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인 병역기피자에 대한 해직 권고
해석례 전문
I. 진정사건에 대한 판단 1. 진정요지 진정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미리 병무청에 집총거부 등을 이유로 입대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밝혔고, 2013. 7. 30. 현역병 입영통지를 받은 후 입영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경찰 및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2013. 9. 23. 불구속 기소되어 현재 항소심 재판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진정인은 2013. 12. 3.부터 ○○우편집중국에서 "시간제 우정실무원" 으로 근무하였는데, 2014. 3. 3.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2호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진정인에 대 한 해직을 요청하여 진정인은 2014. 3. 30. ○○우편집중국에서 해직되었다. 진정인은 비록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나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 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병무청장이 진정인의 취업을 제한한 행위는 무 죄추정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여 진정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였다. 2. 피진정인의 주장 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는 2004. 8. 23. 병역법 제76조 가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 원칙과 헌법 제37조 등에서 규정하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 것이므로 병역법 관련 조항을 개정할 것을 국방 부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병역법 제76조는 개정되지 않았다. 나. 또한 병무청의 "병역관계법령해석질의응답집"에 따르면 재판 중인 병 역의무 불이행자의 경우에도 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2호의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법문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 형사재판과 행정처분은 그 요건과 효과가 별개이고 그 목적이 상이하 므로, 유죄확정 판결이 나기 이전에도 병역법 제76조 해당 여부를 판단하 여 취업제한이 가능하다 할 것인바, 강행규정인 병역법 제76조 조항에 따 라 진정인의 고용주인 ○○우편집중국장에게 해직을 권고한 것이다. 라. 병역법 제76조를 개정할 경우 병역기피자에 대한 제재가 현실적으 로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병역제도의 근간 이 흔들리고, 병역기피자를 양산함으로써 국가안보 및 질서유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3. 인정 사실 가. 진정인은 2013. 7. 30. 현역병 입영 기피자로 지정이 되어 2013. 9. 23. 병역법 위반으로 ○○지방검찰청 ○○지청에 의해 ○○지방법원 ○○지 원에 공소가 제기되었으며(2013고단557), 2015. 10. 6.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고, 현재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 진행 중에 있다. 나. 진정인은 2013. 12. 3. ○○우편집중국 시간제 우정실무원으로 입사하 였으나, 피진정인이 2014. 3. 3. ○○우편집중국장에게 병역법 제76조, 제 81조 및 제93조에 따라 진정인을 해직할 것을 요청하였다. 다. ○○우편집중국장은 2014. 3. 7. 피진정인에게 "진정인은 ○○우편집중 국 비공무원(우정실무원)으로 근무 중이며 계약기간 만료일은 2014. 6. 30. 인데, 현재 고발된 상태이지만 형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기에 계속 근무를 희망한다"고 하면서, 형 확정 전까지 계속 근무가능 여부, 해직처리를 해야 한다면 해직 처리 시기 등에 대해 질의하였다. 피진정인은 2014. 3. 11. 이 에 대해 "현역병 입영기피자 해직 권고에 따른 귀 기관의 질의 내용에 대하 여는 병역법 제76조 제1항 규정에 따라 처리"하라고 회신하였고, ○○우 편집중국장은 2014. 4. 1. 진정인을 해직하였다. 라. 병무청 "병역관계법령해석질의응답집 제5집(2002~2009, 72쪽)"에서는 사법기관에 자수하여 재판에 계류 중에 있는 자의 경우에도 병역법 제76 조 제1항 제2호의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법문에 해당된다 고 기술하고 있고, 관련부처 및 사법부가 이를 달리 해석한 사실은 없다. 4. 판단 진정인은 피진정인이 무죄추정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여 진정인 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병역법 제76조가 강 행규정이며 고용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같은 법 제93조에 따라 처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병무청의 법령해석지침상 "사법기관에 자수하여 재판에 계류 중에 있는 자의 경우에도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이라 고 해석하고 있는 점, 형사재판과 행정처분은 그 요건과 효과가 별개이고 그 목적이 상이하므로 확정 판결과 관계없이 진정인에 대한 취업제한이 가 능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진정인이 ○○우편집중국에 진정인에 대한 해직 요청을 한 행위는 현행 병역법 및 "병역관계법령해석지침" 등에 따른 행위를 한 것으로 피진정인 으로서는 같은 법 제76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달리 해석할 권한이나 재량 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진정인의 행위는 진정인의 직업선택의 자 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Ⅱ. 병역의무 불이행자 취업제한 등 조치에 대한 검토 1. 검토 배경 위원회는 2004. 8. 23. 결정한 04진인0001566 진정사건에서 병역법 제76 조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취업제한 조치가 위헌의 소지가 커 국회 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관련 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나, 국방부 장관은 국민의 국방의무 준수 유도를 위하여 필요한 규정이라는 등의 이유 로 2004. 10. 21. 불수용 입장을 통지하였다. 이후 2014. 3. 17. 재판 중인 병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취업제한이 부당 하다는 본 진정(14진정0184300)이 재차 위원회에 접수되었고, 위원회는 위 와 같이 피진정인의 행위가 적법한 행위로서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 판단하였으나, 진정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병역법 제76조 제1항 및 제2 항과 같은 법 제93조 제1항의 규정이 장기간 재판 중인 병역의무 불이행자 의 생계를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기준으로 해당 조항의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검토하게 되었다. 2. 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2항의 과잉금지 원칙 위배 여부 병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의 조치는 제한 대상 직업의 범위 가 공직과 사적 부문의 직업을 모두 포괄하고 있고, 제한을 받는 당사자의 생활형편과 사회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 한 생계의 위협 및 사회적 소외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취업제한 등을 받는 당사자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생존권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다 덜 침익적인 다른 행정적 수단을 강구 할 여지를 두거나 형사재판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는 등 보다 엄격한 기준 을 적용하여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직이 아닌 사적 부문의 취업이나 각종 관허업의 특허·허가 등을 취득하는 것마저도 제한하는 것은 광범위하고 과도한 제한으로서 취업제한 등의 조치를 받게 되는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뿐 아니라 고 용주의 계약의 자유도 제한을 받는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3. 사법기관에 자수하여 재판 계류 중인 사람에 대한 고려 필요 특히 본 건 진정인과 같이 양심적인 이유로 징집을 거부하고 사법기관에 자수하여 재판 계류 중인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 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2호는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을 병 역의무 불이행자로 규정하고 있어서 본 건 진정인과 같이 재판 계류 중인 사람도 병역의무 불이행자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 만,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입영기피자에 대한 처벌조항은 입영·소집에 응 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입영·소집에 응하도록 강제하여 궁극적으 로 국민개병주의를 실현하고 나아가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 고 있다. 반면 병역법 제76조 제1항 및 제2항은 징집·소집에 응하도록 간 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규정이지 징집·소집에 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처 벌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 아니다. 이처럼 병역법 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이를 기피한 사람 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 병역법 제88조 제1항)과 취업제한 등의 간접적 강 제수단( 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2항)을 두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병 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 조치는 병역의무 대상자가 이를 기피 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 및 법원의 재판을 피해 도주하고 있는 경우에 간 접적으로 징집·소집에 응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본 건과 같이 이미 병무청에 병역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통지하고 수사기관에 자수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병 역법 제76조 제1항 제2호의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 다면 해당 조항은 그 목적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집총 거부 등의 신념과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재판절차에 임 하고 있다가 재판 도중에 병역거부 의사를 번복하고 징집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 건 진정인과 같이 집총 거부 등의 의사를 명확히 밝힌 후 불 구속 기소되어 약 3년의 기간 동안 재판을 받고 있고, 재판이 언제 종결될 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까지 취업제한 등의 조치가 계속 적 용된다고 하면 "직업선택의 자유" 뿐 아니라 생계수단에 대한 박탈로 가장 기본적인 불가침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도 있다. 그럴 경우 취업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은 극히 적 은 반면 기본권 제한 대상자의 사익은 과도하게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므로 법률 개정 전이라도 "병역관계법령해석지침"을 변경하여 위원 회가 법률 개정을 권고한 취지에 부합하는 조치를 바로 시행할 필요가 있 다. III. 결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병역법 제76조 제1항 및 제2항의 취업제한 등 조 치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따 라서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 조치는 대상자 의 행위의 성격과 경중, 생활환경 및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해서 이루어져 야 하고, 제한의 수준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 다르게 적용하는 등 보다 완화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같은 법 제93 조 제1항의 경우 위 취업제한 등 조치와 관련하여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고 용주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항인바, 위 법 개정에 따라 적절한 내 용으로 함께 개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법률이 개정되기 이전이라도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사법기 관에 자수하여 재판 계류 중인 사람이 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2호의 "징 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된다는 "병역관계법령해석지침"을 변 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법 제39조 제1항 제2호, 같은 법 제19 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각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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