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
요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2955) 제18조의2(임시조치 등)는 정정보도청구 등의 요건과 목적을 고려하지 않고 권리침해 여부 판단 이전에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이 신청된 모든 인터넷 언론 보도에 대한 접근을 일률적으로 임시 차단하도록 규정하여 언론 ·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
해석례 전문
I. 의견표명의 배경 2023년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라 한다.)」은 언론중재위 원회가 같은 법 제18조 제1항에 따라 정정보도청구 등 조정 신청을 받으면 해당 기사에 대한 접근을 3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차단하는 등 대통령령으 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 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2에서 규정한 임시조치를 참고하였는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는 2022년 11월 "「정보통신망 법」상 임시조치 개선에 대한 권고"에서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가 정보 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2021년 9월 "「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112222호)에 대한 의견표 명"에서 허위 . 조작 보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하여 언론사에 징벌 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할 경우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 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위원회는 개정안의 임시조치가 언론 .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 할 우려가 없는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에 제1항 에 따라 동 개정안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검토하였다. II. 판단 기준 「대한민국헌법」(이하"헌법"이라 한다.) 제10조, 제17조, 제21조 및 제 37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 규약"이 라 한다.) 제19조를 판단 기준으로 하고, 언론중재법 제2조, 제3조, 제4조, 제14조, 제15조, 제16조, 제17조 및 제18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일반논평 제34호 등을 참고하였다. Ⅲ. 검토 1. 관련 기본권 및 기본 원칙 가. 언론 . 표현의 자유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ㆍ 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하여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규정 하고 있다. 자유권 규약 제19조 제2항도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는 등 표현의 자유는 국제인권기준에서도 보편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기본적 권리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1992. 2. 25. 선고한 89헌가104 결정에서 표 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개인이 인간으로서 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라고 보았다.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최대한 보 장하기 위하여 언론 .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는 등 사전 제한 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사전검열 금지 원칙과 언론 . 출판의 자유 제한의 한계에 대하여 1996. 10. 31. 선고한 94헌가6 결정에서 “헌법 제21조 제2항이 언론 . 출판에 대한 검열 금지를 규정한 것은 비록 헌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 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언론 . 출판의 자유에 대하여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만은 법률로써도 허용되지 아니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라고 설시하였다. 나. 언론 . 표현의 자유 제한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에서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하나 절대적 자유가 아니므로, 타 인의 명예나 권리(개인적 법익),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사회적 법익), 국가 의 안전보장이나 치안질서(국가적 법익)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 으며, 헌법 제21조 제4항 및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이 정한 일정한 요건 하에 제한이 가능하다(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참조). 자유권 규약 제19조 제3항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야 하고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 중, 국가안보 ㆍ 공공질서 ㆍ 공중보건 ㆍ 도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되어야 한다. 2. 개정안의 문제점 가. 입법 목적의 정당성 개정안의 임시조치는 언론 보도, 특히 인터넷에 게시된 언론 보도로 인 하여 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 기본권을 침해 당한 사람의 피해가 지속 .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언론 보도 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므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 정된다. 나. 수단의 적합성 개정안의 임시조치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진행 . 종결되기 전 에 조정 신청과 함께 분쟁 대상이 된 언론 보도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피해가 지속 . 확산되는 것을 신속하게 방지할 수 있다는 점 에서, 수단의 적합성 또한 갖추었다. 다. 침해의 최소성 1) 원칙 침해의 최소성 원칙은 공익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입법 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함을 의 미한다. 즉 보다 덜 제한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고도 입법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의무를 부 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제재를 가한다면 침해의 최소성을 위배하게 된 다(헌법재판소 1998. 5. 28 선고 96헌가5 결정, 2006. 6. 29. 선고 2002헌바 80 결정 참조). 2) 검토 개정안의 임시조치의 대상이 되는 언론 보도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보도가 아니라 당사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여 조정 대상이 된 보도에 불과하므로, 최종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위법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개정안의 임시조치처럼 조정 대상이 된 언론 보 도에 대한 접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표현물(언론 보도)의 불법성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 전에 일방 당사자의 "조정 신청·청구", "주장"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물의 유통을 잠정 차단하는 것으로서 언론 . 출판 에 대한 사전 허가, 검열과 유사한 효과를 발하게 되므로, 헌법 제21조 제2 항에서 규정한 원칙과 배치된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자유뿐만 아니라 시의성을 함께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표현물에 대한 "선제적 접근 차단"은 차단 기간이 길고 짧음을 불문하고, 즉 잠정적 또는 임시적 조치인지 여부와 상 관없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가사 개정안의 임시조치를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정보도 청구, 반론보도 청구, 추후보도 청구는 청구 이유, 요건 및 내용 등이 상이 하므로, 이와 관련하여 언론중재법 제18조에 의한 조정이 신청된 경우 최종 조정 결정 이전에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한지 각 청구의 특성을 개별적 .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구분하여야 하나, 개정안은 이러한 구분 없이 일률 적으로 임시조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아울러 "접근 차단"은 필연적으로 표현물 "전체"에 대한 제한 조치 라는 점에서 과잉 조치에 해당할 수 있다. 즉, 하나의 기사 . 방송(언론 보 도)은 여러 문장과 내용의 조합인데, 일부 내용만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도 전체 표현물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 에 위반된다. 또한, 언론 보도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현행 언론중재법에 의한 정정보도청구, 조정, 중재 등의 절차를 통하여 피해 사항을 시정할 수 있으 며, 피해가 심대한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손해배상의 방법을 통하여 피해 구 제를 달성할 수 있으나, 개정안은 덜 침익적인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언 론의 자유 .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사항을 제한하는 조치를 규정하고 있 다. 따라서, 개정안의 임시조치는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라. 법익의 균형성 개정안의 임시조치와 관련하여 직접 충돌하는 기본권은 피해자의 인격권 과 언론·표현의 자유이다. 개정안이 임시조치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만한 언론 보도가 인터넷을 통하여 무분별하게 유통됨으로써 타인의 인격권 법익, 기타 권리 에 대한 침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 고자 하는 데 있다. 반면에 개정안의 임시조치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제한되 는 다른 법익은 언론·표현의 자유이며, 언론 . 표현의 자유의 주된 내용을 이루는 "시의성" 또한 제한을 받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의 유 통이 임시 차단되면 언론을 통해 충족되는 국민의 알권리 역시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개정안의 임시조치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임시조치에 대한 이의제기 등 불복 절차에 관한 사항은 규정하고 있지 않는 등 임시조치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는 당사자인 언 론사 등에게 적절한 방어 수단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피해자 일방의 법익을 보호하는 조항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논쟁이 무르익 었을 때 언론이 인터넷을 통하여 시의성 있게 사실을 보도하고, 의견을 표 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개정안의 임시조치는 인터넷을 통한 언 론 보도를 최장 30일 동안 차단함으로써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 내지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고, 민주적 여론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2022 언론중재위원회 연간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2022년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 건수 중 인터넷 매체가 8,091건으로 전체 건수 대비 71.1%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안 의 임시조치를 도입할 경우 최근 3년간 평균 조정 신청 건수를 근거로 단 순 계산하더라도 연 2,697건의 인터넷 언론 보도가 임시조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개정안이 참고한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의 경우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임시조치 건수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바, 2015년~2019년 통계만 살펴보더라도 연간 20만 건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개정안의 임시조치를 도입할 경우에도 언론중재위원회 조 정 신청 건수 역시 이전보다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개정안의 임시조치 제도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될수록 일반 국 민뿐만 아니라 정치인, 공직자,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사기업까 지 자신들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의 유통을 일시적으로나마 차단하기 위해 서 이 제도를 남용할 우려가 상당하다. <2022 언론중재위원회 연간보고서> 에 의하면 2020년~2022년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자 중 개인이 가장 많은 비율(56.7%)을 차지하고 있으나, 국가기관(2.0%), 지방자치단체 (3.5%), 공공단체(3.0%), 교육기관(2.0%) 등 공적 영역에 속하는 기관의 비율 도 상당하다. 또한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2022년도 언론관련판결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언론 보도와 관련하여 제기된 소송의 원고 중 정 치인 . 고위공직자 . 전문인 . 언론인 . 기업인 . 연예인 등 "공적 인물"이 개인 및 단체를 포함하여 41.0%(71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개정안의 임시조치를 도입할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공공의 관심 사안에 대한 논쟁 및 여론 형성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이 개정안의 임시조치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이익 과 제한하고자 하는 언론 .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중 전자가 후자보 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일방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일방 의 이익을 과도하게 제한하게 될 뿐만 아니라, 공공의 관심 사안에 관한 언 론·표현도 차단하여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여론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 Ⅳ.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주 문과 같이 의견표명을 하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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