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죄와 벌』의 큰 대화와 슈제트 대화
The Big Dialogue and the Sujet Dialogue in F.M. Dostoevsky’s Crime and Punishment
이영범(청주대학교)
27권 3호, 69~92쪽
초록
본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죄와 벌』에 나타난 바흐친(М.М. Бахтин)의 서사 구조에 해당하는 ‘큰 대화’와 ‘슈제트 대화’ 부분의 실증적 검토를 통해 그의 이론적 분석의 타당성과 이해를 도모하고 있다. 본고에서 우리는 바흐친이 제시한 ‘큰 대화’와 ‘슈제트 대화’의 내용을 상호연관관계 속에서 고찰해 보았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죄와 벌』에 나타난 등장인물들의 교제 목적이 그들의 활발한 행위나 경험과 연관된 대화나 또는 이 대화의 단편들이 슈제트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우리는 이 작품에 나타난 대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바흐친의 서사 구조에 해당하는 ‘큰 대화’와 ‘슈제트 대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검증하였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인 라스콜리니코프와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세 번째로 만났을 때, 그들이 나눈 대화에서 무엇이 옛 사건과 그 이후의 사건들과 연관되는지를 해명해 보았다. 바로 앞 문장에서 언급한 대화, 즉, 행위를 앞으로 진행시키는 대화를 ‘슈제트 대화’라 한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리얼한 대화는 두 의미상의 위치나 문제들(즉, 실제적인 삶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문제들과 신이나 진리에 관한 “최후의 문제들”) 사이에서 변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등장인물들의 레플리카(реплика)에는 어떤 실제적인 의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그들의 삶의 외적인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입장이 있다. 바로 그러한 그들의 입장은 그들의 “사상”에 해당한다. 『죄와 벌』의 제6부 제2장에는 바로 그러한 레플리카가 나타나 있다. 즉, 포르피리 페트로비치의 레플리카는 그의 흡연 습관에 대해서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이 흡연 습관과 그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관계를 알려 주는 목소리 속에는 어떤 “연극적인” 목소리가 있다. 바로 이 연극적인 목소리가 매우 흥미롭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은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라스콜리니코프가 예심판사인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보여주는 이러한 연극성을 훌륭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사실 후자가 자신이 한 말이 전자에 의해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앞에는 등장인물의 내적 발화가 있는데, 이는 형식적 특성 상 등장인물의 직접 발화에 해당한다. 이는 “인간 속의 인간”이란 수준의 접촉이나 교제가 여전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등장인물들을 분리하는 장애물들에 해당하는 문제, 즉 그들의 중요한 역할과 대립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등장인물들의 옛 교제에 관한 이 레플리카는 옛 대화 사이에 숨어 있는 의미의 발견(준비된 역할들의 발견)이며, 현재의 교제를 경계 너머로 이끌어내고 있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은 당분간 도저히 교제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독백할 때, 그들의 내적 교제에 관한 장애물들(즉, 깊은 상호이해에 관한 장애물들)이 갑자기 악마의 형상과 연관되고 있다. 한편, 서술자-화자의 의식은 범죄 용의자인 라스콜리니코프와 예심판사인 포르피리 페트로비치 간에 벌어지는 싸움에 관한 ‘역할’적 관념의 포로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두 등장인물의 교제가 지닌 이중적 성격이 서술자-화자의 이중적인 태도와 연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 간에 행해지는 교제의 이중적 성격과 서술자-화자의 이중적 태도가 상호 연관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즉, 서술자-화자가 때로는 자신의 견해를 등장인물들의 견해와 완전히 결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통찰력을 상실한 견해를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점을 취하기 때문이다. 예심판사인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인간적인 교제를 통해서, 즉 범죄 용의자인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인간적이고 신사적인 매너를 가지고 대해 줌으로써 자신과 그와의 사이에서 진정한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중요한 대립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따라서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 심리의 본질을 파헤칠 뿐만 아니라, 작가-도스토옙스키의 사상을 대변하는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Abstract
The Big Dialogue and the Sujet Dialogue in F.M. Dostoevsky’s Crime and Punishment
- 발행기관:
- 한국노어노문학회
- 분류:
- 러시아어와문학