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규제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
New Paradigm for Competition and Regulation
최병선(서울대학교)
1권 1호, 2~21쪽
초록
규제는 불완전한 시장의 교정을 목적으로 삼는다. 독점, 외부효과, 정보의 비대칭성 등 시장이갖고 있는 구조적 특성에서 빚어지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독점규제, 가격규제, 품질규제, 안전규제, 환경규제 어느 경우에나 해당된다. 그러나 과연 규제자가 시장의 불완전성(market imperfections)을 적절히 교정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가질 수 있는가? 규제자가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과연 규제자가 이것을 사익을 넘어서 공익을 위해 이를 사용할 것이라는 확신을 우리가 가질 수 있는가? 현실의 시장은 분명히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위의 두 질문에 대한 답이 부정적이라고 한다면 시장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시행되는 규제가 더 나은 경제사회를 만들고 국민후생을 증진시켜 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규제의 편익만을 생각할 뿐 규제로 인한 비용은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free lunch)'은 없다. 규제는 어느 경우에나 비용을 수반한다. 규제의 행정비용, 피규제자의 규제순응비용(regulatory compliance costs) 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것에 더하여 규제는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또 다른 비용, 즉 시장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 우리가관심을 가지는 규제비용은 이 세 번째 유형의 비용, 즉 거래비용이다. 규제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시장거래(교환, 계약)의 대상과 방법, 형태 등에 제약이 가해지면 그에 따라 사람들의 시장거래 비용이 변화하고, 이것이 시장이 전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든다. 주지하다시피 거래비용은 주관적이고 따라서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 각기 다른 자신의 거래비용의 크기에 따라 사람들은 규제된 시장에서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조정하게 된다. 이전과는 다른 전략적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규제된 시장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거래비용을낮출 수 있게 되고, 어떤 사람들은 더 높은 거래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규제된 시장은 규제 이전의 시장과 비교할 때 전자에게는 유리하고 후자에게는 불리해지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규제가 후자의 사람들이 아니라 전자의 사람들의 정치적 요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정치경제학적 가정은 설득력이 있다. 이것은 규제가 중립적인 효율성 증가 수단이 아니라, 분배 혹은 재분배 정책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말해 준다. 주지하다시피 어떤 소득재분배상태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도덕적 윤리적 판단의 문제이고, 따라서 정치적 판단과 선택의 대상이다.
- 발행기관:
- 법학연구소
- 분류:
-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