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의미 없지만 유효한 법
김정선(이주여성인권포럼); 김재원(유엔인권정책센터 베트남 프로젝트 매니저)
86호, 305~344쪽
초록
본 연구는 캄보디아 사례를 통해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의 수행적 효과를 검토하고, 이 법의 정당성을 질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인과의 결혼은 ‘인신매매’라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2008년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결혼을 잠정적으로 중단시키고 ‘캄보디아 국민과 외국인의 결혼 방식과 절차에 관한 시행령’을 제정, 중개를 통한 결혼을 불법화하였다. 불법화 조치 이후 캄보디아 중개시장은 중개업을 합법화하는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과 이를 금지하는 ‘캄보디아 국민과 외국인의 결혼 방식과 절차에 관한 시행령’, 두 법의 근본적인 모순 속에서 진행된다. 현재의 관행화된 중개방식은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의 거의 모든 핵심조항을 사문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금지기간 동안 결혼을 성사시킴으로써 양국 정부로부터 승인받지 못하는 ‘불법’ 결혼을 양산시켰고, ‘캄보디아 시행령’ 제정 이후에도 시행령이 규정하는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음으로써, 수백 명의 여성들이 결혼허가를 받지 못해 1년 이상 한국으로 입국하지 못하는 문제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법이 규정하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는 불법적인 중개방식으로 인해, ‘비공식’ 비용을 내는 것 이외에 결혼허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 앞에서 자신의 ‘불법’ 결혼을 승인 받고자 과다한 비공식 비용을 내야 하는 캄보디아 중개실태는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을 착취하는 착취적 구조로 작동하는 중개 산업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지적되어야 할 점은 그것이 법의 묵인하에 성장했으며, 법에 기대어 자신의 생명을 보존한다는 사실이다.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자신에게 기생하며 확대재생산되는 착취적 구조를 암묵적으로 용인함으로써, 본연의 입법목적과는 달리 결혼중개시장의 타락을 부채질하는 수행적 효과를 낳고 있다. 법 안에 잠재적으로 현전하고 있는 폭력에 대한 의식이 사라지면, 그 제도는 타락하고 만다. 결혼당사자들을 법 밖에 위치시키면서 ‘불법성’을 빌미로 착취하는 캄보디아 국제결혼 중개실태는 이러한 법의 폭력을 드러낸다.
- 발행기관:
- 비판사회학회
- 분류:
-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