% 224석 0 0.0 75석 6명 8.0% 14대(1992) 299석 3명 1.0% 237석 0 0.0 62석 3명 4.8% 15대(1996) 299석 9명 3.0% 253석 2명 0.8% 46석 7명 15.2% 16대(2000) 273석 16명 5.9% 227석 5명 2.2% 46석 11명 23.9% 17대(2004) 299석 39명 13.0% 243석 10명 4.1% 56석 29명 51.8% 18대(2008) 299석 41명 13.7% 245석 14명 5.7% 54석 27명 50.0% 19대(2012) 300석 47명 15.7% 246석 19명 7.7% 54석 28명 51.9% 20대(2016) 300석 51명 17.0% 253석 26명 10.3% 47석 25명 53.2% 21대(2020) 300석 57명 19.0% 253석 29명 11.5% 47석 28명 59.6% <표 1> 국회 여성의원 당선자 추이(제13대~제21대) ※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홈페이지(http://info.nec.go.kr/) 2021년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은 25.6%이고, 각 지역별로는 북유럽 44.5%, 아메리카 32.2%, 북유럽 국가를 제외한 유럽 29.1%, 아시아 20.8%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19%)은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제의회연맹의 주요 국 가별 여성 국회의원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은 190개국 중 121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데, 비슷한 순위권의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118위), 과테말라 (119위), 조지아(120위)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당선자 중 지역구 의석에서 여성 국회의원 당선 자는 11.5%에 불과하다. 지역구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나 상 승폭이 작다. 비례대표 의석의 경우 제17대 국회부터 절반 이상이 여성이 고, 제21대 국회에서는 59.6%를 차지해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더 높다. 제21대 국회의 여성의원 당선 횟수를 살펴보면, 여성의원 57명 중 초선 이 40명(70.2%)인 데 반해 남성의원은 243명 중 111명(45.7%)이 초선으로, 여성의원의 초선 비율이 훨씬 더 높다. 또한 남성의원의 경우 총 243명 중 지역구가 224명(92.2%), 비례대표가 19명(7.8%)인 데 반해, 여성의원은 총 57명 중 지역구가 29명(50.9%), 비례대표가 28명(49.1%)이다. 비례대표 의석 중 여성의원의 비율이나, 여성과 남성의원의 지역구 및 비례대표 비율을 두루 볼 때, 여성은 주로 비례대표로, 남성은 대부분 지역 구를 통해 국회에 진입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제21대 초선 여성 국회의원 중 비례대표 경력 없이 지역구 공천을 받 아 당선된 경우는 전체 지역구 여성 당선자 29명 중 14명(더불어민주당 8 명, 미래통합당 6명)으로, 지역구에 출마하는 여성 후보자의 수가 일정 수준 증가하여, 정치입문 방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도 확인된다. 이러한 진입 경로의 변화는 후보자 증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 는데, 특히 전체 총선 후보자 1,000여 명 가운데 여성 후보자 수의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여성 후보자는 132명으로 제17 대의 65명에 비해 2배수 이상 증가했지만,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63명 으로 다시 감소하였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98명으로 증가하였으나, 제18대 총선 정도로 회복하지는 못하였고, 2020년 제21대 총선에 이르러서 209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제21대 총선에서 여성 후보자의 비율은 전체 후보자 1,101명 중 1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구분 13대 14대 15대 16대 17대 18대 19대 20대 21대 후 보 자 전체 1,039명 1,047명 1,385명 1,038명 1,167명 1,113명 902명 934명 1,101명 여성 14명 19명 21명 33명 65명 132명 63명 98명 209명 제1ㆍ2당 여성후보자 - - 8명 11명 19명 33명 37명 41명 58명 당 선 자 지역구 여성 0 0 2명 5명 10명 14명 19명 26명 29명 여성의원 6명 3명 9명 16명 39명 41명 47명 51명 57명 <표 2> 역대 총선 여성 후보자 및 당선자 추이(제13대~제21대) ※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홈페이지(http://info.nec.go.kr/) 제21대 총선의 정당별 지역구 여성 후보자 공천 현황을 보면, 더불어민 주당 253명 중 32명(12.6%),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237명 중 26명(10.9%), 민생당 58명 중 4명(6.9%), 정의당 77명 중 16명(20.8%), 민중당 60명 중 28 명(46.5%)으로, 거대 양당은 여성 지역구 공천에 소극적인 반면 소수 정당 은 더욱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의 지역구 여성 후보자 공천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서울,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다. 양당은 전체 17개 권역 중 각 각 10개, 8개 권역에서 단 한 명의 여성 후보자도 공천하지 않았다. 역대 지역구 여성 후보자 당선 현황을 보더라도 인천,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충 남, 전남, 경남, 제주 등에서는 여성 국회의원 당선자가 없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별 불균형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선 현황을 보면, 광역단체장 가운데 여성 당선자는 없고, 기초 단체장 226명 중 여성 당선자는 8명(3.5%)으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오히려 1명 줄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후보 71명 중 여성은 6명(8.5%), 기초단체장 후보 749명 중 여성은 35명(4.7%)이 었다. 또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단 한 명의 여성도 공천하지 않았고, 1995년 광역자치단체장 첫 선거 이후에 치른 7번의 지방선거에서 단 한 번도 여성 당선자가 나오지 못하는 등, 지 방자치단체장의 성별이 남성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 성별할당제 가. 배경 1999. 12. 국제의원연맹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원 비 율은 평균 13%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로 인하여 젠더 의제는 정치의 핵 심과제로 논의되기 어려웠고, 젠더 관점에 기초한 법·제도·정책의 수립과 개혁도 쉽지 않았다. 성별할당제(gender quota system)는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이후에도 여성이 정치적으로 대표될 권리(피선거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고안된 장치이다. 성별할당제는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유엔 세계여성대회를 계 기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정당법」 개정을 통해 성별 할당제가 처음 법제화되었으며, 이후 몇 번의 개정을 거쳐 현재의 성별할당 제에 이르렀다. 1980년대 22개국에 불과했던 성별할당제 시행 국가는 2020 년 기준 100개국에 달한다. 성별할당제는 대체로 ①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이 후보 공천 시 후 보의 성별을 고려할 것을 법으로 명시하는 법적할당제(legislative candidate quota) ②법률을 통해 선출직 의석의 일정 비율을 여성 몫으로 배정하는 지 정의석 할당제(legislative reserved seats) ③정당의 당헌ㆍ당규를 통해 개별 정당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정당할당제(political party quota)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성별할당제가 여성의 대표성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할 당제 유형에 따라 효과에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법적할당제는 할당제 크 기, 후보 배치, 강제성 등 세부 내용이 어떻게 제도화되는지에 따라 효과가 다른데 할당제의 규모가 크고, 성별에 따른 후보 배치 규정이 있고, 그 실 행을 강제하는 조항이 모두 갖춰졌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나. 국내 성별할당제 현황 우리나라는 성별할당제를 2000년 「정당법」 개정을 통해 최초로 도입 하여, 국회의원과 광역의회의원 선거 시 비례대표 후보자 중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규정하였다. 이후 2002년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광역의회의원 선거 시 비례대표 후보자 중 50% 이상 여성 추천, 명부 작성 시 여성과 남성을 번갈아 기입하면서 여성에게 홀수번호를 적용하는 교호순번제, 광역의회 지역구 선거 후보자 공천 시 30% 이상 여성 추천 노력 조항과 이를 준수한 정당에 대한 보조금 지급제도가 도입되었다.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비례대표에 한하여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선거 모두에서 50% 이상 여성 추천을 의무화하고, 교호순번제를 도입 하였다. 또한 같은 법률 개정 시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 및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때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는데, 해당 조항은 현재에도 권고규정으로 남아 있다. 다. 성별할당제의 효과와 문제점 성별할당제 관련 법령의 주요 개정 시기와 국회의원 후보자 수, 당선자 수의 변화 흐름을 살펴보면, 여성 국회의원 당선율은 할당제와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30% 여성할당제가 의무조항으로 도입되면서 제15대 총선의 여성의원 비율(3%)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5.9%, 16명)하였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 의무화 및 교호순번제 조항이 적용되면서 13.7%(41명)로 늘어났 지만, 제21대 국회(19%, 57명)에 이르기까지 여성의원 비율이 20%를 넘지 못하는 답보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20년간 국회, 광역 및 기초의회 여성의원 당선자 비율을 살펴보면 할당제와의 연관성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국회의 경우 제도 도입 이전인 1996년 제15대에 3%에 불과하던 여성의원 비율이 현 제21대 국회에서 19%로 상승하였다. 광역의회는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2018년 19.4%로 높아졌으며, 기초의회에서는 2.2%에서 30.8%까지 증가하였다. 주목할 점은 할당제의 효과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에서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은 초기부터 강행규정으로 도입되어 여성 의원의 비율이 제도 도입 전후로 큰 격차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04년부터 50%를 상회하였고, 광역의회는 67.1%, 기초의회의 경우 2006년 87.2%에 이어 2018년 97.1%에 이르고 있다. 반면 지역구 의석과 관련해서는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까지 여성 후보 할당제가 임의규정이었고, 2010년 개정을 통해 광역 및 기초의회에 한하여 선택형 의무할당제1)가 도입되었다. 2010년 기준으로 광역과 기초의회 여성의원 비율의 상승폭에서 차이가 나타나는데, 광역의회 여성의원 비율은 4.9%에서 13.3%로 8.4%p 상승한 반면, 기초의회의 경우 4.4%에서 20.7%로 16.3%p 증가하여 상승폭이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도입된 지역선거구 여성 후보 공천 선택형 의무할당제가 기초의회에 집중된 결과로 볼 수 있고, 이는 정당이 기초-광역-국회 순으로 여성 후보를 많이 공천하는 경향을 보이고, 광역·국회로 갈수록 여성 후보 공천에 소극적이라 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역선거구 당선 여성의원의 비중이 증가해 왔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총선 기준 지역구 여성의원 비율은 2000년 2.2% (5명)에서 2020년 11.5%(29명)로 늘었고, 광역의회는 1998년 2.3%에서 2018년 13.3%, 기초의회는 2002년 2.2%에서 2018년 20.7%로 증가하였다. 기초에서 1) 지역구 시ㆍ도의원 선거 또는 지역구 자치구ㆍ시ㆍ군의원 선거 중 어느 하나의 선거에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제도 광역으로, 광역에서 국회로, 공직 이동경로가 상향식으로 발전하는 추세에서 지역구 여성의원 당선자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은 정치적 사다리(political ladder) 관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할당제 도입 초기에는 여성 당선자 증가율 및 후보자 증가율이 가팔랐 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가율이 둔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17대 총선 이후 여성의원 당선율은 답보상태이다. 이는 제1당과 제2당이 여성 후보자 공천비율을 늘리지 않은 데 1차 원인이 있다. 비례대표 의석이 전체 의석수 300석 중 47석(15.7%)에 불과한데 비례의석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 으므로, 실제 할당제로 보장되는 의석은 24석(8.0%)에 불과하다. 이뿐만 아니라 현행 할당제에서 광역이나 기초 자치단체장 후보 공천 은 제외되어 있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여성 후보 공천율이 매우 낮다. 실제 로 역대 광역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으며, 기초자치단체장의 여성 비율도 3.5%에 불과해 성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 현행 할당제는 국회, 지방의회의 비례대표 의석에만 한정되어 여성의 대표성 제고라는 가치가 지역구 의석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으며, 오직 정당의 자발성에만 의존하 고 있어 실효성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힘 당헌은 각종 선거(지역구) 후보자 추천 시 30%는 여성으로 할 것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적 소수자 우선추천제도를 명시하였으나, 실제 선거 과정에서는 실현되고 있지 않다. 다만,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 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안(2019)으로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원정수 10% 감소, 여성 지역구 공천 30% 의무화를 전체 소속 의원 113명 전원 찬성으로 제시 했던바, 성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여성 공천 30% 의무화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에도 “공직선거의 지역구선거후보자 추천(지방자치 단체의장선거후보자 추천은 제외한다)에 있어서 당헌·당규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여성을 100분의 30 이상 포함하여야 한다”라고 할당제 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제21대 총선에서 여성 공천율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11.0%, 더불어민주당 12.7%로 3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같이 공당의 당헌 규정은 현실정치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보조금 등의 유인책이 할당제의 취지를 실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요컨대 임의규정으로서의 할당제는 실효성이 적고, 선거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 방식도 효과가 크지 않으며, 비례대표 의석수는 지역구의 15% 수준에 불과하여 현실적으로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현행 선거제도에서 여성의 정치대표성 확대는 요원한 상황이다. Ⅳ. 여성의 과소대표성 개선방안 1. 국제인권기준 국제사회는 지난 70여 년 동안 국제협약 및 제도 등을 통해 공적 영역에 서 여성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평등에 관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이는 세계인권선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여성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협약」(유엔총회 결의, 1953), 비엔나선언(유엔 세계인권회의, 1993), 베이징선언(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 1995) 제13항과 행동강령 및 이에 따른 일반권고 제5호 및 제8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가 채택한 일반논평 제25호(1996), 정책결정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균형 있는 참여를 위하여 유럽연합 이사회가 채택한 권고 및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성별 균형을 이룩하는 법」(유럽위원회 문서, 1996) 등 수많은 국제인권규범 등에 명시되어 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이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라 한다)는 1997년 “정치적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일반권고 제23호에서 “남녀 평등원칙이 대 부분 국가의 헌법과 법률, 모든 국제적 문서에서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50년간 여성의 공적ㆍ정치적 생활에 대한 낮은 참여도에 의해 평등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남성 단독으로 개발한 정책과 결정은 인간 경험과 잠재력의 일부분만 반영한 것으로, 정당하고 효과적인 사회조직은 모든 사회 구성원 의 포함과 참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또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제4조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참여를 장려하는 인력 채용, 재정 보조, 여성 지원자 훈련, 선거절차 개정, 캠페인 개발, 할당제 등을 포함하는 잠정적 특별조치의 도입을 장려하고, 이는 정치적 생활에서 진정한 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핵심 전제조건임을 명시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이 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이 정부 고위직에 여성을 지명할 권한이 있지만, 정당이 여성을 정당명부에 등재할 것과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여성을 후보로 지명할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당사국이 노력할 것을 주문하였다. 정치 영역에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①잠재적 후보자들이 동일한 자격을 갖추었다면 여성 후보자를 우선하는 규칙을 채택할 것 ②하나의 성(sex)이 공공기구 구성원의 40% 미 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규칙을 채택할 것 ③내각과 공직 임명 시 여성할당 제를 적용할 것 ④공공기구와 공공기관의 구성원으로서 자격 있는 여성 후 보가 지명되도록 여성단체와 협의할 것과 공공기구나 지위에 대한 임명 시 여성 후보 추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여성 명부를 작성하고 여성 추천 을 장려할 것을 언급하였다. 또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감안하 여 정부가 정당으로 하여금 여성이 정당 활동에 완전하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그 원인을 규명하도록 독려할 것을 주문하였다. 이를 위한 조치로는 ①정당 집행기구의 일정 최소 의석 혹은 일정 비율을 여성에 할당 ②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과 남성 비율의 균형 보장 ③여성이 일관되게 불리한 선거구나 정당 명부상 최하위 에 배정되지 않도록 보장 ④정관, 규칙 등에 성평등 원칙에 대한 약속 명시 의무화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는 협약 당사국이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도록 잠정적 특별조치를 도입ㆍ시행하도록 권고하였 다. 즉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제7조(a)와 관련하여 ①공적인 선출직을 차지하게 되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균형을 확보할 것 ②투표권과 피선거권 을 행사하는 데 불이익을 경험한 여성들을 지원하도록 할 것을, 제7조(c)와 관련해서는 ①여성 차별을 금지하기 위하여 실효적 법률을 제정할 것 ②비 정부기구와 공적 및 정치적 단체들이 여성의 대표성과 참여를 장려하기 위 한 전략을 채택하도록 독려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더하여 위 협약 제7조에 따른 보고 시, 당사국은 제7조에 규정된 권 리를 실행하기 위한 법적 규정을 기술해야 하고, 남성과 여성의 상대적 비 율을 보여주는 성별 통계를 포함해야 하며, 정당 등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미흡한 것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요인을 분석할 것을 권고하였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는 대한민국 정부의 보고에 대한 제69차 최종 견해 (2018. 2. 19.~3. 9.)에서 2016년 전체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율이 17%(2012 년 15.7%)인 점, 총 47석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 비율이 53.2% (2012년 51.9%)인 데 비해 총 253석의 지역선거구 의석에서는 10.3%(2012년 7.7%)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 후보의 최소 30%를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의 규정은 강제이행 조치 가 수반되지 않아 201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 중 10.5%만이 여성이었 다는 점, 「공직선거법」에서 모든 지역선거구(농촌지역 제외)의 광역선거 및 지방선거 시 최소 1명의 여성의원을 공천하도록 하였음에도, 2014년 선거에 서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여성의원은 각각 8.2%와 14.4%에 불 과하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따라서 지역선거구 의석과 비교해 서 비례대표 국회 의석수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여 여성 국회의원 수를 늘 리고, 정당의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후보 추천 시 여성 할당을 의무화 하는 한편, 벌금 부과 등의 방식으로 이를 집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2. 외국 사례 선거제도는 단순다수제/비례대표제, 후보자 투표/명부 투표, 개방형 명부 /폐쇄형 명부,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소선거구 단 순다수제가 비례대표제에 비하여 여성의 정치 진출에 장애로 작용한다는 견해가 많은 연구를 통해 제기되었으며, 실제로 비례대표제가 여성의 의회 진출에 유리한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단순다수제는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소수집단에 불리한 제도로 평가된다. 그 이유는 첫째,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하여 유권자의 지지가 곧바로 의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정당은 당선 가능성 을 가장 중시하므로 보편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 후보자를 공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남성 지배적인 정당구조 속에서 여성이 후보자로 추천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의 의회 진출에 유리한 제도로 평가되는 비례대표제를 유권자가 선 호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정당이 사전에 정한 명부 순위에 의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인 폐쇄형 명부제로 시행할 경우, 정당이 당선권 내에 여성 후보를 배정함으로써 여성의 의회 진출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단, 이는 정당의 의지가 반영되는 것으로, 정당 내 소수집단 등 다양한 구성원 의 정치대표성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2017년 기준으로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살 펴보면 스웨덴 43.6%, 덴마크 37.4%, 핀란드 41.5%, 노르웨이 39.6%, 아이슬 란드 47.6%, 네덜란드 37.3%이고, 혼합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독일은 36.5%에 달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여성이 정치 과정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임계량(critical mass)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선거제도로는 단순다수제에 비해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의 여성 대표 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정당할당제 방식 은 정당의 자발적 할당제 실천을 통해 여성 대표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보 여준다. 물론 선거제도에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만으로 여성의 의회 진출이 자 연스럽게 증가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다른 새로운 제도, 대표적으로 여성할당제가 선거제도와 결합하여 여성의원 수의 확대로 이어졌다고 평가된다. 또한 할당제 운용방식 측면에 서도 정당, 정치인 등 정치행위자가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성의 정치대표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할당제를 운영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정당의 자발 적 할당, 입법을 통한 할당, 정당 및 입법을 통한 할당 등 국가별로 다양한 방식이 운용되고 있다. 나라마다 선거제도와 할당제 운용방식이 서로 다르 지만,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보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가. 프랑스: 법적할당제 프랑스는 각 선거에서 남녀 후보가 동수가 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남녀 동수제도"를 입법화하고, 이와 별도로 헌법에 정당과 국가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성의원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하던 프랑스 는 1999년 남녀 동수 헌법 개정을 이끌어냈으며, 2000년 “모든 선거에서 남 녀 후보의 수가 같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선거법을 개정하였다. 남녀동수법 시행 이전과 최근 선거를 비교해 보면, 전반적으로 여성의 원의 비율이 상승한 것은 물론이고 법적 강제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서도 여성 비율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강제가 적용되는 분야의 여성 비 율이 50%에 육박하는 데 비해, 부분 강제 혹은 강제가 없는 분야(지역단체 장 및 지역의회 의장 등)에서는 확실히 여성 비율이 낮다. 프랑스는 지속적인 선거법 개정을 통하여 패널티 확대 및 강화 등으로 할당제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개선하였다. 그 결과 2017년 6월 18일 치러진 총선에서 당선자 총 577명 중 228명(39.5%)을 여성이 차지하여 프랑스 의회 내 남녀 비율은 동수에 근접하게 되었다. 나. 멕시코: 법적할당제 멕시코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세계 5위로, 2021년 기준 하원의원의 48.2%, 상원의원의 49.2%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 연방헌법은 남녀 동수제를 명시하고 있으며, 32개 주 헌법도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다. 1996년 선거법을 개정하여 여성공천할당제를 정당 권고조항(여성 후보 자 30% 추천)으로 도입하였다가, 2002년과 2008년 각각 30%와 40% 여성공 천할당을 의무화하였고, 2013년 헌법을 개정하여 동수제가 시행되고 있다. 2009년 여성공천할당 40% 의무화 당시 예비선거의 예외(지역구 선거에 서 각 정당이 직접투표에 기초한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결정할 경우 30% 할당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었다)에 따라 하원 지역구 선거에서 할당 제를 회피할 수 있었는데, 여성당원 등이 이를 연방선거법원에 제소하였다. 2011년 연방선거법원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비준을 근거로 성평등이 헌법 원칙이며, 성평등을 목표로 한 성별할당제는 예비선거에서 과반수 규 칙과 같은 다른 원칙에 종속되지 않고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 결하였다. 이후 정당은 비례대표 및 지역구 후보자 명부 모두 40% 여성 공 천 비율을 준수하여야 했고, 하원과 상원에서 여성 비율이 각각 38.6%와 32.0%에 이르게 되었다. 2014년 헌법에 담긴 동수 원칙을 관련 법률에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성 평등위원회는 하원의 300석 지역구를 우세, 경합, 열세 3가지 범주로 나누 고, 각 범주에 동수제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는 정당이 지역구에 여성 후보자를 50% 추천하되 열세인 지역구에 집중적으로 배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남성의원들은 이를 반대하였다. 그러나 결과적 으로 “정당은 직전 선거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획득한 선거구에서 한 성별 이 독점적으로 등록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기준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정당법」이 개정되었다. 이후 국가선거위원회에 등록된 여성 후보 자 중 40%가 우세 지역구에 배치되었다. 다. 대만: 법적할당제 대만은 1946년에 제정한 헌법에 모든 선거에서 여성이 선출되어야 한 다는 것을 명시할 정도로 할당제를 일찍 시작하였으나, 할당 수준은 5~10% 정도이고 지정의석제 형태였다. 1995년 베이징 유엔 세계여성대회 직후 할당제의 효과가 본격화되었는 데, 당시 제1야당이던 민진당이 후보자 공천 규칙에 1/4 성별비례 원칙을 도입하였다(한 선거구에 출마하는 네 명의 공천 후보자 중 최소한 한 명은 다른 성이어야 함). 대만은 2005년 헌법 개정을 통해 “정당명부 선출 의석의 50%는 여성으 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선거뿐만 아니라 정부 위원회에도 할당제 를 도입, 정부 부처의 모든 위원회에 1/3 성별비례 원칙을 적용하였고, 이 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작은 규모의 위원회까지 확대되었다. 2020년 기준으로 대만 입법원(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은 42%이다. 대만 은 주요 정당의 경선에 할당제 도입, 지역의회의 할당 수준을 높이는 입법 개혁 실시 등을 통하여 아시아 평균보다 높은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구현하 고 있다. 라. 아르헨티나: 법적할당제 아르헨티나는 의회 내 여성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헌법 에 여성공천할당제를 명시하였다. 1991년 선출직 선거 후보자 명단에 여성 을 최소 30% 포함할 것을 의무화하고, 이와 함께 여성할당법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하여 행정명령 제379호를 통해 ①여성 할당 30%는 최소 비율이며 ②공천 순서에서 두 명의 남성 다음에 여성 한 명을 반드시 배치하도록 규 정하였다. 이 같은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정당이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 지 않은 채 여성 할당 최소 30%만 충족시킨 명부를 제출하였다. 이에 국가 여성위원회는 행정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정당을 상대로 선거법원에 법적 보호를 요청하였고, 여성단체 등이 선거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성할 당법이 효과적으로 실행되도록 촉구하였다. 동수법 이후 치러진 2019년 의회선거 결과, 하원과 상원에서 여성이 각 각 41.3%, 40.3%를 차지하게 되었다. 마. 스웨덴: 정당할당제 스웨덴은 1972년 자유당이 단일 성별 비율 40%라는 목표규정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정당도 당내 조직의 성별 비율에 관한 일반 목표조항 을 도입하였다. 특히 녹색당은 1981년 창당과 동시에 당내 최고위원회와 그 밖의 위원회에 할당제와 남녀 공동대표제를 도입하였다. 스웨덴에서는 1980년대 후반 여성의 과소대표가 성별 불평등과 성별 권력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주요 정당이 후보자 명부에 여성 40% 할당제를 도입하였다. 또한 1990년대에 정당들이 후보자명부 할당제와 교호순번제를 도입하 면서 1994년 여성의원 비율이 40%를 넘었고, 이후 40% 이하로 하락한 적 이 없다. 2020년 기준으로 스웨덴의 여성의원 비율은 약 47%(164/349)이다. 바. 뉴질랜드: 정당할당제 뉴질랜드는 선거제도 개혁 이후 여성의원 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다수대표제였던 1993년에는 21.2%이던 여성의원 비율이 혼합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1996년 29%로 증가하였고, 꾸준히 30%대에 머물다가 2017년 선 거에서는 41%에 도달하였다. 뉴질랜드의 총의석수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99석에서 120석으로 증 가하였다. 2017년 기준 지역구 71석, 비례대표 49석이며, 명부는 전국 단위 로 작성한다. 뉴질랜드는 법적할당제를 도입하지 않았으나 녹색당과 노동당 이 남녀 동수를 도입하여 할당제를 시행하고, 정당 간 경쟁으로 여성 대표 성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2년 이후 녹색당은 명부 작성 시 50%를, 마오리당은 30%를 여성으로 우선 작성하여 군소정당이 여성 대표성 확장을 견인하였다. 사. 독일: 정당할당제 독일은 정당 자율로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주요 정당은 여성 할당 을 채택하고 있다. 녹색당은 50%, 사민당은 40%, 기민련은 33%, 좌파연합 50% 등 자민당과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비롯한 극우ㆍ보수정당을 제외하 고, 모든 정당이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7년 선거 결과에 따르면 전체 여성의원 비율은 31%를 기록하였는 데, 이는 직전 선거의 37.1%에 비해서도 감소한 것일 뿐만 아니라 지난 20 여 년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정당별 여성의원 비율은 녹색당 60.9%, 좌파 연합 53.6%, 사민당 41.8%, 자민당 22.5%, 기민련 19.9%, 독일을 위한 대안 11.7%로 나타나, 할당제를 채택하지 않은 보수정당이 여성 대표성 축소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아. 영국: 정당할당제 단순다수제인 영국의 여성 하원의원 비율은 1980년대 초반까지 3%대로 매우 저조했으나, 2019년 총선 결과 33.9%를 기록하였다. 영국 의회 내 여 성 비율의 증가는 정당의 할당제 실천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1997년 노동당이 할당제를 최초로 도입하였고, 이후 자유민주당과 웨일 스민족당이 공천의 초기 단계에 할당제를 적용하였다. 노동당은 모든 당선 가능한 의석의 50%를 여성후보자명단(All Women"s Shortlist, AWS)에서 선 택한다. 3. 성별할당제 관련 국내 입법 동향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보를 위한 법률안은 「공직 선거법」 6개, 「정당법」 4개로 총 10개의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공 직선거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정당이 국회 및 지방의회 지역 구 의원 후보 추천 시 할당을 의무화하는 규정으로,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 의한 안은 특정 성이 6/10을 초과하지 않도록 의무화하는 내용과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시 여성 할당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 외 송옥주, 양 금희 의원의 발의안도 성별 할당 의무화를 명시하고 있다. 「정당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여성 정치인을 발굴ㆍ육성하기 위한 지원과 노력을 정당의 책무로 명시한 것이다. 남인순 의원은 후보자 추천 시 동등 참여를 이행하기 위한 사항을 당헌에 포함하고, 정당 구성원 의 직급별 성별 현황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하 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양금희 의원은 공직선거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을 「정당법」에 명시하고, 정당이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후보 추천 시 후보 자 총수의 3/1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위 10개 법률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4. 성별할당제 개선 방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한민국 국회와 지방의회 등 정치 영역의 성별 통계는 심각한 성별 불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이후 여성할당제를 통 해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 일면 개선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세계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성별할당제가 정치 대표성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 단임에도, 임의규정이라는 한계로 인해 국회 및 지방의회의 지역구 의석에 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특히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은 할당제의 사각지대 로 남아 있다. 따라서 공적 정치 영역에서 성별 불균형의 문제점을 인식하 고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 실질적인 평등을 이룰 수 있도록 의무화하 는 등 현행 성별할당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Ⅴ.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 에 따라 주문과 같이 권고한다. 이 결정에는 인권위원 박찬운, 문순회(퇴휴) 의 보충의견, 인권위원 이상철, 한석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위원 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Ⅵ. 위원 박찬운, 문순회(퇴휴)의 보충의견 인권위원 박찬운, 문순회(퇴휴)는 정치영역에서 성별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하여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에게 주문과 같이 권고한 것에 대해 찬성 하면서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을 개진한다. 첫째, 위원회의 권고 의미를 보다 확실히 하고 싶다. 위원회는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의원의 각 선거 시 후보 공천할당제를 비례의석 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서도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실시하고, 이와 같은 할당제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 과 정에서도 적용되도록 공직선거법 등을 개정할 것을 국회의장에게 권고하고 있는바, 이는 여성에 대한 적극적 우대조치로 여성 공천할당제를 취하라는 의미이다. 권고는 미래 지향적 의미에서 성중립적 표현을 썼지만 그 실질적 의미는 선거 시 40% 여성 공천할당제를 통해 일정 비율의 여성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의미가 보다 명확하게 전 달되길 바란다. 둘째, 위원회의 여성할당제 권고는 선거제도의 개혁을 동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영역에서 성별 불균형 개선을 위한 여성할당제는 여성의 정치 적 대표성이 높은 외국의 예를 고려할 때, 선거제도와 밀접하게 관련 있음 을 알 수 있다. 여성 국회의원이 30%가 넘는 나라의 선거제도는 일부 국가 를 제외하고 비례대표제가 중심이다. 이는 할당제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화 하기가 유권자에 의한 직선제에 비해 비례대표제가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 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는 지역구 중심의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이므로 바로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면, 유권자에게는 선택권(정치적 참여권)을 제한 하고, 남성 후보자에게는 역차별에 의한 평등권 침해라는 헌법적 문제 제기 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여성할당제를 통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선거제도 개혁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전체의석에서 비례대표제의 비율을 높이거나, 지 역구 선거를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 등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위원회가 권고하는 할당제의 성격이다. 위원회가 말하는 여성 공천 할당제는 현재의 노력 의무로서의 할당제가 아닌 법률상 의무가 있는 의무 적 할당제를 말한다. 외국의 예를 분석하면, 할당제를 통해 여성이 30% 이 상 의석을 차지하는 나라 중 몇몇 나라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법률상 의무 적 할당제를 취하기보다는, 정당의 자율적 규정에 따른 정당 할당제를 채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의무적 할당제를 제안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노력 의무를 법률에 정하는 것 만으론 여성 공천할당제 의 성공이 무망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위원회는 우리나라가 도입해야 하는 의무적 할당제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외국의 사례를 소개 하는 외에 말하지 않는바, 이는 입법과정에서 국회가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 는 할당제를 스스로 고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선거관 리위원회가 공천 자체를 받아 주지 않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으나 할당률 에 못 미칠 때 정당 보조금 지급 등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법 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Ⅶ. 위원 이상철, 한석훈의 반대의견 1. 의견 요지 가. 다수의견은 정당의 지역구 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 추천 시에도 공천할당제를 전면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특정 성별이 전 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구 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에도 여성 후보자 공천비율이 40% 이상 되도록 정당에게 공천할당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실상 여성공천 할당제를 의무화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역구 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공천 할당제 의무화는 정당활동의 자유나 유권자 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역차별 등 기본권 충돌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고, 국민 여론에도 배치되므로 반대한다. 나. 여성공천 할당제가 없거나 이를 정당의 자율에 맡기면서도 30~40%의 여성대표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영국·독일·스웨덴 등의 해외사례에 비 추어보더라도, 선거의 자유·평등과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여성대표비율을 높 일 수 있는 근원적 방안은 정당이 자율적으로 여성 정치신인을 발굴·육성하 고 여성공천비율을 높여가는 길이다. 따라서 현재 정당의 당헌에 지역구 선거에서도 여성공천비율을 30%나 그 이상으로 하도록 한 규정을 두고 있는 주요 정당들에 대하여, 위 당헌이 현 실화될 수 있도록 여성 정치인 발굴 및 육성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고 국 가가 이에 적극 조력함이 여성대표 비율 향상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표 명을 함이 적절하다. 2. 반대 이유 가. 현재 여성의원 비율은 국회의원 19%, 지방의회 광역의원 19.4%, 지방 의회 기초의원 30.8%이고, 지방단체장 중 여성비율은 광역단체장 0%, 기초 단체장 3.5%이다. 남성 정치인이 많다고 남성지배적 정치라고 할 수 있는지 는 의문이지만, 지방의회 기초의원을 제외하고는 여성정치인의 비율을 좀더 높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일정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나. 그러나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의 경우 현행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 선거에서도,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까지 여성후보자 공천 할당비율(이하 "여성공천할당비율"이라 한다)을 각 40% 이상으로 정하고 그 이행을 의무화하자는 방법론에는 다음의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첫째, 정당활동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정당의 정책에 가장 적합하고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성공천할당비율 의무화는 지역별 사정과 인물분포에 따라서는 이러한 정 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남성 후보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며, 유권자의 선택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자유롭고 평등한 선거권을 침해하게 되어 위헌 여지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2019년경 브란덴브르크 주 의회 및 튀링엔 주 의회에서 비례대표 공천 시 남녀 동수 공천을 의무화하는 법 을 제정했었지만, 2020년 각 주 헌법재판소는 이들 법이 정당의 후보자 결 정권과 주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선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선고한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회의원이나 광역 지방의회의원의 경우 여성의원 비율은 20년 전 의 5.9%(2000년)에서 현재 각 19% 가량으로, 지방의회 기초의원의 경우에는 16년 전의 2.2%(2002년)에서 현재 30.8%로 모두 뚜렷한 상승추세임에 비추 어 보면, 현재 여성이 정당공천을 적게 받는 것이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구 조적 차별에 기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2018년 고려대학교 「불평등과 민주주의 연구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여성의 정치참여에 관해 여론조 사 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여성의 이익을 잘 대표하는가"란 설문에 전체 응답자 중 53%가 부동의했고,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이 여성후 보자를 30% 이상 공천하도록 의무화해야 하는가"란 설문에 전체 응답자 중 60%(여성 응답자 중 52%)가 반대하였으며, "이러한 여성공천할당 의무화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가"란 설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58%가 동의하였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비추어 보면, 국민 다수는 주로 역차 별 반대 및 선거의 공정성을 이유로 여성공천할당비율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역구 여성의원의 비율이 남성에 대비하여 아 직도 낮은 것은 당선가능성 높은 여성의 정치참여도가 낮은 정치·사회·문화 적 환경, 후보자 개인별 역량이나 정책공약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일 뿐 여 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여성에 대한 편 견이나 차별이 아닌 단순히 과소대표의 점이 문제된다면 청년·장애인·이주 민 등의 과소대표 문제와 같이 선거제도 자체의 문제로 보아야 하고, 이를 인권침해나 차별의 문제로 다룰 일은 아니다. 그리고 위 여론조사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71%가 정당이 자율적으로 여성 정치신인을 발굴하는 방안에 동의 하였고, 전체 응답자의 60%는 정당이 자율적으로 여성후보자 공천을 확대 하는 방안에 동의하였다. 따라서 국민들 다수나 여성들 상당수조차도 여성 후보자의 정치참여 확대는 원하되, 여성공천할당비율 의무화는 원치 않으 며, 정당이 이를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셋째, 해외의 경우에도 정치선진국으로 평가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여성할당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영국·독일·스웨덴·뉴질랜드 등의 경우에 는 정당이 자율적으로 여성공천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여성의 원 비율이 30~40%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요 정당의 당헌에 지역구 의원 공천 시 여성을 30% 또는 그 이상으로 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여성의원 비율이 뚜렷하게 상승추세에 있으므로, 선거경쟁력 있 는 여성후보군이 많아지면 여성정치인 비율이 자연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한 경쟁력의 육성 및 향상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여성공 천할당비율 의무화를 추진한다면 선거의 공정성 등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넷째, 현행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의 각 비례대 표는 50%를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지방의회 지역구의원은 광역의원 또는 기초의원 중 어느 하나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선거구마다 여 성후보를 1명 이상 공천하도록 의무화했고, 후보 공천 시 전국 지역구 총수 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노력하라는 권고조항도 두고 있다. 따 라서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여성대표의 확대를 위한 어느 정도의 제도적 여 건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 다만, 현행 공직선거법에 지역구 국회의원후보 공천 시에는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노력하라는 권고규정만 두고 있 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에는 이러한 권고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지역구 선거가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를 채택함으로써 지역구 별 1인을 선출하게 되는 것이고, 선출되는 총 인원수도 매우 제한적이며, 그 지위의 중요성 등에 비추어 여성공천할당비율을 의무화하는 것이 당원을 포함한 유권자의 선택권이나 정당활동의 자유 침해, 역차별 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순다수제 선거제도 하에서 위와 같은 권고 규정만 두고 그 구체적인 시행을 정당의 자율에 맡기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섯째, 결정문 주문 제2의 가.항 부분, 즉 각 정당 대표에게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이행방안 등을 당헌·당규에 명시할 것"이라는 권고 내용은 주요 정당의 당헌에 이미 유사한 취지가 명 시되어 있고, 군소 정당에는 규모에 비추어 이를 시행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으므로 불필요하다. 또한 결정문 주문 제2의 나.항 중 각 정당 대표에게 "당직자·당원을 대상 으로 성인지(性認知) 의회에 관한 내용을 교육할 것"이라는 권고내용은 이 들이 특별히 여성을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있다거나 그러한 인식을 가진 것 으로 볼 만한 근거가 없으므로 불필요하다. 3. 결론 우리는 여성이나 여성 유권자의 인구분포도에 따른 여성의 정치대표성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는 현실을 부인하고 싶지 않고 또한 그 대표성이 향상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여성 의원의 과소대표성 문제는 비록 정치계뿐만 아니라 고위직 공무원과 기업 등의 고위직 임직원 확대 등 다른 영역과 더불어 사회ㆍ문화적으로 연동하여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지역구 여성의원 등의 공천 할당제는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성급히 추진되어야 할 문제는 아니므 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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