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법의 관점에서 본 조선조 채권법제도의 법사적의의
The Historical of Meaning of the Contract Law System in Chosun Dynasty
이재목(충북대학교)
332호, 90~117쪽
초록
이 글은 조선왕조실록의 기사, 각종 성문법령집, 실거래에서 등장하는 각종 문기 등을 근거로 조선조 채권법제도의 전반을 조망하고, 그 법사적 의의를 밝히는데 목적을 둔 것이다. 연구과제의 시적 범위가 워낙 광역하여 규범의 내용과 실정성을 일의적으로 평가하는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연구를 통해 얻은 조선조 채권법제도의 법사적 가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왕권중심의 통치체제와 엄격한 신분구조를 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영역에서 법치주의의 기틀이 나름대로 잘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거래관계를 매개하는 계약이 하층민중에 대한 지배도구로 기능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약자보호를 위한 법제도나 해석론이 우월하였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신분의 수직적 계층화가 뚜렷하여 주인과 노비의 지배관계가 분명하였지만, 노비의 사법상 능력이 광범한 영역에서 인정되었다는 점이다. 때로는 주인과 노비가 대등한 계약당사자로서 거래관계를 형성한 사실도 확인된다. 이는 노비가 단순한 권리의 객체 내지 소송상의 계쟁물이 아니라, 각종 권리나 행위의 주체로서 상당한 정도의 인격적 존엄성을 인정받았음을 실증해 주는 것이다. 셋째, 계약법의 기저에 사적자치의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근대 서구 계약법의 규율원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넷째, 대립하는 이해당사자인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이익교량장치를 제도화하였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정당한 권리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두었지만, 법률행위가 불공정하거나 반사회성을 띄는 경우에는 형사벌적 제재 외에 계약의 무효화를 통하여 이익균형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그 외에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었다. 이처럼 조선조의 거래관계법은 21세기 계약법의 관점에서도 화석화된 규범이 아니라, 민족의 법발전 과정 속에서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살아 숨 쉬는 법문화의 반영물이었고,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그 규범적 의의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는 것이다.
- 발행기관:
- 대한변호사협회
- 분류:
-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