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女의 生父에 의한 親生否認 - 유럽인권법원 Kroon and Others v. the Netherlands, 1994. 10. 27. 판결을 중심으로 -
Denial of paternity by biological father of child
시진국(춘천지방법원 판사)
57권 4호, 275~313쪽
초록
본 판결은 혼인 중 子에 대하여 夫에게만 친생부인권을 인정하고 있는 네덜란드 민법이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 유럽인권협약 제8조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유럽인권법원은 본 판결을 통해 혼인 중 子에 대하여 生父가 법적인 父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함을 밝힘으로써 친생부인권자의 범위를 生父에게까지 확대하는 독일, 프랑스 등 서구의 최근 법률 개정에 사고의 단초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법 규정상 生父에게는 친생부인권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고, 학설의 주류도 生父의 친생부인권 인정 여부에 관하여 부정적이다. 이로 인해 자신의 父性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원하는 生父는 혼인 중 子와 그의 법률상 父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건에서 하급심 재판례의 상당수는 민법 제844조의 친생추정의 효력범위에 관하여 이른바 외관설을 취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보다 친생추정의 범위를 더욱 제한하여 유전자검사 등으로 生父와 혼인 중 子 사이의 혈연적 친자관계가 인정되면 동거의 결여와 같은 친생추정을 배제할 만한 외관상 명백한 사정의 존부가 불확실하더라도 친생자부존재확인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여러 서구의 입법례, 특히 최근 독일과 프랑스가 명문으로 生父의 친생부인권을 인정한 점, 우리나라의 다수의 하급심 재판례가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하여 生父의 父性을 넓게 인정해 주고 있는 점 등은 추정규정에 의하여 법률상 父를 확정하고 그 번복은 어렵게 하는 법원칙에 대하여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는 주목할 만한 경향이 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친자관계를 정확히 판별해내는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 혼인의 전통적 의미와 성도덕관념의 변화, 가족공동체의 보호보다 개인적 권익을 보다 우선시하는 사고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경향과 관념의 변화에서 제기되는 의문으로부터 필자는 법률상 父를 추정하는 오래된 법원칙이 예외 없이 혈연적 진실에 우선하여 生父의 부성에의 도전을 좌절시킬 수는 없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즉, 우리나라에서의 혼인, 가족관계, 성도덕에 대한 사회통념 내지 법감정을 두루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법률상 父와 子 사이에 보호되어야 할 가족관계가 유지되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生父에게도 자신이 진실된 父임을 주장할 수 있는 절차적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발행기관:
- 사단법인 법조협회
- 분류:
-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