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소법 개정 시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A Critical Comment on the Proposed Draft of the Criminal Procedural Law Reform made by the Judiciary Reform Committee
차용석(한양대학교)
54권 7호, 19~50쪽
초록
이 글은 사개추위에서 발표한 형사소송법 개정시안 중 필자의 견해에 비추어 문제시되는 몇 몇 부분에 대하여 비판적 관점에서 논평을 가한 것이다. 첫째, 국민의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본법 중에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형벌권 발동에 관한 법규를 국민적 지지가 허약한 하나의 위원회에서 단기간에 걸친 검토 끝에 오랜 동안의 공론화의 과정없이 거의 혁명적으로 개정하려는 방법론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어느 나라의 입법과정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둘째, 그러한 거창한 개혁을 기도하는 이념 및 그 이념에 따른 일관된 지침이 결여돼 있다. 셋째, 그 개정안의 내용이 우리의 현실을 외면한 체 몇 몇 사람의 탁상론적 상상을 그려낸 것처럼 풀이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앞으로 재판에의 국민의 참여를 예상한 준비인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국민정서나 법의식, 특히 형사사법 과정에 종사하는 법조인의 의식과 너무나 동떨어진 상상물이라는 평을 면할 수 없다. 소위 공판중심주의 실현을 표방하고 있으나 그들이 그리는 공판중심주의는 오직 증인의 증언만에 의존하여 법관의 심정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으로 곡해하고 있다. 예컨대 검사의 피의자 및 피의자 외의 사람의 진술을 기재한 것은 피고인 등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검사나 수사기관 앞에서 변호인 등이 참여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임의로 진술한 것이라도 공판정에 가서 부인하게 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위 내지 거짓 문화가 팽배한 우리의 현실에서 증인이나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말에만 의존하여 유·무죄를 판단해서야 실체진실을 찾아 진짜 범인을 처벌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직접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독일법계에서나 전문법칙을 강조하는 미국법에서도 많은 예외가 인정되어 신빙할 만한 서면증거가 공판정에 들어오게 되고 이것을 법관과 당사자가 면밀히 분석 검토하여 그에게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공판정에서의 진술과 함께 자유심정 작용에 따라 증거가치를 평가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공판정에서 형성된 법원의 심정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다. 예컨대 피의자의 자필조서는 직접주의·공판중심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전문법칙아래에서도 피고인이 자기에 대한 반대신문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된다. 이것이 바로 공판 중심주의이다. 직접주의에 근거한 것이건 전문법칙에 근거한 것이건 간에 절대적인 공판중심주의는 어느 법제에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넷째, 당사자 대등주의를 이상으로 하는 소송체계에서는 소위 증거 개시제도(증거에 대한 열람․등사)는 소위 'two-way streets'이다. 검사에게만 공판전에 그의 무기를 피고인측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이다. 개정안은 이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섯째, 개정안은 대담하게도 위법수집의 모든 증거를 배척하는 것을 입법화하려 하고 있다. 위법수집 증거를 배척하는 본 고향인 미국법에서도 오늘날 위법의 정도와 성질에 따라 배척하는 상대적 배제주의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는 겁 없이 이 원칙을 입법화 하려하고 있다. 이 문제는 유연한 판례의 태도에 맡길 일이다. 다섯째, 공판준비절차에 있어서 모든 증거를 볼 수 있는 법관으로 하여금 본안 공판을 담당하게 하여 예단 금지의 원칙을 위배하려하고 있다. 그 제안대로 한다면 엄청난 천문학적인 사법비용(인적․물적․재정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므로 당장 실현할 생각은 그만두고 모든 여건의 성숙과 함께 후일에 실천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책일 것이다. 무릇 모든 제도나 정책들은 실현성 있는 제안이라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시행착오적인 발상이 사법과정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는 입장에서 이 글을 올린다. 어떠한 제도․사상․정책이라도 전 시대의 경험과 지혜를 외면할 때에는 반듯이 불행한 결과를 빚는다는 것을 경고하고 싶다.
- 발행기관:
- 사단법인 법조협회
- 분류:
-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