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크로AIPublic Preview
← 해석례 검색
행정 해석례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2024. 8. 23. 결정

임신중지 권리 미보장으로 인한 인권침해

요지

주문 1 : 1.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가. 2021년부터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이 폐지되었음을 공표하고, ‘낙태’, ‘중절’ 등의 부정적인 용어를 임신중지 또는 임신중단 등으로 관련 정책용어를 정비할 것, 나.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를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 내에서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임신중지를 위한 의약품 및 수술, 수술 후 의료서비스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 다. 의약품 사용에 의한 임신중지를 포함하여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의료종사자를 교육하고, 임신중지 지원 가능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 라.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삭제하는 등 포괄적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할 것 을 권고합니다.주문 2 : 2.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임신중지 의약품을 도입하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해석례 전문

Ⅰ. 진정사건 조사결과 및 판단 1. 진정 요지 「형법」의 "낙태죄" 효력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원에서 「모 자보건법」을 이유로 임신중지 관련 진료와 서비스 제공을 제한.거부하거나 진료비를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해당하는 경우 를 제외하고는 임신중지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유산유도제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필수핵심의약품에 해당하고 세계 9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미페프리스톤은 공식적 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으며, 미소프로스톨이 "허가외사용"으로 한정되어 있 다. 유도분만 시 진통유도, 산후출혈 치료, 자연유산 이후의 처지, 인공유산 유도 등에 허가외사용 되는 것을 말하며 의료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 럼 안전한 유산유도제를 도입하지 않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있 다. 2. 당사자 주장 요지 가. 진정인 진정 요지와 같다. 나. 피진정인 1) 피진정인 1(보건복지부장관) "인공임신중절 제도개선 TF팀" 운영(2019. 4.)을 통해 「형법」과 「모 자보건법」 정부 개정안을 마련하여 2020. 11. 국회에 제출하였다. 인공임신 중절수술은 「모자보건법」 제14조에 규정된 허용 사유에 한하여 건강보험 이 적용되고 있다. 임신중절 관련 건강보험 급여 확대는 관련 법령 개정 및 허용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임신중절 허용 주수 및 사유 등에 관한 법체계 정비가 선행된 후, 허용범위 내 임신중절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및 의료체계 수립 가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인공임신중절 관련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 관련하여 법무 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 협의와 의료계 등 각계 전문가 간담회를 추진하였다. 약물에 의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구체적인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 해서 관계부처, 입법부 등 의견이 일치하였다. 2) 피진정인 2(식품의약품안전처장) 현재 국내에서 임신중지 의약품이 제조·수입 판매 허가된 바 없고 임 신중지를 위한 의약품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 의약품으로 임신중지를 허용 하도록 하는 관계 법률은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서 개정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산유도를 위한 의약품 허용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라 한다)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관련 법령의 개정 등 사용 환경이 갖 추어진 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모자보건법」(낙태 수단으로서의 약 물에 대한 입법) 및 「형법」(낙태 가능 주수 관련 입법)의 개정이 선행되 어 법적으로 허용되는 임신중지 관련 구체적 내용과 방법(임신 기간, 수술 외 추가 방법 등)이 확정되어야 의약품 수입허가 신청인이 작성, 제출해야 할 허가신청 자료인 "위해성 관리계획" 및 식약처 허가 시 세부항목(효능·효 과, 용법·용량 등)이 정해질 것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유산유도제의 품목허가 관련하여 OO 약품은 2021. 2. 15. 사전검토 신청, 2021. 7. 수입허가 신청을 하였고, 2022. 12. 신청을 취소하였다가 2023. 3. 재신청하여 현재 관련 규정에 따라 안전 성·유효성 및 품질자료 등을 심사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심사 내역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1차 답변).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약물에 의한 낙태 허용 및 낙 태 허용기간이 법률로 정해져야 허가·심사가 가능한 일부 허가 요건자료(위 해성 관리 계획)가 있어 현재는 신청인과 식약처의 상호 인식하에 허가·심 사 절차가 잠정 중지된 상황이다(2차 답변). “국가필수의약품”이란 질병 관리, 방사능 방재 등 보건의료 상 필수 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하 "식약처장"라 한다)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지정하는 의약품을 말하며,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 협의 회*" 심의를 통해 식약처장이 지정하고 있다. * 국무조정실, 식약처, 원자력안전위원회, 교육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 가보훈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질병관리청 고위공무원으로 구성 3.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4. 인정사실 진정인 및 피진정인의 진술과 제출자료, 법령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가 임 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의사낙태죄 조항)이 각각 임신한 여성 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2019. 4. 11.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 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 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라고 결정(2017헌바127 결 정)하였고, 입법시한이 만료되어 2021. 1. 1.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었다. 나.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의하면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 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 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다. 「모자보건법」 제2조 제7호에 의하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은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 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을 말한다. 따라서 「모자보건법」 제14 조에 해당하는 임신중지의 경우 수술방식만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제출자료 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수술 행위에 의약품에 의한 임신중지는 포함되지 않으며, 큐렛(curette, 몸속에서 무엇을 긁어내는 데 쓰이는 작은 외과 기구) 을 이용한 소파술, 진공흡입술, 흡입 소파술이 열거되어 있다. 라. 현재 국내에서 임신중지 의약품의 제조·수입 판매가 허가된 바 없고, 임신중지 목적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은 가능하지 않으나 "허가외사용" 방식 으로 의약품에 의한 임신중지가 가능하다. 국내 위·십이지장궤양 치료 목적 의 의약품인 싸이토텍정 등 19개 품목이 유산유도에 사용되고 있다. 마.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22,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임신 중지의 방법으로 약물이 2.3%, 수술 92.2%, 약물과 수술 모두 사용 5.4%이 고,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2020, 한국여성정 책연구원)』에 따르면 약물이 20.8.%, 수술 68.6%, 약물과 수술 모두 사용 10.6%로 수치에 차이가 있으나 수술에 의한 방식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 「모자보건법」 제14조 사유에 해당하는 임신중절수술에만 건강보험 이 적용된다. 보건복지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임신중지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는 아래 <표 1>과 같다. 분류 상급종합병원 의원 가. 임신 8주 이내 128,160 131,010 나. 임신 8주 초과 - 12주 미만 155,890 159,360 다. 임신 12주 이상 - 16주 미만 203,900 208,430 라. 임신 16주 이상 - 20주 미만 262,210 268,040 마. 임신 20주 이상 288,100 294,510 <표 1> 임신중지 수술 보험수가(2023) (단위 : 원) 사.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2020. 12. 31. "형법상 낙태죄 개선 입법 기한 경과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관련 사항 안내"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2021. 1. 1. 부터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도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제약회사 등의 허 가 신청이 있는 경우 식약처에서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의 허가·심사를 신속 하게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 식약처는 2021. 2월경 국회 남인순 의원의 "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 톨 복합제"(미프지미소, 일명 "미프진") 심사 관련 서면질의에 대해 "임신중 지 의약품에 대한 허가신청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2021. 1. 10. 사건 검토 신청을 접수 받아 진행중"이며,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안전사용 가이드라인 을 마련중에 있다"고 답변하였다. 자. 유산유도제의 품목허가 관련하여 OO약품은 2021. 2. 15. 사전검토 신 청을 접수하였고, 2021. 7. 6. 식약처에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지미 소"(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 수입 품목허가를 신청하였으며, 2022. 12. 신청을 취소하였다가 2023. 3. 재신청하였다. 식약처에 따르면, OO약품의 수입 품목허가 신청 건은 심 사가 중지된 상태다. 차. 식약처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4조(제조판매·수입 품목 의 허가 신청) 별지 4호 서식에 의하면, 의약품 수입허가 심사 처리 기간은 품목에 따라 최소 25일에서 최대 120일로 정해져 있다. 카. 식약처장은 「약사법」 제91조 제1항 제3호,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57조 제1항 제1의2호에 따라 국민 보건상 긴급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거나 안정적 공급 지원이 필요한 의약품으로, 식약처장이 인정하 는 의약품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하여 공급할 수 있다. 타.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필수의약품 목록에 유산유도제(미페프 리스톤)를 등재하였다. 5. 판단 가. 판단기준 「대한민국헌법」(이하 "헌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법」(이하 "위원회법"이라 한다) 제2조 제3호 나목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 별, 인종, 출신국가 등을 이유로 재화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 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나. 조사대상 여부 진정인은 피진정인들이 임신중지를 위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보장하 지 않으므로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다. 그러나 이 사건 진정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아 구체적인 피해가 확인 되지 않으므로 위원회법 제30조에서 정한 조사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 려워 각하한다. 6.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진정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주문 3항과 같이 결정한다. Ⅱ. 정책권고 1. 검토 배경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 회에서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했지만 수년째 입법 공백은 계속되고 있으며, 임신 중지 의약품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2020년 당국의 발표도 답보 상태에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20년전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한 임신중지 의약품은 2023년 현재 전 세계에서 96개국이 도입했지만 대한민국은 이를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낙태죄 비범죄화와 제도 공백의 모순 상황에서 대한민국 여 성의 임신중지 관련 실태 파악이 요청된다. 임신 중지에 대한 적절한 정보 와 의료서비스 등 제공 여부를 점검하고 여성의 건강권, 자기결정권, 재생 산권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 및 임신중지 이후 양질의 의료에 대한 접 근성 보장을 위해 정책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제25조 제1항에 따라 정책권고를 검토하였다. 본 검토에서는 "낙태", "중절"이 가지는 낙인과 부정적 함의를 고려하여 법률 등 인용의 경 우를 제외하고 가치중립적 용어로서의 임신중지(pregnancy termination)를 사용한다. 2. 검토 기준 가. 판단기준 1)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2조, 제36조, 제37조 2) 세계인권선언 제3조 3)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제2조, 제12조, 제16 조 1. (e) 4)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7조 5)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2조 나. 참고 기준 1)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협약 제12조(여성과 보건) 일반권고 24호(1999) 2)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협약 제2조에 의거한 당사국의 주요 의무에 관 한 일반권고 28호(2010) 3)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대한민국에 대한 제7차(2011), 제8차(2018), 제9 차(2024) 최종견해 4)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제6조 생명권에 관한 일반논평 제36호 (2019) 5)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 도달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 에 대한 권리(규약 제12조) 일반논평 제14호(2000) 6)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 성 및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 제22호(2016) 7)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 (2017) 8) 아동권리위원회 청소년기 아동권리의 이행 일반논평 20호(2016) 3. 임신중지 현황 가. 임신중지의 법·제도 지형 유엔 조약기구 등은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Decriminalization)를 권고하고 있다. 유엔 조약기구가 1990년대 초기에는 극단적 불허 국가에 대 해 임신중지의 "허용 사유"를 점진적으로 늘릴 것을 권고하였으나, 이후 일 부 사유로 허용 국가에서도 임신중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증거를 발견하 고 2000년대 중반부터 완전 비범죄화 권고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임 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를 권고하고 있다. 「형법」은 1953년 제정 당시부터 전면적 낙태 금지 및 처벌 규정을 두었는데, 1986년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규 정이 생기면서 일부 합법적 임신중지가 가능하게 되었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형법」상 범죄행위로 규정하였던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에 대해 한정적인 위법성 조각 사유로 기능하였다. 2019. 4. 11.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형법」 제269 조 제1항(자기낙태죄),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의사낙태죄)에 대한 입법시한이 만료되어 2021. 1. 1.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었다. 따 라서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존속과 관계없이 현재 국내 법률상 임신중 지의 비범죄화는 확정된 상태이다. "낙태"는 오랫동안 범죄로 규정되어 여성이 오롯이 형사처벌의 위험과 도덕적 비난, 낙인을 감수해 왔던 역사를 간과할 수 없고, 낙태죄 헌법불합 치 결정 이후에도 여성의 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규범과 인식으로 인해 안 전한 임신중지 보장, 재생산 권리 담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 다. 재생산권은 1968년 유엔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한 "자녀의 수와 간격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결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선 언에서 출발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제15조에서 “자녀의 수 및 출산 간격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결정할 동일한 권리와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정보, 교육 및 제 수단의 혜택을 받을 동일한 권리”라고 재생산 권을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재생산권은 국제인권규범에서 여성의 주요 권 리로 명시되고 있다. 한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인정하는 판결 이후에도 이 를 보장할 실효적인 방안을 공론화하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부 담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입법, 정책 입안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이 사건 진정 조사에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관련 법령이 개정되지 않는 한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힌 입장과도 상당 부분 일치 된다. 임신중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19. 4.) 이후 현재 5년이 경과하였 고, 낙태죄가 비범죄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재생산 권리보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 다. 결과적으로 의료현장과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이 놓인 현실 상황은 "낙태죄"가 존재하였던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 접근성 1) 의료서비스 2020. 12. 31.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형법」상 낙태죄 개선 입법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임신중지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였는데, 구체적 내 용은 다음과 같다. ① 129(보건복지부 상담센터), 인구보건복지협회 등을 통 해 정보 및 유관기관 안내, ② 위기갈등 상황의 임신·출산 상담 매뉴얼을 전국보건소에 배포, ③ 현행 「모자보건법」상 허용범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유지하면서 헌법불합치 개선 입법 등 관련 법률 개정에 맞춰 건강 보험 적용 확대 검토 예정, ④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도입이 가능해짐에 따 라 제약회사 등의 허가 신청이 있는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공임신 중절 의약품의 허가·심사를 신속하게 진행 등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실제 현실화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 료기관을 찾거나 물리적 거리 등 접근용이성, 의료비용 지원, 사회적 낙인 없이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도록 하는 등의 실질적인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실효적 정책으로 보기도 어렵다. 임신중지 경험자의 의료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의료비용은 오히려 그 전과 비교하였을 때 증가하였고 필요한 정보와 의료서비스의 접근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분석되었다. "임신중단 경험자에 대한 조사결과"(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 성 제고방안 연구)를 살펴보면, 산부인과를 찾기 어려웠다는 응답은 강원/ 제주 38.1%, 서울 등 다른 지역은 5.9~17.5%로 나타났다. 반면 임신중단 가 능 병원을 찾기 어려웠다는 응답은 모든 지역에서 51.5~64.7%로 나타났다. 이는 산부인과에서 임신중단(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거나 거 부한 것에 따른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임신중지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의료기관 및 의료인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가 시행된 적은 없다. 다만 2022년 보건복지부가 의료현장 실 태 파악을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126명의 의사 를 대상으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22, 한국보건사회연구원)』를 실시 하였다. 위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고 있다"고 응 답한 경우는 40.5%,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9.5%로 절반 이상이 임신중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통계는 임신중단(임신중지)을 원하는 여성들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료인을 찾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거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임신중지가 지연되는 등 지난한 과정을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임신중지 관련 국제규범이 완전 비범죄화로 선회하게 된 연원에는 일부 사유로 허용되는 국가에서도 임신중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증거에 기반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성폭력 피해자와 같이 합법적으로 낙태가 허용되는 상황에서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임신중지 의료 제공 거부가 공 공연하게 발생해 왔고,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그러한 관행이 남아있 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단 지원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2023, 한국여 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임신중단 지원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임신중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을 찾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위 조사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임신중단을 지원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해바라기센터 수탁병원과 여성가족부에서 공개하는 성폭력 전 담의료기관이 모두 임신중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이 외에 임신중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목록을 구할 수가 없다 보니 일일이 인근 병원에 전화하거나 다른 지원기관에 문의하고, 개인적 관계망을 통해 서 임신중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알아봐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임신중단(임신중지)가 허용되는 사유에 대해서도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접 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제한적인지를 보여준다. 2) 임신중지 가이드라인 부재 보건복지부는 2020년 대한산부인과 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인공임신중절 임상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내과적 임신중지에 대한 임상 매뉴얼을 개발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 연구보고 서에는 인공임신중절 임상 가이드라인이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법적 문제에 대한 해석 또는 판단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 다. 또한 위 연구에서는 식약처에 등록된 약제가 없다는 이유로 의약품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은 제외되었다. 또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2020, 한 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의료인의 절반 이상이 보건복 지부의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을 본 적이 없다고 응답하였고, 보건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22,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많은 의료인 이 임신중지 수술 자체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수술 허용 주수에 대한 기준 이 존재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공식적이고 정확한 지침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하면 보건복지부의 임상매뉴얼이 나 지침이 의료현장에서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실효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심지어 임신중지의 비범죄화 의미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이를 불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의료인의 수도 상 당하다. 따라서 2021년부터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이 폐지되었음을 명확하게 공표하고 정부의 관련 지침을 의료현장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3) 비용 현재 임신과 출산, 난임에 대해서 건강보험을 적용하나 피임이나 대 부분의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모 자보건법」이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은 건강보험 급여 신청이 가능하다. 「모자보건법」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임신중지는 수가가 임의로 책정되고 있어 의료기관마다 비용이 다르고, 의약품과 수술 모두 건강보험 이 적용되지 않는다.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 (2020,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임신중단의 방법으로 약물 20.8%, 수술 68.6%, 약물/수술 모두 사용 10.6%으로 약물(의약품)에 의한 임신중단 이 수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응답되었다. 의약품의 경우, 구매 방법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경우가 68.2%로 가장 많고, 국내 임신중단 약물 판매자(홈페이지, SNS 등)를 통해 구매했다는 응 답이 20.6%, 해외 임신중단 약물을 배송하는 단체를 통한 경우가 22.2%다. 의료비용은 처방의 경우 10~20만원 미만이 20.2%로 가장 많았고, 10만원 미만이 15.5%, 30~40만원 미만 14.7%, 20~30만원 미만 10.9% 등의 순이고, 약물 판매자를 통한 경우는 10~20만원 미만이 28.2%로 가장 많았고, 20~30 만원 미만 20.5%, 10~20만원 미만이 17.9% 순이며, 50만원 이상인 경우도 전체 20.5%를 차지한다. 수술적 방법의 경우 수술비용은 50만원 미만이 31.4%이고 그 이상이 68.6%를 차지하였으며 가장 응답률이 높은 비용 구간은 "80~100만원 미만" 으로 21.2%를 차지하였으며 "100만원 이상" 구간도 18%로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21년 기간 동안 평균 수술비용이 60만원 선으로 책정된 것으 로 추정되는데, 80만원 이상 비율이 2016~2019년은 50% 미만인 반면 2020~2021년은 절반을 넘긴 54.1%로 수술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신중단을 위해 지출한 의료비용에 대해서 "매우 또는 대체로 부담 되었다"는 응답이 전체 중 77.9.%를 차지하였고, 특히 19세 이하의 경우 "매 우 부담이 되었다"는 응답률이 2018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였으며, 소득 계층별로 보면 중층과 하층이 부담을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임신중단을 위한 원거리 이동 교통비 및 숙박비, 신체적 부작 용 및 정신적 건강 문제로 발생하는 의료비용이 경제적으로 부담된다는 응 답률이 높았다. 다. 의약품(유산유도제)에 의한 임신중지 의약품에 의한 임신중지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약제를 통해 유산을 유 도하는데 대표적인 약제로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이 있다. 미페프 리스톤은 임신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프로게스테론)을 억제하여 착상된 수 정체가 자궁과 분리되게 하고, 미소프로스톨은 자궁수축을 통해 수정체 배 출을 유도한다. 미페프리스톤 제제는 1988년 프랑스에서 최초 허가받은 이래로 30년 이상 사용되고 있으며, 아래 <표 2>와 같이 2023년 기준 총 96개국에서 허 가되었다. 미페프리스톤은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30년 이상의 기간 동안 1,000여 건이 넘는 임상 연구에서 수십만 명의 자료를 토대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연도 국가 연도 국가 1988 중국, 프랑스 2010 이라크, 잠비아 1991 영국 2011 가나, 멕시코, 모잠비크 1992 스웨덴 2012 호주, 에티오피아, 케냐, 리투아니아 1999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조지아, 독일, 그리스,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네덜란드, 러시아, 스페인, 스위스 2013 아제르바이잔, 방글라데시, 불가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우간다, 우루과이 2000 노르웨이, 푸에르토리코, 대만, 튀니지, 미국 2014 태국 <표 2> 미페프리스톤 허가 국가 현황 (2023. 5. 기준) 자료: Gynuity Health Projects(2023), 보건복지부 제출자료 미페프리스톤은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안정성과 효과를 인정받았고, 마 취가 필요 없어 개발도상국이나 낙후된 의료환경에서도 사용이 손쉬운 이 점을 가지고 있어 2005년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Essentail Medicine List) 목록에 등재되었다. 2005년 등재 당시는 특수하게 훈련된 의료적 감독을 필 요로 하는 보완목록(complimentary list)으로 분류되었으나 2019년에 전문화 된 의료 감독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핵심 목록(core list)으로 격상되었다. 핵심 목록은 국가 차원에서 복제할 필수의약품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필 수의약품 모델 목록 중에서도, 기본적인 보건 체계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 되는 최소한의 의약품 목록이며, 현재와 미래의 공중보건과 관련하여 가장 안전하고 비용 효과적인 치료 가능성에 기초하여 선택된 의약품을 의미한다. 연도 국가 연도 국가 2001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2015 캐나다, 르완다 2002 벨라루스, 인도, 라트비아, 세르비아, 베트남 2016 오만 2003 에스토니아 2017 콜롬비아, 나이지리아 2004 가이아나, 몰도바 2018 베냉, 부르키나파소, 카보베르데,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잠비아, 아일랜드, 라이베리아, 말리, 모리타니 시에라리온, 싱가포르, 토고 2005 알바니아, 헝가리, 몽골, 우즈베키스탄 2019 칠레, 콩고민주공화국 2006 카자흐스탄 2020 볼리비아, 크로아티아, 기니, 몰디브, 짐바브웨 2007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포르투갈, 타지키스탄 2021 콩고공화국, 말라위 2008 루마니아, 네팔 2022 사이프러스 2009 이탈리아, 캄보디아 2023 아르헨티나, 일본, 니제르 세계보건기구는 "안전한 낙태 : 보건 시스템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 및 정책 지침"에서 임신중지를 위한 의약품 사용 방법으로 24주까지 미페프리 스톤과 미소프리스톨을 차례로 복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권고하고 있고, 미페프리스톤을 구할 수 없는 경우 미소프로스톨만 복용하는 방법을 권고 하고 있다. 단, 두 가지 의약품을 병용하면 임신중지 성공률은 90~98%에 달하며, 부작용으로는 자궁수축에 따른 복통이 가장 흔하고 그 외 1~2%는 출혈이나 불완전 임신중지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미소프리스톨만 사용 할 경우는 성공률이 85%이므로 추가적인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의약품 방식을 선택하는 여성들은 의약품에 의 한 임신중지가 초기 주수에 이뤄지고, 자연유산과 비슷한 방식이며, 수술이 나 마취를 안 해도 되고, 병원이 아닌 집이나 본인이 편하게 느끼는 장소에 서 시행할 수 있으므로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등을 이유로 의약품에 의한 방식을 결정하며,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페프리스톤을 도입한 이후 의약품에 의한 임신중지가 차지하는 비중 이 높은 국가는 핀란드(2015년 96%), 프랑스(2016년 64%), 영국·웨일즈( 2021년 87%) 등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2004년 식품의약국(FDA) 승인 당 시에는 의약품에 의한 임신중지 비중이 14%이었으나, 매년 증가추세를 보 이면서 2023년에는 63%로 증가하였다. 반면, 국내에서는 「모자보건법」 제2조에서 인공임신중절의 방법으로 수술만을 규정하여 의약품에 의한 방법을 배제하고 있고, 현재까지 국내에 서 임신중지 의약품이 제조·수입 판매 허가된 바 없어 임신중지를 위한 의 약품 접근은 가능하지 않다. 다만, 자궁수축을 통해 유산을 유도하는 의약 품으로 싸이토텍정 등 국내 19개 품목이 허가되어 있어 이 약품이 허가외 사용(off-label)의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모자보건법」상 5가지 허용사유에 해당하는 임신중지의 경우에도 임 신중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수술적 방법만을 택할 수밖에 없고, 의약품 에 의한 방법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허용사유에 해당 하는 임신중지에 대해서 허가외사용을 선택하는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하 므로 사실상 이 방법으로 임신중지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임신중지 의약품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받아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지 20년이 되어감에 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임신중지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매우 제한되어 있 다. 임신중지 의약품을 도입하지 않아 현재 많은 여성들이 인터넷을 통해 개별적이고 비공식인 경로를 통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을 복용해 야 입장에서는 이러한 경로로는 의약품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장래 발생할 부작용이나 임신중지의 실패 가능성, 건강상 위험성 등 불안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임신중지 의약품이 정식 유통되고 있지 않는 상태이 며,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습득한 약을 복용하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례들 이 보고되나 유통 자체가 불법화되어 있어 실제 오남용, 부작용에 대한 정 확한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라. 해외사례 : 임신중지의 법적 자유화 정도 캐나다(1988), 아르헨티나(2018), 뉴질랜드(2020), 호주(2021) 등의 국가들 은 「형법」상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 규정을 전면 폐지하여 임신중지를 자 유화하였다. 대체로 임신중지는 예외사유(허용사유) 규정을 통해 규제되는 데 각국이 법적으로 인정하는 허용 사유가 얼마나 포괄적인가 정도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 건강사유를 신체적 건강 사유로 제한하는 경우부터 정신적 건강사유까지 넓게 인정하 는 경우가 있는데 건강상의 사유를 넓게 인정할수록 허용쪽에 가까워진다. 각국의 임신중지 관련 법.제도는 점차 법적 허용성을 넓혀가는 경향을 보인다. 1994년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 이후 2019년까지 50개 국가(또는 자치주)가 임신중지 규제 정책을 자유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고, 그 중 15개 국가(또는 자치주)는 임신 주수 제한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법적 허용 성이 가장 큰 "5유형"으로 전환되었고,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이처럼 지난 30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임신중지가 자유화되는 추세에 있다. 구분 허용사유 국가 수 (총 203개국) 1유형 극단적 불허 24개국 2유형 임신한 여성의 생명 위협 42개국 3유형* 임신한 여성의 건강 51개국 4유형 사실상 모든 사유 (단 2, 3, 4유형은 의사 혹은 전문가의 증명 혹은 승인 필요) 13개국 5유형 임신한 여성만 최종결정 내릴 권리 (임신 주수를 제한하는 경우/제한하지 않는 경우) 73개국 <표 3> 임신중지 법적 자유화에 따른 유형 <표 4> 1994년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 이후 "5유형"으로 전환한 15개국 시기 국가 1994년 이후 가이아나, 알바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 2000년대 스위스, 네팔, 포르투갈 2010년대 스페인, 룩셈부르크, 우루과이, 모잠비크, 아일랜드 2019년 이후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는 수술적 방법과 의약품에 의한 방법 모두 활용되고 있다. 4유형과 5유형에 해당하는 임신중지 자유화 국가 69개국의 의료서비스의 공적 보장을 살펴보면, 첫 번째 건강보험을 통 해 의료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유형이 20.3%(14개 국가)이고, 공공의료시설 에서 임신중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유형이 27.6%(19개국)이며, 전 체 의료비용 중 일부분을 지원하는 국가는 13.0%(9개국)이고, 여성의 경제 적 수준, 혼인상태, 연령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경우 의료비 지원을 하 는 국가가 26.1%(18개 국가), 어떤 공적 의료서비스 및 비용 지원도 없는 국가가 13.0%(9개국)를 차지한다. 전체 여성에게 전액 지원 일부 여성 또는 일부 금액 지원 지원 없음 (9개 지역) 국민건강보험 (14개 지역) 공공의료시설 무상 이용 (19개 지역) 공공의료시설 이용요금 낮음 또는 비용 부분 보조 (9개 지역) 일부 여성에 대한 전액 또는 부분 지원 (18개 지역) 국가 또는 지역명 벨기에 캄보디아 캐나다 쿠바 프랑스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호주 아제르바이잔 바베이도스* 덴마크 그리스 가이아나 아일랜드 벨리즈* 카보베르데 핀란드* 몬테네그로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아르메니아 알바니아 벨라루스 불가리아 중국 크로아티아 체코 오스트리아 보스니아헤르- 체고비나 일본* 네팔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표 5> 임신중지 자유화 국가의 공적의료서비스 지원현황(69개국) *표시한 국가는 사회적 사유 또는 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국가들이며, 표시하지 않은 국가들은 본인 요청 사유를 인정하는 사례이다. 건강보험을 통해 의료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국가 중 캐나다, 프랑스, 슬로베니아 등은 1994년 이전에 임신중지를 합법화 또는 비범죄화한 나라 로 보편적 의료보험으로 임신중지 비용 전액을 환급해 주고, 네덜란드는 정 부보험을 통해 모든 거주 여성의 임신중지 의료비용을 보장하고 있다. 2018 년 이후 임신중지를 자유화한 아일랜드, 뉴질랜드, 아르헨티나도 임신중지 를 필수의료서비스 대상으로 간주하고 국민건강보험으로 의료비를 전액 지 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20년 「임신중지접근법」을 제정하고 같은 법 5조에 임신한 자는 보건의료 시스템 내에서 임신중지권을 갖는다고 명시하여 임 신중지권을 보장하고 임신중지가 보건의료 시스템이 보장하는 의료행위임 전체 여성에게 전액 지원 일부 여성 또는 일부 금액 지원 지원 없음 (9개 지역) 국민건강보험 (14개 지역) 공공의료시설 무상 이용 (19개 지역) 공공의료시설 이용요금 낮음 또는 비용 부분 보조 (9개 지역) 일부 여성에 대한 전액 또는 부분 지원 (18개 지역) 네덜란드 북한 슬로베니아 스페인 우루과이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인도*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노르웨이 포르투갈 러시아 남아공 튀니지 우크라이나 영국* 우즈베키스탄 잠비아* 투르크메니스탄 터키 피지* 독일 헝가리 리투아니아 몰도바 몽골 키르기스스탄 라트비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미국 세르비아 대만* 타지키스탄 베트남 을 명확히 하였다. 아일랜드는 2018년 국민투표를 시행하여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수정헌 법 제8조를 헌법에서 삭제하고 「임신중지규제법」을 제정하여 임신중지 관련 의료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수술적, 의약품에 의한 방법으로 행해진 임신중지 의료비는 복지부 예산으로 무료로 지원된다. 당시 아일랜드는 보 편적 건강보험제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국가가 여성을 보호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임신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예산으로 의료비용을 지 원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캐나다는 한국과 유사하게 임신중지가 「형법」에 의해 처벌되었다가 1988년 대법원에서 「형법」에서 규정하는 낙태죄에 관해 위헌판결을 내림 으로써 낙태죄가 폐지되었다. 임신중지와 관련한 의료적 지원은 연방정부의 캐나다 「보건법」에 따라 의료보장 체계 내에서 이루어진다. 캐나다 정부 는 주마다 1개 이상의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원을 두도록 하 였다. 한편, 임신중지가 가능한 시기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법이 없기 때문 에 원칙적으로 임신 주수 제한 없이 임신중지 수술이 가능하나 대부분의 수술은 임신 12주 이하일 때 이루어지고 있으며 임신 주수가 20주 이상일 경우는 산모의 건강에 위협이 되므로 수술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수술과 관 련된 동의에 있어서는 16세 이상이면 보호자 승인이나 파트너의 동의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신중지 자유화 국가들은 의료서비스를 공 적으로 보장하는 정도가 상이하나 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임 신중지를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안전한 의료서비스에 접 근할 수 있는 보편적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편 적 건강보험제도를 통한 지원은 필수의료서비스임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임 신중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낙인을 제거하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4. 판단 가.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의 포괄적 권리로서의 임신중지권 국제인구개발회의(카이로, 1994) 이래로, 국제사회는 임신중지 의제를 여성의 재생산 권리와 건강의 문제로 설정하고 정책과제를 구체화해 왔다. 임신중지 의제는 원치 않는 임신을 유지하도록 강요받지 않고, 임신 상태를 중단할 결정을 존중받으며, 신체적 완전성의 권리와 사생활 및 자율성을 존 중받는 자유권의 속성을 포함한다. 동시에 임신중지를 위한 정보와 수단, 최고 수준의 성·재생산 건강 보장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사회권적 성격, 이러한 권리보장에서 차별받지 않을 평등권의 영역에도 해당한다. 이처럼 임신중지는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적 속성이 유기적으로 상호연동하고 있 는 포괄적인 권리다. 임신중지를 재생산 권리로 인정한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자기결정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지도록 만드는 사회경제 적, 보건의료적 조건이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국가는 임신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의무를 지며, 이러한 임신중 지권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여성만이 임신·출산을 할 수 있고, 여성의 삶에 불가역적 영향을 미치며, 여성의 노동과 학업, 정치적·사회적 참여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임신중지권은 여성의 평등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 권리라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5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재생산 권리보장을 위한 지 원 정책의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정책을 집행할 관련 법률이 제정 혹은 개 정되지 않는 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 정부 의 입장은 임신중지를 여성의 권리임로 인정하지 않거나 여전히 임신중지 를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국가가 여성과 소녀의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할 때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설계된 정책을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제49차 회기에서 결정(2011. 7. 25.)한 개인통보 사건]하는데, 현재 국내 상황은 임신중지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 자체가 부 재한 상황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신중지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는 것부터 많 은 비용을 지불하는 등 매 과정의 지난함을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 다. 임신중지에 대한 명확하고 공식적인 정보가 부재하고, 의약품 접근이 음성화되어 있으며,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의사를 만나기까지 지연되는 임 신중지로 인한 불안 등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되었음을 명확하게 공표하지 않고 있으며 임신중지가 사회적 갈등을 유발, 정치적·정파적으로 예민한 의제라는 이유,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책적으로 임신중지 의료 지원을 하 지 않고 있다. 이는 헌법 10조 후단의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협약 제2조에 의거한 당사국의 주요 의 무에 관한 일반권고 28호」(2010)에서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위치가 정치· 경제·사회·문화·종교·이데올로기적 및 환경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성차별은 젠더에 기반한 불리함이나 여성이 직면하는 불평등을 인지하지 못해 여성의 권리가 거부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그러한 효과를 가지는 경우도 성차별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여성은 임신중지 결정을 이행할 수 있는 정보와 의료서 비스의 접근이 제한되어 있고, 높은 의료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덜 침익 적인 수단을 선택할 수 없는 등 임신중지의 이용가능성 및 접근가능성이 제한되어 있다. 이는 임신중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달성가능 한 최고 수준의 건강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여 인권의 향유를 저해하는 효 과가 국가의 부작위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가가 남성과 비교하여 여성에게만 필요한 의료 개입을 거부하거나 방치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임신중지 권리의 향유 및 행사를 저해한 것이므로 이는 성별을 이유로 평 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증거 기반 정책 도입 필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는 성 및 재생산 건강과 권 리에 관한 일반논평 제22호(2016)를 통해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이 른바 "AAAQ" 프레임워크로 불리는 네 가지 원칙 ① 이용가능성(Availability) ② 접근가능성(Accessibility) ③ 수용가능성(Acceptability) ④ 품질(Quality) 을 핵심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이중 이용가능성은 성·재생산 건강이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숙련 된 의료인이 있는 의료 시설과 이들에 의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및 프로 그램, 이외 다양한 정보와 재화 이용이 가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접근 가능성(물리적·구매가능성·정보접근성)은 의료 시설과 의료서비스,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보 및 재화 등을 이용하는 데 물리적 접근이 가능하고 의료 서비스와 재화가 무료 혹은 국가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접근 가능하여야 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포함한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대체입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여성의 건강과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여성의 임신중지 권 보장은 오로지 「형법」 및 「모자보건법」의 개정에 달려있는 것이 아 니며, 국가는 여성의 헌법상 기본권과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임신중지가 권리임을 인정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원하지 않는 임신의 예방 및 안전한 임신중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국가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자신의 신체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의 결정을 존중하고 여 성 스스로 재생산에 대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제 공해야 한다. 자신의 몸에 관해 판단하고 결정할 여성의 능력을 존중하고,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신중지가 가능한 조건과 관련 절차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효과 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자율성 행사와 직접 관련된 문제이고 특히 임신중지 여부의 결정은 시간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므로 결정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절하고 효과적인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절차는 과 학적 증거와 근거에 기반하여 여성의 이익과 필요의 관점에서 다른 의료적 행위와 마찬가지로 규율되어야 하고, 임신중지 서비스 접근을 방해받지 않 도록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구성하여야 한다. 임신중지는 이미 비범죄화되었고 앞서 살펴본 여러 국제인권규범은 여 성의 필요와 이익의 관점에서 이를 보건의료정책과 조치에 반영하도록 촉 구하고 있으며, 국가가 개인의 성·재생산 건강권 행사에 직접적 혹은 간접 적인 개입을 삼가고, 동시에 성·재생산 건강권 서비스에 대한 접근에 장벽 을 초래하는 법률과 정책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낙태죄는 임 신유지를 강제하는 법률로 작용하였으므로 향후 입법 방향은 그간 낙태죄 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평등권, 건강권 등을 침해하였던 것을 주지하여 여 성의 임신중지권과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 을 두어야 할 것이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국내 상황을 검토한 결과, 재생산권의 핵심 요소인 이용가능성과 접근가능성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여성의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해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의약품 및 수술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 임신중 지 의료제공기관 정보 제공, 건강보험적용 등 긴급하게 시행되어야 할 필요 한 조치를 중심으로 주문과 같이 권고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 에 따라 주문 1항 및 2항과 같이 결정한다.

연관 문서

nhrck

AI 법률 상담

이 해석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가요?

460만+ 법률 데이터에서 관련 해석례·법령을 찾아 답변합니다

AI 상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