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처벌법 위반행위와 관련된 일사부재리의 효력과 규범적 요소를 고려한 사실의 동일성 판단
Prohibition of double jeopardy and Identity of the facts chargedunder the Punishment of Minor Offenses Act
김정환(서울시립대학교)
62권 6호, 155~192쪽
초록
음주상태로 노상에서 과도를 들고 피해자를 쫓아가며 협박한 전○○는 음주소란의 이유로 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금통고를 받고 이를 납부한 후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위 행위에 대하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협박)죄로 기소되었다. 경범죄처벌법상 음주소란이나 인근소란은 특정인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애초 피고인 전○○가 과도를 들고 피해자를 쫓아가며 협박한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될 사안이 아니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협박)죄가 적용될 경우이었다. 수사기관이 경범죄처벌법을 남용하여 적용한 결과 수사기관의 처분에 복종한 국민의 신뢰가 보호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대법원이 이에 대하여 법리적으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두 가지 법리적 논거를 들어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첫째 논거는 경범죄처벌법상 범칙행위와 관련한 일사부재리 효력의 범위이다. 범칙금 납부에 따른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형사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사부재리의 효력이란 형사재판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고, 그 적용범위를 넓게 이해하더라도 검사의 소추행위가 존재하는 경우에 비로소 주장할 수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납부자에 대한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고, 대상판결의 첫 번째 논거는 타당하다. 둘째 논거는 사실관계의 동일성 판단은 규범적 요소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금 납부를 통보받고 이를 납부한 자는 다시 형사처벌될 수 있는데 반하여,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아서 즉결심판을 받아 확정된 자는 다시 형사처벌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국민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인지, 대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에 있어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면 경범죄처벌법상 음주소란행위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흉기협박행위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음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의 사실의 판단에 있어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비판을 차치하고서라도, 경범죄처벌법상의 음주소란행위에 대하여 즉결심판이 확정되었으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죄의 성립여부가 문제된 비교판결 a를 살펴보면,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는 판단이 명확성과 예견가능성을 중시하는 법치국가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옴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범칙금납부의 통고를 받고 이를 납부한 자를 상해죄로 기소한 비교판결 b를 살펴보더라도, 형사소송법상 사실의 판단에 있어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논증의 유동성과 불명확성을 증가시키며, 개별적 정의의 실현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대상판결에서 경범죄처벌법의 음주소란행위에 대하여 범칙금을 납부하여 즉결심판이 없었던 피고인 전○○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는 논거는,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납부자에 대한 이중처벌금지(일사부재리)의 효력은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에 한정된다는 해석론뿐이다.
- 발행기관:
- 사단법인 법조협회
- 분류:
-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