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비판의 자유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84236 판결을 중심으로 -
Freedom of Speech and Expression for Religious Criticism
이충상(법무법인 바른)
60권 6호, 237~282쪽
초록
20세기의 대법원 판례는 행위자가 자신의 발표를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를 비교적 좁게 해석하였다. 그리하여 公人에 의한 명예훼손소송의 제기가 증가하여 20세기 말에 公人에 의한 제소가 전체 명예훼손소송의 3분의 2를 차지하였고,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명예훼손의 법익 아래에 둔 것이라는 비판까지도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21세기에 들어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판결에 의하여, 公人에 대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조각사유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인과는 다른 심사기준을 적용하고(명예훼손행위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위법성이 없다고 보고) 구체적 정황의 제시만으로 피고의 입증의 부담을 완화해줌으로써,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조각사유를 확대하였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의 적절한 확대’라고 하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하면서 종교적 비판으로 인한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넓게 보는 평석대상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 사건은 20여 년 전부터 여러 번에 걸쳐 교계에서 이단판정을 받았던 원고 교회가 2005년에 재정적 기반이 약한 노회를 통하여 국내 기독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교단에 가입하려고 하자 합◇교단이 설립․운영하는 총△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들이 원고들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하는 광고와 보고서와 비판서를 내서 위 가입을 막은 사안이다. 위 광고 등을 주도적으로 집필한 교수에 대하여 원고 목사가 형사고소하여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었으나 무죄가 확정되었는데, 평석대상 민사사건의 제1, 2심은 보고서와 비판서만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광고에는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평석대상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 광고 게재행위의 위법성에 관하여 이 사건 보고서․비판서 작성․배포행위의 위법성과 달리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피고들의 지위, 비판행위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공표가 이루어진 범위의 광협, 그 표현방법 등 그 비판행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과 그 비판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원고들의 명예 침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보고서․비판서의 작성․배포행위가 종교적 표현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본 것과 동일한 이유에서 이 사건 광고 게재행위 역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피고들 패소부분 파기환송). 필자는 평석대상 판결이 종교적 비판의 자유를 고도로 보장한 것을 지지한다. 그리고 평석대상 판결이 이유로 설시하지는 않았지만, ① 원고들에게 이단성이 있느냐의 여부는 세속법원이 판단하기 곤란하고 사상의 자유시장 내지 종교계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점, ② 원고들이 스스로 교단을 만들거나 다른 교단에 가입하려고 하였으면 피고들이 원고들을 비판하지 않았을 텐데 원고들이 국내 기독교 최대 교단인 합◇교단에의 가입을 시도함으로써 합◇교단의 교리를 이끄는 피고들의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 점, ③ 원고들이 해명 내지 반박 광고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점, ④ 이 사건 광고를 公的 인물 또는 公的 관심사안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하여서도 이 사건 광고의 위법성은 없다고 본다. 평석대상 판결과 公人에 대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조각에 관한 대법원판결들은 미국, 독일, 일본과 다르게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구성하면서 피해자의 인격권과 비판자의 표현의 자유의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점을 찾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며, 그 결론들이 고등법원의 ‘비판자 패소판결’을 전부 또는 일부 뒤집은 것으로서 소송의 실제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
- 발행기관:
- 사단법인 법조협회
- 분류:
-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