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선의원칙(Utmost Good Faith)과 보험계약당사자 보호
임수민(서울대학교)
64호, 261~298쪽
초록
2013년 법무부가 제출한 상법개정안에는 보험계약의 최대선의성을 선언하는 일반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보험계약의 선의성을 처음으로 선언한 영국에서는 도입당시의 의도가 왜곡되어 선의성이 최대선의성으로 변화하였고 보험계약의 일방당사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보험계약당사자를 형평성 있게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영국 법원도 최대선의의무로부터 보험자의 의무를 도출하고 고지의무에 인과관계 요건을 도입하는 등 최대선의원칙의 내용과 적용범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였기 때문에 보험옴부즈만을 중심으로 판례법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법개정위원회가 구성되어 마침내 최대선의원칙을 대폭 수정하는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영미법계의 최대선의원칙은 그 내용과 위반의 효과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다양한 사안에서 계약당사자를 균형 있게 보호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영미법계의 계약해석법리를 대륙법계 국가에서 성문법의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원칙과 제103조의 공서양속 규정이 보험계약법관계에서도 일반조항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 왔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영미법계에서 대폭 수정․축소되고 있는 최대선의의 법리를 새삼 일반조항의 형태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또한 최대선의원칙에 관한 영국판례와 우리판례의 분석을 통해 동 원칙의 성문화가 보험사기 사안을 효과적으로 규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계약법제는 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 국면을 상당부분 규율할 수 있으므로, 최대선의원칙의 위반에 대한 법적효과로 손해배상청구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이상, 보험계약자 보호의 측면에서나 법적 명확성의 측면에서나 현행법제와 차별화되지 않는다. 비록 최근 영국의 판례법리가 보험자에게도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동 원칙을 해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우리와는 다른 계약법제의 토양에서 이미 형성된 동 원칙을 합리적으로 수정하고자 하는 시도로 파악하여야 하며, 이러한 해석론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동 원칙의 성문화를 통해 “보험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보험계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메시지를 주기는 힘들다고 본다. 최대선의원칙은 당초 신생보험시장에서의 정보불균형을 막고자 도입된 법리인데, 정보불균형의 문제가 완화되고 보험계약당사자간의 역학관계가 변화된 현 보험시장상황에서는 그 역할이 상당히 축소되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최대선의원칙을 명문화 하려는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발행기관:
- 법무부
- 분류:
- 상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