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와 착오의 관계 -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
Verhältnis der arglistigen Täuschung zu dem Irrtum bei der Willenserklärung
송덕수(이화여자대학교)
59권 5호, 300~348쪽
초록
연구대상판결(이하 본 판결이라 한다)의 사안은 피고가 제3자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신원보증서류에 서명ㆍ날인한다는 착오에 빠져 연대보증의 서면에 기명날인한 경우이다. 그에 관하여 본 판결은 먼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서는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없고 단지 동기의 착오가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 뒤, 이 사안에서 피고의 서명ㆍ날인행위는 기명날인의 착오이고, 그리하여 표시상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거기에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법리가 아니라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의 법리만을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취소의 의사표시는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 취소원인의 진술이 없이도 취소의 의사표시는 유효한 것이므로, 피고가 신원보증서류에 서명ㆍ날인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이행보증보험 약정서를 읽지 않고 서명ㆍ날인한 것일 뿐 연대보증약정을 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은 위 연대보증약정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한다는 취지로 보지 못할 바 아니며,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그러한 점을 석명하도록 한 뒤 착오에 관한 법리와 규정을 적용하여 심판하였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본 판결의 위와 같은 내용 가운데 먼저 사기에 의한 표시에서는 동기의 착오가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 점은 옳지 않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경우 표의자는 보통은 동기의 착오에 빠지나,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에 빠진 경우도 있으며, 후자의 경우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서 제외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본 판결이 그 사안의 경우에 피고의 서명ㆍ날인의 착오, 그리하여 표시행위의 착오가 존재한다고 한 점은 옳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아니라는 관점에서 판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본 판결은 그 사안의 경우에는 착오법리만을 적용할 것이라고 하나, 피고의 행위처럼 착오이기도 하고 사기표시이기도 한 때에는 민법 제110조와 제109조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데 따라 두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하여야 한다. 나아가 본 판결이 취소의 의사표시가 명시적일 필요가 없다고 한 점은 타당하다. 그리고 취소의 경우 취소원인의 진술은 필요하지만, 그 진술이 없다고 하여 취소가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서도 본 판결은 옳다. 그 외에 본 판결이 궁극적으로 피고의 주장이 착오취소의 취지인지를 석명하여 정리시킨 뒤 착오법리를 적용하도록 한 최종결론은, 그 사안의 경우에 사기취소의 요건은 구비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옳다. 그런데 그러한 결론이 사기취소의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는 데에서 도출된 점은 아쉬움이 있다.
- 발행기관:
- 사단법인 법조협회
- 분류:
-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