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그리고 공권과 사권
fundamental rights, civil rights and private right
강재규(인제대학교)
15권 1호, 151~179쪽
초록
권리란 “일정한 이익을 향수케 하기 위하여 법이 인정하는 힘”을 말한다. 즉 권리란 법규범을 통해 개인에게 승인된,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작위․부작위․급부․수인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인 힘을 말한다. 법이 공법과 사법으로 갈라지는데 대응하여, 권리도 공법상의 권리, 즉 공권(public rights)과 사법상의 권리, 즉 사권(private rights)으로 구별할 수 있다. 권리를 이와 같이 공권․사권으로 나눈다면, 민법상의 권리는 사권이고, 헌법이나 행정법과 같은 공법상의 권리는 공권이다. 사인이 행정주체에 대하여 갖는 주관(개인)적 공권은 개인이 공법상 자기의 고유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 등 행정주체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주어진 법적인 힘을 말한다. 이상의 공권․사권의 개념정의는 물론 공․사법 이원적 체계를 인정한다는 전제하에서 내린 정의이다. 그런데 권리와 관련하여 헌법에서는 ‘기본권’이, 행정법에서는 주로 ‘개인적 공권’이 논의의 중심이다. 헌법은 공법이기에 헌법상의 기본권 역시 행정법에서 논의되는 공권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주체의 작용으로 인해 권익을 침해받은 사인이 국가 등 행정주체를 상대로 행정쟁송을 제기하여 침해받은 권익을 구제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개인적 공권(법률상 이익)에 헌법상 모든 기본권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사법 이원적 체계를 승인하는 한 헌법상의 모든 기본권은 헌법이 공법이라는 측면에서는 ‘공권’이지만, 행정법에서 논의되는 쟁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개인(주관)적 공권’에는 헌법상 기본권 중 극히 일부만 개인적 공권에 포함될 뿐이다. 물론 헌법상 기본권이 법령 등의 제정을 통해 구체화된다면 대부분의 기본권은 행정법상 직접 집행 가능(self-executing)한 개인적 공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이러한 측면에서는 직접 집행 가능(self-executing)한 개인적 공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상 모든 기본권은 민사재판․형사재판․행정재판 등 간이 구제절차까지 포함하여 법률상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구제를 받을 수 있고, 헌법상 기본권침해에 대한 법률상 다른 구제방법이 없을 경우에 마지막 수단으로 헌법소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모든 기본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법률상 보장된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행정법상 논의되는 권리인 개인적 공권은 헌법이나 민사법에서처럼 그 분류가 세부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 행정법상의 개인적 공권은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면 ‘법률상의 이익’이냐 ‘아니냐’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나타나는 듯하다. 행정심판법이나 행정소송법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은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따라서 행정주체의 작용으로 침해된 이익의 성질이나 권리의 종류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 같지 않다. 단지 중요한 것은 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구제받을 수 있는) 자격인 “법률상 이익”의 존부만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듯하다. 그런데 공법․사법의 이원적 체계를 갖는 프랑스나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현실적․제도적으로는 공․사법의 구별 필요성은 인정하나, 공․사법의 구별이 논리적․필연적인 소산은 아니다. 헌법상 기본권이 보장되게 된 역사적 연혁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사적 단체나 사적 조직체가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큰 현실을 고려할 때, 사인간의 법률관계라고 해서 기본권 침해를 방치한다면, 헌법의 규범성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법률의 적용 우선의 원칙에 따라 법령으로 구체화되지 못한 기본권에 대해서는 법령을 통한 구체화, 행정기관의 해석이나 법원의 판례를 통해 구체화해 나감으로써, 최고법인 헌법규범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국가의 각 기관은 노력해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공법과 사법의 구별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논리 필연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아니며, 따라서 행정법은 민사법의 특별법으로서 자리매김한다고 해도 법 논리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법관계를 규율하는 특별법이 존재하는 것은 행정법 관계의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주체가 공익의 실현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입법부가 행정주체로 하여금 공익의 실현을 효과적이고 실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주체에게 특별한 권한이나 행정법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사법의 이원적 체계에 토대를 둔 기본권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한 논의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본 논문은 헌법상 기본권과 행정법상 공권(법률상 이익)의 관계, 공법과 사법의 이원적 체계 및 사법관계에 대한 기본권 적용문제와 관련하여 비판적 검토를 가함으로써, 이 분야에 대한 후속연구를 촉구하기 위한 시론적 연구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 발행기관:
- 한국비교공법학회
- 분류:
-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