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또옙스끼의 <영원한 남편>에 나타난 ‘영원성’의 문제 연구
A study on ‘eternity’ in the novel of F. M. Dostoevsky's < The eternal husband>
조혜경(단국대학교)
22권 1호, 185~204쪽
초록
본 논문은 도스또옙스끼의 단편소설(рассказ) <영원한 남편Вечный муж>에 나타난 ‘영원성’의 문제를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가지 차원 중 하나는 등장인물의 차원이다. 소설의 제목에도 언급되고 있듯이 아내에게 배신당한 남편인 뜨루소츠끼는 자신의 아내의 정부였던 벨차니노프로부터 ‘영원한 남편’이라 불린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벨차니노프는 뜨루소츠끼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고 자신의 정의에 때론 의문을 품고 또 때로는 혼돈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인다. 왜냐하면 벨차니노프는 자신이 사랑의 삼각구도에서 영원한 승자이기를 바라며 그가 배신당한 ‘영원한 남편’의 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지만 뜨루소츠끼는 때로는 순수한 낭만주의자로, 또 때로는 우스운 광대로 나타나며 벨차니노프의 심경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그의 맘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러한 벨차니노프의 심적인 동요와 방황은 뜨루소츠끼에 관한 거의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두 번의 꿈과 그와의 에피소드, 이를테면 술에 취한 뜨루소츠끼가 자신에게 키스를 해달라는 요구, 그가 밤에 요강을 찾아 그에게 다가오는 장면, 그가 칼을 들고 벨차니노프를 헤치려 하는 장면, 마지막으로 기차역에서의 우연한 만남 등을 통해 드러난다. 여기서 벨차니노프가 정의한 ‘영원성’의 개념은 니체의 ‘영원회귀설’에서의 영원성, 즉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이전 것의 반복에 불과하며 최종적인 목표를 가지지 않는다는 내용과 연관되는 것으로서 벨차니노프에게 뜨루소츠끼는 사랑의 삼각구도에서 변하지 않는 ‘영원한 남편’일 뿐이다. 소설의 구성 차원에서도 영원성 혹은 반복성은 부각된다. 각 장은 독립된 제목을 가지는 독자적인 장들로서 1, 5, 6, 12장을 제외한 모든 장이 뜨루소츠끼에 관한 벨차니노프의 생각, 묘사 등이 주를 이루며 각 장의 마지막 부분은 예외없이 뜨루소츠끼에 할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목과 각 장을 나란히 배열해 놓고 보았을 때 ‘영원한 남편’이란 제목과 마지막 17장인 ‘영원한 남편’ 장은 2장(‘벨차니노프’)부터 16장(‘분석’)까지의 내용을 감싸고 있다. 따라서 소설은 ‘영원한 남편’으로 시작해서 ‘영원한 남편’으로 끝나는 셈이 된다. 더군다나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벨차니노프는 뜨루소츠끼의 관찰자가 아니라 점차 그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포착하고 양자의 대립성보다 유사성에 주목함으로써 ‘영원한 남편’에 대한 그의 집착과 강박증의 정도가 심해진다. 그런데 마지막 17장에서 우연히 만난 뜨루소츠끼가 결혼을 하여 다른 보금자리로 가기 위해 벨차니노프를 떠나가 버림으로써 후자는 사랑의 삼각구도에 ‘영원히’ 혼자 남게 되고 만다. 결국 소설에서 ‘영원성’은 타자와의 관계에 있어 자신의 존재 기반 혹은 우월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벨차니노프의 내면의 은밀한 욕구를 반영한 것이며 그러한 욕구는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믿었던 타인의 변화에 당혹스러워하는 고독한 ‘영원한 연인 혹은 정부(情夫)’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 발행기관:
- 한국노어노문학회
- 분류:
- 러시아어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