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 적용 권고
요지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재난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시·도안전관리계획, 시·군·구안전관리계획 수립지침에 포함하여, 관련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재난피해자의 인권에 기반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합니다.
해석례 전문
Ⅰ. 권고의 배경 재난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 기본권에 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정신, 신체, 삶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하여 인간 존엄을 훼손하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생명과 안전, 인간의 존엄과 사생활 보호 등 피해자와 유가족의 기본적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재난 상황에서 재난으로 인한 피해와 인권침해의 우려가 반복 되고 있고,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심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 2. 1. 밀양 세종(요양)병원 화재 참사에 대한 위원장 성명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장이 인권 보장의 최저 선임과 동시에 최고의 인권 가치임을 명시하였다. 또한 2022. 11. 4.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위원장 성명에서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피해자 및 유가족의 권리 보장과 피해 복구를 촉구하였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재난 상황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과 국제사회의 재난 관련 인권기준, 과거에 발생했던 실제 재난 사례 등을 검토하여 국가의 재난 안전 관리에 필요한 인권적 기준과 피해자의 권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제시하고자 한다. Ⅱ. 판단 및 참고기준 「대한민국헌법」(이하 “헌법”이라 한다) 제10조 및 제34조, 「국가인권위원회 법」제19조 및 제25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제3조, 제22조, 제23조의2, 유엔 "재난 및 분쟁 후 상황에서 인권 증진 및 보호의 모범 사례 및 주요 과제에 대한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의 최종 연구 기반 보고서"(A/HRC/28/76) 등을 판단기준으로 하였다. Ⅲ. 판단 1. 국제인권기준 유엔인권이사회는 "인권에 기반한 접근"(Human Rights-Based Approach)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에 인권이 통합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A/HRC/27/57, A/HRC/28/76). 인권에 기초한 접근은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의무자의 의무이행을 강조하는 것으로 인권조약에서 유래하는 보편성, 불가분성, 참여와 협의, 차별금지, 책임성, 투명성, 피해 방지 및 피해 최소화 등을 기본으로 하며, 특히 "피해자의 참여와 협의"를 강조하였다. 또한 "재난 위험 감소 결의안" (A/HRC/75/216)을 통해 장애인, 여성, 노인 등의 취약 계층별 관련 이해 당사자의 참여를 통하여 국가의 재난 관련 계획과 정책을 마련하도록 권고 하였다.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1992년 설립된 인도적 지원기관 간 상임위원회 (IASC, Inter-Agency Standing Committee)은 재난 관련 인도주의적 활동의 목표가 모든 피해자의 인권 증진과 보호라고 강조하였고, 유엔 국제법위원회 (ILC, International Law Commission)는 2016년 유엔 총회에 제출한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의 보호에 관한 규정 초안 및 해설"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인간 존엄성의 보호와 존중, 국가의 책임과 역할 등을 분명히 하였다. 특히 유엔국제법위원회는 재난에 의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재난 상황에서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는 이러한 권리를 보호, 존중, 실현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재난 상황에 대한 국제인권기준은 재난 피해에 대한 지원이 시혜나 박애가 아닌 "재난피해자의 권리"이고, 재난피해자는 권리를 주장할 정당한 자격이 있으며, 국가는 재난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2. 인권 가이드라인의 필요성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한 대책과 지원은 모든 이에게 평등 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재난에 의한 직ㆍ간접적인 인적, 물적 피해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을 유발하고 국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였다. 특히 재난 상황이나 그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이 장기화되는 경우 재난에 따른 1차 피해를 넘어 질병, 실직 및 경제적 곤란, 돌봄ㆍ보육ㆍ교육의 공백, 가족 관계의 훼손, 사회생활의 곤란 등 2차 피해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사회가 발전하면서 과거에 없었던 형태의 사회적 재난과 정부의 관리와 감독 범위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재난관리 주체는 기존의 안전관리대책 등이 미흡할 수 있는 점을 고려 하여 사전적 대응 차원에서 안전관리 점검 및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국내 재난 안전 정책은 "시혜에 기반한 접근"으로, 재난피해자를 도움과 조력이 필요한 대상으로 규정하였고, 국가는 선의에 기초해 재량 범위 내에서 위기에 빠진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런 관점에서 지원 및 피해 회복이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었다. 따라서 재난 지원과 피해회복의 접근 방식을 권리와 의무의 개념인 "인권에 기반한 접근"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재난피해자는 수동적 피해 지원의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서 발언하고 참여하며 협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고, 국가는 지원과 회복에 대한 책무 주체로서 재난피해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의 의무가 있음을 밝혀야 한다. 3. 인권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 가. 인간의 존엄성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누구나 누려야 할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으로, 재난 상황에서 어떠한 활동도 인간의 존엄에서 유래하는 다양한 권리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모든 활동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재난 상황에 대한 정책과 계획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수립되어야 하고, 재난과 관련한 지원은 시혜나 박애가 아닌 재난피해자의 권리이므로 재난관리 주체는 재난피해자의 권리 행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나. 알 권리 개인은 알 권리를 통해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여 지식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재난 관련 원인 규명, 관련 정보 및 기록 보존 등의 보장이 중요하다. 특히 재난이 사람에게 미치는 정서적, 신체적 영향이 크고, 재난 수습과 사고원인 파악과정에서 재난관리 주체와 피해자 간 정보와 지식의 비대칭 성이 큰 만큼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다. 자기결정권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 되는 자기결정권은 외부의 간섭없이 사적 사안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중대한 사항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재난피해자는 주체적인 존재로서 외부의 간섭이나 방해로부터 자유 롭게 재난 관련 사항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으며, 재난피해자간 상호의존을 통해 회복을 도모하고 주체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라. 평등권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없이 우대, 배제,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재난 지원과 회복은 사람의 행복과 사회적 공공성의 증진에 위배되어 서는 안 되고 피해 복구에 있어 다양한 계층과 집단이 차별 없이 참여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어린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안전취약 계층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이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한다. 마. 사생활 및 개인정보 보호 재난피해자 및 유가족 관련 정보는 사적 영역이 많이 드러나는 개인 정보에 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 등에 노출되어 악의적 으로 이용되는 2차 피해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관련 정보는 보호받아야 하며, 재난 피해의 회복 및 복구를 위한 목적 외의 용도로 다른 사람 또는 기관에게 제공되거나 누설되어서는 안 된다. 바. 재난 안전 관련 교육 및 대책 모든 사람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난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재난 안전 관련 정보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의 특성과 취약성을 고려하여 효과적인 재난 대비 정보와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기존 제도의 미흡한 점을 사전적으로 점검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대한 적절한 대응 절차 등을 마련해야 한다. 사. 재난 대응 및 복구 재난피해자는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 구조, 의료, 보건, 생활 등의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해당 지원을 받을 때에는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 재난피해자는 재난피해에 따른 배·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고 체계적인 피해 회복과 생애주기에 맞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아. 진상규명과 책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진상규명의 전 과정에서 재난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하며, 재난과 관련한 정보와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공개 하여야 하고, 이를 기록해야 한다. 또한 언론기관이 재난과 관련하여 정보의 왜곡 없이 공정하고 진실하게 재난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지 확인하고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 등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 재난피해자에 대한 기억과 추모 재난피해자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재난피해자에 대한 인정이자 명예회복 및 의례에 관한 권리이고, 재난피해자가 원할 때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는 기억 및 추모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차. 재난피해자의 의사 반영과 연대 재난피해자는 재난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서로 연대 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가 및 단체의 조력을 얻을 수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재난피해자를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고 재난피해자 간의 상호의존을 통해 회복을 도모하며, 권리 행사를 통해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4. 소결 이상과 같이 재난에 대한 모든 대응은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나, 일부 재난에 대한 대응 방식은 인권적 관점과 기준의 미흡으로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 인권침해상황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였다. 따라서 재난에 대처하는 상황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인권 기준을 제공하고, 피해자의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밝히며, 모든 국가 안전 관리계획의 작성과 이행에 있어 준수해야 할 재난 관련 인권 기준을 제시 하고자 한다. Ⅳ.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제19조 제6호와 제25조 제1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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